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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돌 맞은 넥슨컴퓨터박물관 전문성으로 무장한다

입력 : 2014-08-18 09:10:13 수정 : 2014-08-18 09: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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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NXC 주도 게임 포함한 컴퓨터 세상 조명 위해 건립
세계 곳곳서 5500여점 소장… 컴퓨터·사회 연결구조 조명
"온라인 게임 이후 새로운 산업·문화·예술의 장 되겠다"
하나의 산업이 태동하면서 전통을 쌓고, 정점을 향해 달리면서 매 순간을 수놓은 편린들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게임 산업 역시 양적 팽창을 거듭했으나, 질적 향상과 더불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역사적인 장치는 뒷편에 머물러 있었던 게 현실이다. 게임업으로 부와 명성을 쌓은 기업들이 사회와 호흡하는 역할에 머뭇거릴 때, 넥슨은 지난 2010년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와 컴퓨터박물관 건립 사업을 구상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적 상징성 외에도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의 의지가 한몫했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최근 무사히 첫돌을 넘겼다.

컴퓨터 세상을 추억할 모든 것을 담는다는 취지로 출발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이곳을 건립한 엔엑스씨의 김정주 회장은 자신이 수학한 컴퓨터공학과의 명칭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박물관 사업을 떠올렸다. 오늘날 엔엑스씨를 있게 해준 게임 분야가 궁극적으로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와 가장 궁합이 맞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게임 기업이 컴퓨터박물관을 세웠다”는 명분도 담보한 셈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사실상 아시아에서 유일한 컴퓨터 전용 박물관이다. 이는 곧 첫 시도라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엔엑스씨는 시간과 물적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다. 세계 방방곡곡을 돌면서 뜻 깊은 작품을 확보하느라 구슬땀을 흘렸고, 5500여점에 달하는 소장 리스트를 작성하게 됐다.

엔엑스씨는 게임 기업에 국한된 박물관 사업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았다. 게임을 포함한 컴퓨터 산업을 아우르는 전체를 다루기로 했다.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은 “컴퓨터는 단순한 매체를 넘어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의 근간”이라며 “컴퓨터를 도구나 결과물로만 인식하지 않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과 우리 삶의 변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이 다한 유물론적 관점 대신, 현재진행형인 매체로서 컴퓨터와 그것이 변화시킨 우리의 일상·사회·환경 등에 대해 사고를 넓히자는 목표에서 설립됐다”고 소개했다.

박물관의 운영 철학은 ‘열린 공간’이라는 각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연장선에서 나온 게 바로 ‘오픈 소스’(open-source)라는 개념이다. 박물관이 지정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훑고 가는 ‘보는 전시’에서 탈피해, 일반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일반인들의 손을 거치면서 박물관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배가한다는 의미다. 이재교 엔엑스씨 이사는 “전문적인 식견이 없더라도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게 오픈 소스의 필수 조건”이라며 “소셜 기능이 접목되면서 파급력과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제 1년을 갓 지난 박물관인 만큼, 앞으로 준비할 구상과 과제도 산적해 있다. 엔엑스씨가 1년 간 내방객들의 동선을 분석한 결과, 상당한 시간을 게임 체험 공간에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아 관장은 “박물관의 여러 콘텐츠 중에서 역사 부분에 대한 관람객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이 조금 부족했다”며 “저희만의 연대기를 만들고, 기획전시를 개최하고, 책을 발간하고, 영상물을 함께 비치하는 등 연구와 전시 분야에서 노력해, 단순히 하드웨어의 발전사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는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가치 있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아직 아키비스트와 컨저베이터, 에듀케이터 등 전문적인 업무를 다루는 구성원들의 경험이 부족한 까닭에, 소장품을 취득·연구·보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치러야 했다. 최 관장은 “전문 인력 부족을 극복하는 것 자체가 도전할 분야가 많다는 의미이고, 제주 지역 출신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산업을 상징하는 메카로서 역할론과도 결부되고 있다. 최윤아 관장은 “IT 강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이 역사에 대한 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출발이 나쁘지는 않다”며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시점으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고, 온라인 게임 이후의 새로운 산업·문화·예술의 장을 열 수 있는 공간 중 한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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