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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욕망과 광기의 131분… 희대의 ‘간신’이 환생했다

입력 : 2015-05-12 07:00:00 수정 : 2015-05-12 08: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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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김강우, 주지훈, 임지영, 이유영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라인업이 욕망과 광기의 131분을 만들어냈다.

영화 ‘간신’이 11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모습을 드러냈다. ‘간신’은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하려 했던 희대의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린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섬세한 연출을 인정받은 민규동 감독과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주지훈, 김강우, 천호진은 물론 충무로 신예 스타 임지연, 이유영이 합세해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굉장히 파격적이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등급에서 느껴지듯, 높은 수위의 적나라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조선 팔도에서 채홍된 1만 미녀들의 수련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은 것은 물론, 이들을 탐하기 위한 연산군의 눈 먼 욕정도 거칠고 강렬하게 담아냈다.

먼저 ‘간신’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된 역사상 최악의 간신 임사홍, 임숭재 부자를 스크린에서 완벽하게 환생시켰다. 연산군의 어미인 폐비 윤씨를 구실로 연산군을 부추겨 갑자사회를 주도한 간신 임사홍, 채홍사의 전권을 부여받고 남의 첩을 빼앗아 왕에게 받침으로써 총애를 받은 임숭재는 배우 천호진과 주지훈이 맡아 열연했다. 마치 그때 그 간신들이 다시 태어난 것처럼, 두 배우의 몸을 통해 환생한 임사홍, 임숭재 부자의 모습은 폭군마저 쥐락펴락했던 절대권력의 시대를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조선 최고의 색을 찾아내 수련시키는 채홍사의 모습도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채홍사 임숭재에 의해 왕에게 바쳐진 1만 미녀들, 그리고 왕에게 간택받기 위해 거치는 혹독한 수련 과정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큰 입, 가는 발목, 높은 체온 등 호녀와 악녀의 외모를 구분하는 모습부터, 다양한 체위를 교육하는 장면, 단전 강화 수련까지 운평들이 조선 최고의 색이 되기 위해 겪었던 과정을 화려한 영상미를 통해 표현했다.

뿐만 아니다.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웅장한 음악은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거대한 수상연회 장면은 마치 중국영화 ‘황후화’를 떠올리며,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보였다. 또한 풍류와 여색에 빠진 연산군의 욕망을 드러내는 강렬한 레드 컬러는 ‘간신’의 영화적 색채를 공고히하며, 욕정과 광란의 시대를 대변했다. 특히 장조와 단조를 넘나들며 폭넓은 음역대를 자랑한 음악들은 매 장면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며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시켰다.

그 중심에는 명품 연기, 그리고 명품 배우들이 있었다. 먼저 연산군 역을 맡은 김강우는 소위 말해 미친 것 같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연기가 나올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김강우는 예술에 미치고 쾌락에 빠진 왕 연산군에 푹 빠져들었다. 감히 김강우의 역대급 연기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눈빛, 몸짓, 음성 하나하나에도 광기를 가득 채워, 완벽에 가까운 연산군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주지훈도 만만치 않았다. 주지훈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고 가야 하는 중책을 맡았음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힘든 캐릭터를 완벽하게 완주했다. 아마도 ‘간신’에서 주지훈이 없었다면 다소 밋밋한 영화가 됐을 터. 그만큼 주지훈은 간신 중의 간신 캐릭터를 멋지게 만들어냈다.

또한 임지연, 이유영 두 여배우의 열연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베일에 싸인 여인 단희 역을 맡은 임지연, 조선 최고의 명기 설중매 역을 맡은 이유영은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도, 용감하게 연기를 끝마쳤다. ‘인간중독’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임지연은 백정부터 운평까지 다양한 모습을 넘나들며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또한 화려한 검술, 과감한 노출, 절제된 감정연기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열연을 펼쳤다.

이유영도 극중 단희(임지연), 임숭재(주지훈)와 극중 대립각을 세우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갈 정도로, 화면 속 존재감만으로도 강렬한 아우라를 풍겼다. ‘밀라노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부끄럽지 않은 연기로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겠다.

간신의 시점에서 연산군 시대를 색(色)다르게 재해석한 ‘간신’. 품위를 잃지 않은, 민규동 감독의 파격적인 시도가 새로운 사극을 탄생케 한 것 같다. 5월 21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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