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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비밀은 없다' 손예진의 광기가 곧 장르인 영화

입력 : 2016-06-21 09:15:15 수정 : 2016-06-21 09: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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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스릴러라기보다는 광기이고, 강렬하지만 장황하다. ‘비밀은 없다’가 그려낸 딸을 잃은 엄마의 이야기는 그러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은 없다’는 국회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과 아내 연홍(손예진)이 겪게 되는 선거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종찬의 선거 유세 첫날, 딸 민진(신지훈)이 갑작스레 사라졌다. 딸의 실종에 연홍의 속은 타들어가지만, 종찬은 냉철한 모습으로 선거 유세에 더욱 힘을 쏟을 뿐이다. 경찰도,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던 연홍은 결국 직접 딸의 흔적을 추적해나가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비밀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통해 안정적인 호흡을 선보였던 김주혁과 손예진이 다시 만나 각각 종찬과 연홍 역으로 열연해 시선을 모은다. 또 영화 ‘미쓰 홍당무’로 신선한 재미를 안기며 충무로에 데뷔했던 이경미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듯 기대치를 높일 수밖에 없는 요소들에도 불구, 스릴러장르를 표방하는 영화로서 ‘비밀은 없다’는 아쉬운 모양새다.

영화가 연홍의 히스테릭한 모습들을 표현하는데 집중하다보니 결국 연홍의 감정이 극을 향해 치닫는 과정까지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게 그려진다. 이렇게 떨어진 설득력은 감정이나 스토리 보충을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시각적인 충격을 위해 삽입된 듯한 장면들과 만나며 공포나 긴장감보다는 난해함으로 뒤바뀐다. 이는 스릴러 영화로서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을 물론, 관객들이 전개에 대한 공감을 느끼는데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장면전환 등 의도적으로 혼란을 주기위한 장치들까지 더해지며 작품이 정해진 결말과 목표로 향해가는 길은 점점 더 장황해져 간다.

그러나 장황해진 스토리 속에서도 작품의 중심 뼈대인 ‘극한 상황에 처한 모성애’만큼은 철저하게 그려졌다. 이는 연홍을 연기한 손예진의 역대급 연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손예진은 러닝타임 내내 차분한 광기와 폭발하는 광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으며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슬픔과 악이 공존하는 눈빛부터 악만이 남은 섬뜩한 눈빛까지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듯한 연기로 여태껏 보여준 적 없던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 것. 그동안의 작품 중 감정연기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비밀은 없다’를 꼽은 것을 십분 이해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렇듯 ‘비밀은 없다’의 장르를 ‘손예진의 광기’라고 설명하고 싶을 정도의 명연기는 부족한 개연성에도 관객들이 온 정신을 작품의 마지막까지 붙잡고 갈 수 있도록 만든다.

어려울 것 없는 명확한 기본 스토리를 굳이 난해하게 끌고 간다는 점에서 ‘비밀은 없다’는 올 여름 흥행 기대작으로서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감히 재발견이라 부를 수 있는 손예진의 인생연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또 하나의 수작으로 남을 전망이다.

kwh073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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