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시대의 빠른 흐름에 대처하는 현대인들에게는 '힐링', '여유' 등의 키워드가 화제로 떠올라 그들 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다른 의미로 나아가 '과거에 대한 향수'로 번지면서, '응답하라' 시리즈 등이 인기를 끄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스트래티지 인사이트 공동설립자이자 미래학자인 리차드 왓슨은 소비자 행동에 관한 미래 트렌드에 대해 "추세를 역추세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 강력한 추세는 역추세를 불러온다. 세계화와 함께 지역주의가 나왔고, 패스트푸드 이후 슬로우푸드가 나오고 있다. 트렌드처럼 몰려오는 물결들이 맞물려온다. 해변과 부딪치면 반대방향으로 역류하는데 추세도 마찬가지다."라고 설파했다.
정리하자면, 이러한 현상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현재 상황에 대한 반발, 즉 '반대가 끌리는 현상'으로 보여지고 있다. 패스트푸드에 반대되는 슬로우푸드에 열광하고, 바쁘고 스트레스가 과한 현대인들에게 힐링이 주목되는 등의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리차드 왓슨이 말한 '역추세'의 물결인 것이다.
복잡한 상권이나 북적거리는 상업지구, 혹은 대중화 된 길을 벗어나 시간의 단면과 고즈넉함이 있는 한적한 '뒷길'이 최근 급부상 하고 있는 것도 한 부분이다. 대표적인 '뒷길'로 꼽히는 경복궁 서촌 마을에 점차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그것이다. 서촌은 한옥과 옛 골목, 재래시장 등의 서울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최근 생겨난 소규모 갤러리, 공방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서촌의 먹자골목이 부상하면서 독특한 인테리어와 컨셉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잡으려는 가게가 늘고 있다.
경복궁 2번 출구의 서촌 먹자 골목 안쪽에 위치한 '고기의 잔치'는, 옛 한옥과 현대식 인테리어의 조화로 기존에 각인된 고깃집답지 않은 세련된 인테리어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궁중조리법에서만 나타난 '무쇠주물'의 사용으로 한국적인 문화를 외식에 가미하여, 서촌 '골목길'의 품격을 높이면서 서촌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촌 '고기의 잔치'에서 사용하는 '무쇠주물'은 경기 무형문화재 제 45호 주물장 김종훈 선생이 만들었다. 이 '무쇠주물은 고기의 각 성분과 육즙이 그대로 보존되어 최상의 식감을 자아낼 수 있다. 전통적인 한국정서가 담긴 정통 고기의 식감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나른한 오후를 닮은 재즈 음악도 특유의 정서적인 분위기를 살려 여유와 시간의 단면이 살아 숨쉬는 서촌 맛집의 면모를 드러냈다.
북촌마을을 비롯한 삼청동 등은 이미 많은 관광객이 몰려 이전과 같은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서촌 등의 골목길로 발길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서촌 뿐만 아니라, 연희동 역시 다양한 공방과 감각 있는 카페거리 조성으로 여유를 찾는 연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메인 상권인 홍대, 신촌, 이대에서도 '뒷길'을 향하는 발걸음이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이대 후문은 메인 상권인 이대 정문보다 한적한 분위기로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대맛집이 즐비한 메인 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푸드엠씨 김용태 대표는 "아직까지 메인 상권이 우세하지만, 메인 상권의 북적함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담긴,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뒷길'만이 갖고 있는 미학과 문화적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선에서 지켜나간다면, 또 하나의 한국적인 문화로써 훌륭한 상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쁘고 북적이는 일주일을 지내 온 현대인들에게 있어 휴식은 필요충분조건적인 에너지다. 따라서 한적하고 여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뒷길'을 향하는 발걸음이야 말로 오늘날 소비자에게 있어 숨겨진 보물찾기가 아닐까.
류근원 기자 stara9@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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