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마라톤 강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봉주가 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세운 한국 최고 기록(2시간7분20초) 역시 15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사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마라톤이 한국에 메달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이번 대회는 한국 마라톤이 세계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손명준은 21일(한국시간) 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36분21초로 골인했다. 마라톤에 참가한 155명 중 131위. 심종섭(25·한국전력)은 2시간42분42초로 138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손명준은 개인 최고 기록인 2시간12분34초보다 20분 이상 뒤진 기록. 십종섭도 개인 최고 기록 2시간13분28초보다 29분 이상 차이가 났다.
현재 한국 마라톤의 차세대 선수층은 빈약한 게 냉정한 현실이다. 사실 마라톤은 풍부한 ‘선수 풀’이 중요하다. 여기에 과학적, 체계적 훈련을 꾸준히 실시 해야만 제대로 된 정상급 러너를 길러낼 수 있는 종목이 바로 마라톤이다.
당장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귀화시키자는 의견도 국민정서에 맞지 않아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여기에 국내 대회에서 순위 경쟁에 치중하는 풍토도 문제라는 게 육상계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다. 전문가들은 성적 지상 주의에 매달려 중.고교 때부터 곧장 마라톤을 시작하게 하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한 때 타고난 심폐기능과 지구력을 가진 극소수 천재 마라토너로 중흥기를 맞았지만, 이후 엘리트 마라톤의 제대로 된 선수층을 전혀 배양하지 못했다. 한국 마라톤은 미래는 여전히 먹구름에 뒤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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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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