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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감독이 말하는 협녀, 무협에 대한 자신감(인터뷰)

입력 : 2015-08-16 16:30:47 수정 : 2015-08-16 17: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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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칼의 기억’ 박흥식 감독을 만났다.

현재 ‘헤어화‘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박흥식 감독은 ‘협녀’를 위해서라면 잠도 마다하고 달려올 정도다. 본 기자와 인터뷰를 한 날에도 박흥식 감독은 새벽까지 촬영을 했고, 잠시 눈을 붙인 뒤 나왔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그만큼 박흥식 감독은 영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감독이었다.

박흥식 감독은 ‘협녀’를 통해 한국형 정통 무협액션을 선보였다. 사실 무협은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고, 중국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장르. 대표적인 무협영화를 꼽는다고 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모두 중국영화만 꼽힐 정도다. 그런 장르적 황무지를 박흥식 감독이 개척에 나섰다.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란 좋은 배우들과 함께 말이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해바라기 밭에서 펼쳐지는 김고은의 견공신을 시작으로 화려한 검술액션, 고급스러운 영상미, 절묘한 감정선이 어우러져 한국적인 색채를 지닌 무협액션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고려 중후기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사실감을 더했고, 벽란도를 통해 유입된 아랍인들의 모습까지 함께 다루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또한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세 배우의 연기를 극대화시켰고, 이를 통해 결말까지 달려가는 과정을 긴박감 있게 그려냈다. 중국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무협액션이 완성된 것이다. 다음은 박흥식 감독과의 일문일답.

▲개봉까지 참 오래 결렸다.

“완성된 이후부터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빛을 보게 돼서 기쁘다.”

▲무협이란 장르가 한국에선 사실상 생소한데.

“평소 무협영화를 좋아한다. 80년대 세대라서 그 시대 인기가 많았던 무협영화들을 지금까지 즐겨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방불패’, ‘촉산’ 등이 있는데, 그 당시엔 무협소설은 안봐도 무협영화는 빼놓지 않고 봤던 것 같다.”

▲어떻게 무협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나.

“무협은 현실을 떠난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일종의 판타지 장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람이 하늘을 날아 다니고, 격렬한 칼싸움을 하는 액션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었다. 그래서 무협이란 영화에 대해 공부를 쭉 했는데, 액션과 사랑이 불가분의 관계가 있더라. 그동안 멜로영화를 많이 해왔는데, 무협이란 장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협녀’를 기획할 때, 멜로 드라마의 연장선에서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접근하게 됐다.”

▲일각에선 중국 무협영화 느낌이 난다고 하더라.

“무협영화에서 아이콘처럼 나오는 요소들이 있다. 검술액션, 와이어액션, 대나무숲 장면 등이 있는데, 그런 요소들이 ‘협녀’에도 나오나보니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따라하려고 한 건 절대 아니다. 무협이란 정체성을 갖기 위해선 그런 장면들이 필요했고, 익숙함 속에서 ‘협녀’만의 특별한 색채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 일부러 그런 장면들을 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고려라는 시대상도 굉장히 흥미롭더라.

“‘협녀’의 배경은 고려 중후기 무신정권이다. 30년 동안 4명의 권력자가 바뀌었던,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무신정권을 주름잡던 권력자들은 백정, 천민 출신의 무신들이 많았다. 그런 점을 착안해서 유백이란 인물을 만들었다. 유백도 천민출신 아닌가.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또 벽란도를 통해 아랍인들이 넘나들던 모습도 함께 재현하고 싶었다.

▲전도연의 월소는 왜 그렇게 가혹한 인물인가.

“세상을 살면서 의도치 않게 큰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걸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원칙에 속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월소가 풍천사형을 죽이고, 스스로 죄책감에 이런 상황을 만든 거라 본다. 행동이 미련하고 답답해 보여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나. 사형을 배신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속죄하는 인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인물이 바로 월소다. 운명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그런 인물 말이다.”

