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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벗어나라" 게임 기업들의 '역발상' 사회 마주보기

입력 : 2016-03-14 10:48:51 수정 : 2016-03-14 10: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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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통합형 넥슨어린이재활병원 4월께 마포에 개관
국내외 넥슨작은책방 열고 어린이 특화된 프로그램도 운영
미국계 라이엇게임즈 한국문화재 보존에 30억원 선뜻 내놔
본사 경영진도 청정활동 참가 "한국 커뮤니티에 대한 감사"
장애인 인권에 남다른 관심 넷마블 관련 그림책 지속 발간
[김수길 기자] 지난 2012년 넥슨의 모회사인 엔엑스씨는 서울 종로 소재의 한 어린이재활센터를 돕기로 했다.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를 필두로 임직원들은 센터의 확장 작업에 동참했다. 이 곳을 이용하는 환아우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칫 딱딱한 공간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주기 위해 소소한 일부터 센터 측과 고민도 나눴다. 작은 그림판을 어디에 배치하면 가장 좋을지부터 벽 디자인에 무늬를 어떤 방식으로 그리면 아이들이 즐거워할까도 머리 속으로 그렸다. 이렇게 시작한 센터는 작은 병원이 됐고, 오는 4월이 되면 전국의 장애 어린이를 위한 번듯한 전문 병원도 서울 마포에 우뚝 서게 된다.

◆ ‘병원과 독서, 문화재, 그리고 게임’

게임 업계가 본래의 사업 방향성과 배치되는 이른바 ‘게임에서 탈출하기’라는 각론으로 사회와 호흡하고 있다. PC와 모바일 기기 등 게임 콘텐츠를 구현하는 각종 도구 앞에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과도하게 붙잡아 둔다는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다.

엔엑스씨 · 넥슨과 라이엇 게임즈, 넷마블게임즈 등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이 같은 움직임은 활발하다. 일각에서는 “여유로운 그들만의 품격”이라며 시기 반 부러움 반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선발 기업들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게임 산업을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할 수 있다는 확신도 들린다. 특히 기업들마다 각자에 최적화된 대상과 목표를 잡고, 공헌 사업의 유기적 결합을 이끌어 내면서 효용을 배가하고 있다.

◆ 뜻이 있으면 100억 원도 기꺼이 쓴다.

엔엑스씨와 넥슨은 국내 게임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재원을 쏟고 노력을 경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때 입법기관과 시민단체들이 넥슨의 사회 기여금을 놓고 ‘매년 5억 원도 채 되지 않는다’며 핀잔하기도 했으나, 이는 기준에 따라 달랐다. 실제 넥슨은 한 해 50억 원 이상을 사회적 비용으로 사용한다. 기업 차원에서 수 십억 원씩 별도 기부하는 금액을 합치면 많게는 100억 원을 넘길 수도 있다. 국내 매출(7200억 원)의 1%를 웃도는 숫자다.

업계 1위답게 자금 동원력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방법론에서도 고심을 거듭한다. 디지털 콘텐츠로 기업이 성장했지만, 사회적 공여 대상을 논할 때 게임이라는 범주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

이재교 엔엑스씨 이사는 “넥슨에 사회공헌은 의미를 찾고 실제 수요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새로운 동력과 구심점이 생긴다”며 “어떻게 접점을 만들지 고민하고 이를 가능하도록 게 넥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넥슨이 본격적으로 사회와 눈을 맞춘 출발점은 2004년이다. “어린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알려주겠다”며 도입한 넥슨작은책방사업은 책방을 지어주고 관리하는 1차적 단계를 지나, 독서 발표회를 열고 독서 전문가들이 찾아가 보조하는 구체적인 보완 프로그램이 생겼다. 라오스를 포함해 아프리카 부룬디와 네팔, 캄보디아, 미얀마 등 해외로도 독서 열기를 전하고 있다. 보급된 책은 8만 권에 육박한다. 전 세계 2만 3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작은책방을 이용하고 있다.

엔엑스씨가 있는 제주에는 문화카페 ‘닐모리동동’이 문을 열었다. 제주올레 17코스에 들어선 이 카페는 지역 특산품을 중심으로 메뉴를 차렸고 가격도 저렴해 들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개장한 첫해와 이듬해 연속으로 적자를 봤다. 영업 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지역 문화인들에게 전해주려는 당초 의도는 적자와 흑자라는 수치에 개의치 않았다. 이재교 이사는 “사실상 남는 게 없었지만, 의미가 크니 보람은 남달랐다”고 소회했다.

◆ 미국 기업의 남다른 한국 문화재 사랑

게임과 관련이 일절 없는 사회활동은 라이엇 게임즈에서 정점을 찍는다. 라이엇 게임즈는 미국 기업이라는 태생과는 무관하게 한국 문화재에 유난히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 내 사업이 무르익기도 전인 2012년, 문화재청과 손잡고 문화유산 보존활동을 약속했다. 재원은 바로 한국 게임 소비자들이 지불해 발생한 각종 콘텐츠 구입 비용이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일정 기간 나온 수익 전액을 모아 문화재청에 전달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4년 동안 30억 원이 우리 문화보존에 쓰였다.

국내 기업 어디도 눈길을 주지 않던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 사업에 뛰어들었고, ‘문화유산 지킴이’ 프로그램을 신설해 청소년들과 장애인, 학부모 등이 함께 우리 문화를 손수 체험하는 기회도 만들어줬다. 라이엇 게임즈의 ‘한국 문화재 사랑’은 첫 시도 당시 의아함을 불러왔지만, 미국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도 얻어내는 등 선순환 고리를 형성했다. 라이엇 게임즈를 공동 창업한 브랜던 벡 대표 등 경영진도 문화재 청정활동에 동참해 구슬땀을 흘렸다.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재 사랑은 기업의 겸손함과 진실함이 묻어나면서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이승현 라이엇 게임즈 한국 대표는 4년 간의 활동을 소회하면서 “돈을 내기란 쉽다. 문화재청에서 기회를 준 게 더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또 “한국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과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가치를 정의한다.

◆ 장애인에 각별한 애착은 인식개선으로

모바일 분야에서 1위 기업으로 도약한 넷마블게임즈는 엔엑스씨와 넥슨처럼 사회공헌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어느 업체보다 장애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게 특징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장애인권교육용 그림책을 제작해 전국 초등학교와 각종 교육 기관 및 단체에 배포하고,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e스포츠 대회도 매년 진행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 회사 권영식 대표는 “제작한 그림책과 영상물이 장애인권교육을 실시하는 기관과 실무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는 소식에 뿌듯하다”며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쉬운 이해를 돕는 인식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넷마블게임즈의 이런 움직임은 정치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게임 산업을 규제로 묶어두려는 일부 시도를 유연화하는 완충장치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이 한 걸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기꺼이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대중들이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계속 발굴하다보면, 산업을 홀대하는 외부 시선이 바뀌고, 후원하는 지지 층도 두터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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