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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잊혀진 그 순간…최형우의 1000안타는 왜 빛날까

입력 : 2015-06-05 07:00:00 수정 : 2015-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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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포항 권기범 기자〕“쉿! 쉿!”

최형우(32·삼성)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면서 민망해했다. 최형우는 “창피하니까 묻지마세요”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일까.

최형우는 지난 3일 포항 롯데전에서 8-1로 리드하던 7회말 우전안타를 때려냈고, 류중일 감독은 곧바로 박찬도로 교체해줬다. 그런데 그 1안타가 통산 72번째 1000안타를 채운 마지막 한 개였다. 하지만 잊혀졌다. 앞서 3회말 이승엽이 전인미답의 통산 400홈런을 때려냈고, 선발 윤성환은 완투하는 분위기였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이승엽에게만 쏠렸다. 류중일 감독도 순간 최형우의 1000안타를 잊고 있었고, 교체한 것도 흐름상 빼준 것이었다.

4일 만난 류 감독은 “나도 깜빡하고 있었다. 전광판 요원도 잊었는지 교체할 때가 아니고, 이닝이 바뀔 때 1000안타 축하메시지가 나오더라”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훈련을 끝내고 들어오던 최형우에게 말을 걸었다. 최형우는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보단 민망한 마음이 더 컸다. 뒤늦게 소감을 말하기도 머쓱하고, 또 선배의 400홈런과 비교해 1000안타라는 기록이 초라해 보인 까닭이다. 그래서 최형우는 “쉿! 쉿!”을 외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들어볼 수는 없다. 최형우는 방출신화를 쓴 선수다. 2002년 입단했지만 2005시즌 후 방출당했고, 운이 좋게 경찰야구단의 창단멤버로 군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곤 전역 후 당시 김응룡 삼성 사장의 눈에 띄어 재입단했고, 2008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드라마 같은 성공스토리를 썼다. 최형우의 1000안타를 단순한 기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점을 언급하며 진지하게 물었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최형우는 “지금 땀을 흘리고 있는 2군 선수에게 희망을 줬으면 한다. 다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이다. 나도 늦었는데 이렇게 해냈다”며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온다”고 의미를 담아 소감을 전했다. 최형우의 1000안타는 빛나는 기록 중 하나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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