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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러시안 소설' 예술을 예술로 담아내다

입력 : 2013-09-24 18:13:26 수정 : 2013-09-24 18: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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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편을 스크린에서 감상한 것 같다. 감성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27년간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소설가 신효(강신효).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젊은 시절과 달리 현실에서 그는 ‘전설’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출판된 소설들이 자신이 쓴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의문을 풀기 위해 ‘우연제’와 단서를 쥐고 있는 27년 전의 인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과거를 마주해보는 신효. 그의 주변에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 ‘우연제’를 만든 당대 최고 소설가 김기진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을 감추고 있는 성환(경성환), 신효의 재능에 헌신했지만 결국 그를 파멸로 몰고 가는 여자 재혜(이재혜), 여공 출신의 성공한 젋은 소설가지만 문단의 질시로 주저앉고 마는 경미(이경미)가 있었다. 과연 신효를 대신해 명작을 완성한 사람은 누구일까.

‘러시안 소설’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뉜다. 신효가 유명 소설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시절의 모습과 깊은 잠에서 깨어나 유명세를 만끽하는 2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초반부는 작가라는 길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하는 신효의 모습이 등장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혹평도 받고 칭찬도 받고 용기도 받으며 그는 성장한다. 신효의 주변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소설 속 복선처럼 다가온다. 신효와 마주하기도, 지나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고조시킨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인상적인 대사들과 모습들, 아름다운 풍경까지 더해져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긴 잠에서 깨어난 후의 모습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긴 세월 탓에 머리털이 많이 빠져 젊은 신효와의 싱크로율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는 두 인물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영화 속 재미다.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소설에 대해 마음놓고 자기 것이라고 말을 못하는 그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 의문을 풀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서 피식하는 웃음도 자아낸다.

영화 ‘러시안 소설’은 문학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었다. 영화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두 개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특수효과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마치 예술 작품처럼, 등장 인물들과 배경, 심지어 대사마저도 굉장히 감성적이다. 책장을 넘기듯 내레이션과 함께 대사를 화면 위에 펼치는 기법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예술을 예술로 담아낸 ‘러시안 소설’. 클래식의 우아한 부활이란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린다. 흥미로움은 물론 신비함마저 느껴지는 ‘러시안 소설’, 굳이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단 가슴으로 마주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수상, 제4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스펙트럼 부문 초청, 제36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초청작. 9월19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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