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의 FA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1. 전준우가 1986년생 만 33세의 나이로 FA시장에 나왔다. FA 계약을 맺을 경우 만 34세~37세 시즌을 커버하게 된다. 구단에서는 에이징 커브와 수비 포지션, 외야수로써 평균 이하의 수비력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타자로서의 전준우는 매우 훌륭하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감소했음에도 20홈런을 넘겼다.(2018년 33개 -> 2019년 22개) 절대적인 홈런 개수는 떨어졌으나, 홈런 순위는 공동 6위로 전년도 9위 대비 3계단 상승했다.

 

2-1. 우타자인만큼 기본적으로 좌투수에 더 강하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도 약하다고 볼 만큼 큰 격차가 발생하지 않았다. (2019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 0.341 OPS 0.929 / 우투수 상대 타율 0.290 OPS 0.819)

 

2-2. 타석당 투구수가 롯데 평균에 비해 적은 편으로(3.63개 / 롯데 평균 3.8개), 상당히 적극적인 타격을 구사한다. 볼 비율이 롯데 평균보다 높아 선구안이 평균 이상이며, 볼이 많음에도 타석당 투구수가 적은 것은 좋은 볼에 적극적인 타격을 했다는 의미다.

 

2-3. 삼진 개수 또한 적어서 롯데 타자 평균보다 BB/K(볼넷 대비 삼진 비율)가 상당히 낮다.(1.48/롯데 타자 평균 2.46) 기본적으로 볼을 골라내는 확률이 높고 삼진이 적으며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이 좋다. 보통 삼진이 볼넷 보다 2.5배 정도 많은데 비해 전준우는 1.5배의 수치를 보인다.

 

→2-2 + 2-3를 종합하면 선구안의 좋고 좋은 볼에 적극적인 타격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2-4. 146km 이상 속구 상대 타율과 OPS에서 본인 기본 성적보다 좋은 기록을 냈다. 롯데 타자 평균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기록이다 (전준우 146km 이상 속구 상대 타율 0.309 OPS 0.845 / 롯데 타자 평균 146km 이상 속구 상대 타율 0.229 OPS 0/629) 이는 속구 상대 대처 능력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2-2 + 2-3 + 2-4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기 때문에 에이징 커브가 오더라도 성적이 크게 저하될 우려가 적다. 게다가 빠른 공 대처 능력이 우수하고,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므로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현재로서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2-5. 변화구 상대 대처 기록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 역시 롯데 타자 평균과 비교했을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전준우 변화구 상대 타율 0.292 OPS 0.793 / 롯데 타자 평균 변화구 상대 타율 0.225 OPS 0.593)

 

2-6. 유일한 약점은 핫 & 콜드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몸쪽 높은 코스의 공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제구가 조금만 벗어나도 난타당한 확률이 높다. 주변 존의 타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볼 하나 벗어난 부분에 대한 공략도 매우 훌륭한 편이다.

 

2를 종합해볼 때, 공인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고 홈런 개수는 떨어졌지만 순위가 오른 것으로 보아 파워의 하락이 염려되지는 않는다. 우타자인만큼 기본적으로 좌투수에 더 강하지만 우투수를 상대로도 약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타석당 투구수는 적은 편이지만 볼넷 대 삼진 비율이 평균에 비해 우수하고, 볼 비율이 많으므로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타격을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선구안이 좋고 속구 대처능력이 좋으므로 에이징커브가 심하게 올 우려는 매우 적다. 약점이 뚜렷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타자로서의 전준우는 매우 훌륭한 타자이고, 에이징커브의 우려 또한 적다.

3. 우려되는 것은 수비력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신뢰할만한 수비지표는 없는 실정이지만, 현장에서의 평가도 그리 좋지 않다. 평균 이하의 외야수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때문에 1루수 컨버전 얘기가 나오고 있다. 타구판단, 수비력, 송구력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 결국 전준우는 타자로서는 훌륭하지만, 주루와 수비, 송구 능력을 모두 고려했을 때 야수로서는 부족하다고 구단이 판단할 수 있다.

 

4. 길어지는 FA 협상 기간 중 구단과 선수의 간극은 여기서 발생한 것일 수 있다. 분명 타자로서의 공격력은 최상급이니 전준우는 이 점을 인정받기를 바랄 것이다. 팀 사정에 맞춰 포지션을 불만 없이 변경해온 것도 인정받고 싶어할 것이다.(내야수->중견수->좌익수) 하지만 FA는 과거의 가치가 아닌, 미래의 가치를 보는 계약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가 안 되는 지명타자는 수비가 되는 야수에 비해 좋은 가격을 받기 힘들다. 타자와 야수 그 사이에서, 전준우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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