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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의 설원을 지나가는 특급 열차. |
오전 9시 10분. 니가타행 ‘특급 이나호’를 타기 위해 찾아간 아키타 역에는 말 그대로 ‘설국열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영원 처럼 쏟아져 내리는 눈발을 뚫고 플렛폼에 열차가 진입하면 역무원들은 차창과 외벽의 눈을 떨어내기 바쁘다.
특급 이나호는 노란 빛의 날렵한 모습의 열차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곡창지대를 달리는 만큼 벼이삭에서 영감을 얻어 외관을 도색한 것이 특징. 니가타-츠루오카, 사사카다 구간을 달리는 특급 이나호의 일부 열차는 아키타까지 연결된다.
열차 내부는 알록 달록 컬러풀하게 꾸며 놨지만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차창 밖으로 흰색과 회색, 검은색만 존재하는 수묵화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시가지를 벗어난 열차는 동해의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달린다. 우리나라 강원도 해안 풍경과 비슷하지만 스케일이 조금 더 크다. 바다 반대편으로는 거대한 초카이산이 하얀 눈에 뒤덮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일본 열차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는 재미다. 역에서 미리 지역 특산 별미를 가득 담은 에키벤을 준비하면 여행이 더욱 즐겁다. 일본 열차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차내에서도 이동식 식음료 판매원에게 먹을거리를 살 수 있다.
‘설국’ 니가타 북쪽에 인접한 아키타현은 ‘아이리스’ 등 TV드라마 배경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다. 아키타는 니가타와 함께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하다. 아키타의 눈은 니가타의 눈과 조금 다르다. 기온이 낮은 탓에 툭툭 털면 옷에서 금새 떨어져 내리는 마른듯한 느낌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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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나미 온천. |
3시간 남짓 설원을 달리던 특급 이나호는 정오 무렵 무라카미역에 닿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 머리에 금방 들어오는 지명이다. 원래 이곳은 ‘무사들의 도시’ 였다. 과거 무라카미번의 성채마을로 번성해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연어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무라카미는 일본 최대의 연어산지다. 연어를 인공부화 시키는 기술을 최초로 성공시켜 가을이면 수 많은 연어들이 먼 바다 여행을 마치고 고향인 무라카미로 돌아온다. 싱싱한 연어를 맛볼 수 있는 제철은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하지만 다른 계절에 가도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된 연어요리를 즐기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깃카와’에 가면 수백마리의 연어가 천정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황태 처럼 저온에서 오랜 시간 숙성해 다른 차원의 맛을 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오모테가와 강변에 있는 연어공원 ‘이요보야 회관’에 가면 연어에 관한 역사와 문화 등을 잘 설명해 놨다. 무라카미 주변 숙소는 아름다운 석양으로 유명한 세나미 온천이 유명하다.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한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세나미온천 다이칸소는 현대식 시설과 옛 정취를 함께 즐기며 온천욕, 가이세키 요리 등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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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 유자와 스키장 |
겨울철 니가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키다. 니가타의 스키장은 조에쓰, 유자와 두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조에쓰 지역은 유럽 스타일이다. 거대한 설산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마을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스키장은 8.5km의 장대한 슬로프를 보유한 묘코 스기노하라 스키장(www.princehotels.co.jp/ski/myoko)이 손꼽힌다. 온천마을을 끼고 있는 아카쿠라 스키장(www.akakura-ski.com/)은 다양한 변화를 준 32개의 코스가 있다.
유자와 지역은 조에쓰에 비해 도시 취향이다. 갈라 유자와 스키장은 신칸센 플렛폼 바로 윗층이 스키하우스로 설계되어 편의성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이 스키장에는 도쿄 등 대도시의 젊은 남녀들이 북적거려 다른 스키장들에 비해 분위기가 활기차다. 쉽게 말해 ‘가장 물이 좋은’ 스키장이다.
유자와 인근에서 가장 큰 곳은 나에바 스키장이다. 코스는 27개, 리프트는 곤돌라를 포함해 29기나 되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 세계 최장 5.5km의 드라곤돌라(나에바-다시로 곤돌라)가 유명하다.
유자와에는 볼거리도 많다.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집필했던 ‘다카항 여관’, 명품 일본주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에치고유자와역 폰슈칸도 가볼 만하다. 무려 500여종의 다양한 사케를 시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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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자와 지역 은빛 설원을 달리는 열차의 모습이 그림 같다. |
도쿄와 니가타 지역을 연결하는 조에츠 신칸센은 갈라유자와 스키장 지하에서 바로 올라탈 수 있다. 도쿄까지 소요 시간은 77분. 날렵한 모습의 신칸센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해 이웃 군마와 연결된 긴 터널로 진입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소설 ‘설국’에서 언급한 국경의 긴 터널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열차가 터널을 빠져 나오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던 하얀 설원은 온데 간데 없다. 산맥이 눈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한 시간 남짓 열차의 기분 좋은 진동을 느끼며 잠시 눈을 붙였다. 종착역을 알리는 방송에 눈을 뜨니 열차는 휘황 찬란한 거대 도시 도쿄의 중심부를 지나고 있었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 일본 설국열차 투어의 또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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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키타역에 대기중인 열차에 눈이 쌓인 모습. 말 그대로 ‘설국열차’다. |
설국열차 여행은 JR 동일본에서 판매하는 철도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050-2016-1603으로 전화하면 한국어로 자세한 상담을 해준다. 도쿄에서 유자와 지역 스키장으로 가는 신칸센 왕복요금을 9000엔으로 할인해주는 GALA옵션권 등을 이용해도 좋다.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니가타 지역의 스키장이 처음이라면 강습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믿을만한 가이드와 함께 슬로프에 올라가는 것이 안심이다. 인파로 북적이는 우리나라 스키장처럼 순식간에 가이드가 나타나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니가타현 관광협회(www.enjoynigata.com/ko)나 니가타현 한국사무소(www.nigata.or.kr) 웹사이트를 참조하면 된다.
니가타(일본) 글·사진=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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