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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부산 박준태 “은퇴도 생각… 조진호 감독님이 잡아줘”

입력 : 2017-01-13 06:00:00 수정 : 2017-01-13 09: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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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순천 박인철 기자] “또 하나의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박준태(28·부산)은 조진호 부산 감독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럴 만하다. K리그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던 박준태에 다시 빛을 선사한 사람이 조 감독이기 때문이다. 2009년 울산에서 데뷔해 인천을 거치며 기량과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 평가받던 박준태는 전남 소속이던 2014시즌 7경기 출전, 이듬해 상주에선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박준태는 지난 시즌 조 감독을 만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둘은 상주에서 의기투합해 팀을 구단 최초로 상위 스플릿 진출로 이끌었다. 박준태는 24경기를 뛰며 데뷔후 최다 공격 포인트(8골 1도움)을 기록했고 대전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던 조 감독도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둘은 챌린지 부산에서 재회한다. 먼저 부임한 조 감독이 조심스레 애제자에 손을 내밀었고, 박준태는 그 손을 맞잡아 함께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상주에서 이룬 기쁨을 부산에서 재현하겠다는 각오로.

-제대 후 첫 시즌이다.

“전역하고 갈비뼈 부상을 당해서 쭉 쉬었다. 훈련을 이제 막 시작한 상태다. 몸을 끌어올려야 한다.”

-챌린지에 오게 된 이유는 역시 조진호 감독인가.

“다른 이유 없다. 부산에 연고도 없다. 오직 감독님만 보고 왔다.”

-2년 전에 축구를 관둘 생각이었다고 들었다.

“원래 내 성격이 긍정적이다. 경기에 못 나가도 언제든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각오가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힘들더라. 2014시즌까지만 해도 버틸만 했다. 그런데 다음 시즌에는 더 줄어들었다. 2경기 뛰었다. 경기를 아예 못 뛰니까 이제는 축구로 빛을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서서히 정리되더라.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으려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진호 감독님이 상주에 부임하셨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면서 축구를 다시 할 수 있었다.”

-조 감독이 정말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사실 전 시즌에 뛰지 못한 선수를 그렇게 밀어주기도 쉽지 않다.

“맞는 말이다.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동계훈련 때부터 내 이름을 엄청 부르셨다. 지적이든 칭찬이든. 형들이 ‘감독님이 준태 이름만 부른다’고 놀릴 정도였다.”

-어떤 점을 높게 본 걸까.

“그걸 여쭤보지 못했다(웃음). 아무래도 내가 경기에 많이 못 뛰고 고생하다 보니까 기회를 주신 것 아닐까. 감독님이 상주에 오시고나서 ‘너한테 기회 많이 줄 테니까 요령 피우지 말고 노력만 해봐라’고 말씀한 적이 있다. 사실 2015시즌이 끝나고 어떤 감독님이 오실지 모르니까 비시즌 동안 운동을 엄청 했었다. 남들이 휴가가고 쉴 때도 나는 운동만 계속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남들이 ‘왜 그렇게 운동만 하느냐. 시즌 시작하면 지친다’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그런데 난 내가 할 수 있는 준비, 최선을 다해야 축구를 관둬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 조 감독님이 오셔서 그런 말씀까지 해주시니 내가 더 열심히 안 할 수가 있겠나. 희망이 보였었다.”

-여러 가지로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맞다. 감독님도 좋았고 동료도 잘 만났다. 군 복무를 같이 한 선수들도 내게 정말 잘해줬다. 내가 1년차 때 막내였다. 그래서 그런지 형들이 더 잘해줬다. 상주에는 엘리트 선수들이 많이 온다. 자신만의 몸 관리, 운동하는 노하우가 남달랐다. 또 잘한다면서 열심히 안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국가대표 선수구나 싶었다. 사실 난 그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많이 반성했고 본받았다.”

-그렇지만 조 감독이 원했다고 해도 클래식에서 챌린지 이적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인정한다. 되게 고민 많이 했다. 주변에서 만류도 많았다. 클래식 여러 팀에서도 이적 제의가 왔고 심지어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왔었다. 아직도 전화 와서 ‘준태야, 정말 챌린지로 갔어?’ 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부산 선수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못해서 챌린지에 내려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주에서 감독님과 함께 뛰어본 선수들은 ‘충분히 고려할만한 선택’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그만큼 좋은 감독님이니까.”

-정말 조 감독 하나만 보고 왔다는 게 느껴진다.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살면서 이런 감독님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다. 내가 만약 꾸준히 잘하고 있었으면 어느 감독님이나 나를 기용했을 거다. 하지만 2015시즌의 나는 딱 2경기 뛴 축구선수였다. 그런 나를 의심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셨다. 나도 감독님을 만나고 K리그 9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어떻게든 감독님께 보답을 하고 싶었다.”

-부산은 클래식으로 올라가야 하는 팀이다. 책임감이 느껴질 것 같다.

“음… 예전에 인천에서 전남으로 이적했을 때(2013시즌)가 생각난다. 그때 전남 선수단을 보니 내가 중고참인 거다. 항상 팀에서 막내나 어린 축에 속했던 내가 처음으로 중고참이 됐다. 그때부터 슬럼프가 오더라. 부담감이 엄청났다. 사실 내가 살뜰하고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고참이니 후배들을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극심했다. 거기에 신경쓰다 보니 내 실력이 안 나왔다. 그런 아픔이 있다 보니 부산에서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살리겠다.”

-부산 공격진이 두텁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각자 스타일이 달라서 다양한 조합이 나올 것 같다. 경쟁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내가 반드시 이겨서 살아남겠다는 생각보다는 조진호 감독님이 원하는 목표에 같이 집중하고 싶다. 승격.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 목표가 있는지.

“지난 시즌 상주에서 24경기 8골1도움을 기록했다. 목표가 공격 포인트 10개였는데 전역 후 다치는 바람에 채우지 못했다. 올해는 15개 이상이 목표다.”

-부산 팬들에게도 한마디 한다면.

“나는 경기가 재밌어야 팬들이 경기장에 온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나 나 모두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관중이 봤을 때 ‘재밌다, 잘한다’란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 시즌 부산 축구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오셔서 판단해주셨으면 한다. 재미없으면 안 오셔도 된다. 신나는 축구 보여드리겠다.”

club1007@sportsworldi.com 

사진=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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