▲월소는 왜 맹인으로 설정했나.

“눈이 멀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세상이 보이지 않는 걸 대변하고 싶었다. 배신이 끊이지 않고, 앞이 안보이는, 시간이 정지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사 중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세상이 보이지 않으니깐요’. 그래야 더욱 속죄를 해야하는 근거가 될 것 같았다.”

▲‘협녀’는 가만히 들어보면 칼의 소리도 다르더라.

“관객들이 알아챌지 모르겠지만, 칼 소리 하나에도 차이점을 줬다. 풍천의 검에는 중후하고 육중한 소리를, 월소의 검에는 예리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유백의 검은 풍천만큼 둔탁감은 없지만 진동과 울림이 있는 소리를 부여하려 했다. 이를 통해 검과 인물이 하나가 되고, 각자의 캐릭터를 대변할 수 있게 말이다.”

▲이병헌 캐스팅은 어떻게 하게 됐나.

“유백은 입체적인 인물이다. 모든 걸 다 가졌지만, 단 하나는 갖지 못한 인물이다. 또한 이병헌의 캐릭터는 정중동이다. 움직이지 않지만, 에너지가 엄청난 인물이다. 이병헌은 그런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소화했다. 단 하나의 움직임도 없었다. 내면에는 슬픔, 고통, 두려움, 분노, 광기가 가득하지만, 눈빛조차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지금까지 만나본 그 어떤 배우보다 자기 자신을 디테일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손끝, 눈빛, 움직임 하나하나 섬세함과 굵은 느낌이 공존하는 그런 배우 말이다.”

▲전도연, 이병헌에 이어 김고은도 굉장히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협녀’는 홍이가 협녀로 성장해가는 드라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홍이의 이야기인데, 왠지 샤방샤방한 미인이 나오면 안될 것 같았다. 강렬한 느낌이 존재하는 인물이 필요했는데, ‘은교’의 김고은이 그랬다. 사뱡사뱡은 아닌데 강렬한 느낌이 있고, 많이 노출되지 않은 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캐스팅 당시엔 출연작이 ‘은교’ 단 한 편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홍이 역엔 김고은이어야만 했다.”

▲세 인물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다.

“세 배우는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와 캐릭터에 잘 빠져들고, 배우로서 200% 이상의 역량을 발휘했다. 첫 세팅이 워낙 잘 되다보니,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재밌게 보는 관객들은 세 배우의 연기에 잘 빠져들었을 거고, 만약 영화를 재미없게 봤다면 내 탓이 클 것 같다. 무엇보다 ‘협녀’는 3분 만에 견공(와이어 액션)이 등장하는데, 이를 낯설게 생각하면 영화에 빠져들지 못한다. 무협을 얼마나 편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 될 것 같다.”

▲‘협녀’가 특정 이슈로 편견이 심하지 않나.

“그것까진 내가 언급할 게 아니라고 본다. 감독은 영화로만 이야기해야 한다. 영화는 이미 내 손을 떠났다.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고, 칭찬도 비판도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세상에 무언가를 내놨을 때, 싫은 소리를 듣는 걸 꺼려한다면 그건 안된다고 본다.”

▲‘협녀’ 이후로 한국형 무협액션의 제작이 활발해지지 않을까.

“한국형 무협의 초석을 내가 마련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협녀’ 이전 한국영화에도 무협이란 장르가 존재했다. 70년대 영화들이 그랬는데, 무협도 어찌보면 액션의 한 장르다. 그러면서 판타지 장르이기도 하다. 아직 무협에 대해 낯설어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협녀’가 좀더 쉽고 편하게 즐기는 장르가 될 수 있도록 기폭제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협녀’ 자랑 한마디 해달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협녀’는 특정 영화를 흉내내지도 않았고, 온전히 오리지널리티 있게 만들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놨다. 그만큼 ‘협녀’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 또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배우가 열심히 해줬기에,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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