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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최민식 "정치인과 배우는 비슷하다"

입력 : 2017-05-09 09:13:43 수정 : 2017-05-09 1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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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용호 기자]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가 ‘트로이카’를 이루던 시절을 대한민국 영화의 전성기라고 평가한다. 그중에서 해외에서는 최민식이 단연 돋보였다. 2003년 ‘올드보이’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 최민식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뤽 베송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최민식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런데 이후 최민식은 박찬욱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를 함께 한 이후 5년 가까운 시간동안 영화판을 떠나있었다. 최민식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2008년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투쟁’의 중심에 섰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발표에 반발해 ‘올드보이’로 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문화관광부에 반납했다. 그리고 투쟁했다. 배우 최민식은 영화촬영 현장이 아닌 길거리로 나갔다. 다른 배우들처럼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오랜 시간 우리는 배우 최민식을 볼 수 없었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최민식이 정치를 할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천성이 배우였다. ‘악마를 보았다’의 잔인한 악역을 연기하며 영화판에 돌아온 그는 ‘연기파’의 정의를 몸소 증명했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를 통해 실력을 확인한 최민식은 ‘명량’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영화는 1761만 명이라는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은 가장 존경받는 배우로 손꼽히게 됐다. 자신감을 얻은 최민식은 ‘정치’에 도전한다. 직접 정치에 나선 것은 아니고 정치영화에 출연했다. ‘특별시민’은 대한민국 영화 최초로 ‘선거’라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룬다고 해 기획 단계부터 주목받았던 작품. 최민식은 영화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현 서울시장 변종구 역으로 정치인 변신에 나섰다.

영화가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시점에서 최민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선 시기랑 맞물려서 영화를 개봉한 것이 노림수가 아니었을까.

“그런 이야기들이 당연히 나올 줄 알았다. 요즘 시국과 맞아 떨어졌으니까.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이렇게 높은 관심을 가졌을 때가 과거에 또 있었을까. 지금 학생들도 촛불시위에 나갈 정도로 현실 참여 의식이 높아졌다. 우리 영화가 이런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된 것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실제 정치인들보다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모습도 있지만 현실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불워스’ 같은 할리우드 정치 영화와 비교한다면 ‘특별시민’은 날카로움이 덜 한 것 같다.


“외국의 훌륭한 정치영화들을 부러워하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다. 정치인의 생사를 다루는 선거를 통해서 우리 식의 정치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나는 시나리오 초기 단계부터 참여했으니까 욕심이 났다. 바구니에 가득 담고 싶었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시리즈물로 나갈 것도 아니고 영화라는 형식은 한계가 있다. 아쉬운 점은 많다. 그래도 현재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스크린쿼터 투쟁에서 최전선에 활동했고 ‘올드보이’로 받은 훈장까지 반납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지금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러운 것 같다.

“나의 행적이다. 과거는 내 삶의 궤적의 일부분이고 소중하게 잘 간직하고 있다. 후회는 없다.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후 방향성을 달리 잡았다. 작품을 참여함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 영화가 특정 인물이나 정당을 비판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토론은 술자리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개인사 때문에 정치적 논란이 일어나 혹여 영화가 피해를 볼까봐 그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정치인과 배우는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중독된다는 것이 비슷하다. 나도 무언가에 중독돼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배우는 공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인과 흡사한 면이 있다. 연기의 3대 요소 중 관객이 있다. 관객이 없으면 배우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것이 양날의 검이다. 대중 의존도가 너무 높아버리면 일이 안 된다.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얻은 결론은 작품을 통해서 대중과 더 가깝게 소통을 하겠다는 점이다. 정치인처럼 직접 대중을 마주하진 않는다. 배우는 이기적으로 되어야 한다. 대중보다는 나를 생각해야한다. 허상의 세계에서 허상의 인물을 만든다. 그 작업을 이기적으로 할수록 대중과 더 소통이 잘된다.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유행을 좇아서 대중이 좋아할만한 것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떻게 내 인생을 상대의 입맛에 맞게 살 수 있나.”

-‘명량’은 대한민국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그런데 차기작 ‘대호’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것을 두고 ‘영화는 주식투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가 영화에 흥행성적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텐데.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작가주의 성향이 투철하고 상업적이지 않은 영화를 했다면 그것을 감안해서 생각해야 한다. 요즘 1000만 영화들이 많이 등장해 수치가 커진 면이 있다. 나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개념은 손익분기점 넘었다는 것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에 투자한 사람이 손해를 안 봤으면 감사할 뿐이다. 솔직히 내가 선택한 영화에 관객이 안 들길 바라는 배우가 어디 있을까. 그래도 대중의 취향은 다양하다. 그것을 탓할 순 없다. 돈의 개념을 떠나서 내 영화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특별시민’이 최민식 배우에게 어떤 성장을 가져다 줬을까.

“처음부터 특별하게 다가온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도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나는 작품을 할 때마다 신중함이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흥행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했다. 정치인을 영화에서 표현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것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있었다. 정치 영화를 하면서 또 다른 세상과 인간을 접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일의 즐거움이다.”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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