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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제주는 억새로 물든다

입력 : 2012-11-14 11:00:06 수정 : 2012-11-14 1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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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꽃이 붉은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할때가 절정
새별 오름 정상서 보는 한라산 거대한 곡선미 장관
석양 물든 황금억새밭 백미… 산굼부리 풍광도 으뜸
새별오름의 아름다운 낙조.
‘중산간 초원 억새의 아름다움은 시시각각 변한다. 어떤 이는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억새를 사랑하고, 어떤 이는 구름이 짙게 가라앉은 날 아침이나 저녁, 여명에 드러나는 억새를 좋아하고, 어떤 이는 바람부는 날 너울너울춤을 추는 억새를 으뜸으로 꼽는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사진가 고(故) 김영갑은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통해 억새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11월의 제주도는 온 섬이 억새밭이다. 10월에 피는 억새꽃은 늦가을 꽃이 붉은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끝없이 늘어선 황금빛 물결은 바람이 불때 마다 손을 흔들며 여행객을 반긴다.

이맘때 제주는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모슬포에서 큼지막한 방어들이 쏟아져 나올 때이고, 고등어 역시 기름이 잔뜩 올라 가장 맛이 좋을 때다. 제주에 있는 368개의 오름 중 억새가 가장 아름답다는 새별 오름에 올라가 봤다.

▲ 거대한 억새산, 새별 오름에 오르다.

새별 오름을 눈으로 본 사람은 수없이 많다. 관광객들이 이동하는 도로변에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연결되는 서부산업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제주 경마공원을 지나 애월읍 봉성리 부근 도로 오른편에 거대한 왕릉처럼 버티고 있는 것이 새별 오름이다.

가을이면 산 전체가 은빛 억새로 뒤덮이는 명소로 유명하지만 새별 오름에 직접 올라가 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또 다른 억새의 성지 ‘산굼부리’처럼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에는 열리는 들불 축제 때 인파가 몰려들 뿐 평소에는 한산하다.

저녁 하늘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샛별처럼 제주의 서쪽에 외로이 서 있다 해서 ‘새별 오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샛별’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어 효성악(曉星岳) 또는 신성악(晨星岳, 新星岳)이라고도 부르며 오름의 형태가 새가 날아가는 듯하다 해서 조비악(鳥飛岳) 이라는 이름도 쓴다. 제주도 방언으로는 ‘새벨오름’ 또는 ‘새빌오름’이라고도 한다. 새별 오름의 면적은 522,216㎡, 둘레는 2713m, 높이는 519.3m이다.

내비게이션에 새별오름을 입력하고 차를 몰아 가면 황량한 공사장에 도착한다. 새별오름 주변이 공사판이 된 까닭은 지자체에서 새별 오름을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기반시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반 시설이 완공되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지금처럼 야생 그대로의 맛은 아무래도 떨어지게 되니 이번 가을이 가기 전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을듯하다. 

새별오름 정상 주변 방목지의 환상적인 풍경.
공사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 새별 오름이 거대한 장벽처럼 다가온다. 황량한 주변 벌판 곳곳에는 풀을 뜯는 말들이 보인다. 예전에는 승마체험 시설이 오름 바로 아래 있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고 주변 목초지에 방목된 말들만이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여행자들을 반긴다.

오름 주변으로는 트레킹 코스가 잘 가꿔져 있어 정상까지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다. 중간에 다소 가파른 지점이 나오지만 억새밭의 풍광에 취해 ‘놀멍 쉬멍’ 걷다 보면 20∼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동쪽으로는 한라산의 거대한 곡선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며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달이오름 등 크고 작은 오름군이 이어지며 바다 건너 비양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다면 석양 무렵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서쪽 바다, 비양도 너머로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은빛으로 반짝이던 억새꽃 무리가 석양을 받아 화려한 황금빛을 뿜어낸다. 해질 무렵의 감동을 느긋하게 즐기려면 헤드랜턴 등 간단한 야간산행 장비를 준비해 가는 것이 안전하다.

오름 중턱에서는 제주도 특유의 장례문화인 ‘산담’이 보인다. 말이나 소의 방목으로 인한 묘지의 훼손을 막는 목적으로 봉분 주변에 돌담을 쌓아 올린 ‘산담’은 산불과 태풍으로부터 무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산담에는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출입문(시문)이 있는데 망자의 혼령이 지나다니는 통로다. 시문의 위치가 오른쪽에 있다면 무덤의 주인은 남자, 왼쪽에 있다면 여자다. 제주에서는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산담 안에서 밤을 보내면 해를 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담 안쪽 무덤 주인들이 산짐승이나 나쁜 기운으로 부터 지켜준다는 것이다.

▲ 산굼부리 등 제주도 억새 명소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억새 군락지는 역시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산굼부리다. 입장료를 받는 만큼 잘 가꿔진 산책로와 400고지에 펼쳐진 드넓은 오름 억새밭은 역시 명불 허전. 이외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따라비오름’ (342m), 제주시 애월읍 이시돌목장과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 부근도 억새 군락이 유명하다. 제주 올래길의 거의 모든 코스에서도 억새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제주=배병만,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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