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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엿보기]‘고추가루 승리’앞에 말없는 두 감독

입력 : 2008-09-11 09:40:56 수정 : 2008-09-11 09: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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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3루측 더그아웃에 있던 김인식 한화 감독이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예상치 않았던 손님이었던지라 김인식 감독도, 찾아온 손님도, 그리고 자리에 함께 한 취재진도 어색한 침묵의 기류에 휩싸였다. 이 순간의 풍경은 한 에세이집의 제목으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을 찾아온 이는 바로 김재박 LG 감독이었다. 일반적으로 경기에 앞서 후배 감독들이 선배 감독에게 찾아와 간단한 인사를 건네는 일이었다. 

 이 경우 짧은 인사와 덕담으로 간단히 끝낸다. 어떤 감독들은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 승부를 앞두고 장수끼리 인사를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며 생략하기도 한다.
  
 김응룡 삼성 사장이 현역 감독시절 그랬다. 그리고 승부사 기질이 있는 김재박 감독도 경기 전에는 상대팀 감독을 잘 만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김재박 감독은 이날 이례적으로 김인식 감독을 찾아왔다. 이날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김재박 감독이 3루 더그아웃에 찾아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김인식 감독도 “자네도 고생이 참 많지?”라고 화답했다. 낯설긴 해도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러나 인사를 주고받은 김재박 감독이 갑자기 김인식 감독 옆에 앉으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김재박 감독은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자꾸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 같아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는 전날 LG가 갈길 바쁜 한화에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올림픽 휴식기 이후 LG는 4강 진입을 노리는 팀들을 상대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말 4강을 노리던 KIA에 2승 1패를 거두면서 좌절시키더니 전날 4위 복귀를 꿈꾸는 한화 마저 제압한 것. 이날 패배 때문에 한화는 4위 삼성과 1.5경기 차로 벌어졌다.

이 말을 들은 김인식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못 쳐서 진 건데 뭘”이라며 응대했지만, 내심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래서인지 두 김 감독은 곧 침묵에 빠진 채 그라운드를 쳐다보며 각자의 상념에 빠졌다. 애매한 침묵만을 남긴 채.

잠실=스포츠월드 이원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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