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전 18위, 올 시즌 최고 성적 공동 17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후 15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 내셔널타이틀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선수권대회(총상금 14억원)’에서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회가 시작됐고,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2, 3라운드 연속 이글을 기록하는 등 독주를 펼치며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제 마지막 라운드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대회 ‘핫 플레이어’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 그리고 ‘바보 아빠’를 예약한 주인공은 바로 양지호(37)다.
양지호는 23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화려한 로브샷으로 이글을 낚아채는 등 4타를 줄이며 67타의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신들린 활약이다. 1라운드 6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양지호는 2라운드에서 4타를 줄였다. 3라운드까지 최종합계 14언더파 199타, 여전히 단독 선두다.
강력한 우승 후보다. 7언더파를 기록 중인 2위 찰리 린드(스웨덴)와 무려 7타 차이다. 3위 아브라함 앤서(멕시코)은 5언더파,
4위 왕정훈은 4언더파를 기록 중이다. 우정힐스CC 대회 코스 레코드가 8언더파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승이 유력하다. 이번 대회 데일리 레코드는 본인과 앤서가 기록한 6언더파다.
내셔널타이틀 대회 역사상 첫 이정표를 세운다. 67번의 대회를 치르면서 예선전을 거쳐 정상에 오른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예선전 통과 선수의 최고성적은 준우승이었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도 유력하다. 양지호에게는 올 시즌 첫 우승이자 한국오픈 대회 첫 우승이 걸려있다. 또 2023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3년 만이자 KPGA 통산 3승이 기다리고 있다.
양지호는 이날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그는 “쟁쟁한 선수들과 같은 조에 묶여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어차피 여유 있으니 침착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플레이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4번 홀(파3)부터 흐름을 되찾았다. 이날 첫 버디를 기록한 그는 5번 홀(파5)에서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그린 주변 러프에서 시도한 로브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글이었다. 양지호는 “서드샷이 좋지 않은 지점에 있어서 볼을 띄운 뒤 최대한 홀에 볼을 붙인다는 생각으로 샷을 했다”며 “샷을 하는 순간 ‘너무 잘 맞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임팩트가 좋았다. 운 좋게 볼이 홀에 들어갔다”고 미소 지었다. 기세를 탄 그는 6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솎아냈다.
양지호는 라운드를 마친 뒤 “퍼트가 이번 주 내내 너무 좋았다. 좋은 기운이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라며 “행운이 많이 따르고 있다”고 겸손했다. 이어 “내셔널타이틀 대회가 주는 중압감이 컸다. 다만 이글, 버디를 하면서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최종 라운드에 좋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서 플레이하겠다”고 전했다.
양지호는 전날 2라운드를 마친 뒤 “아이가 오는 12월에 태어난다”며 “아내와 아이를 위해 더 책임감 있게 플레이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양지호의 아내는 앞서 KPGA 통산 2승을 달성하는 매 순간 캐디로 곁을 지킨 김유정 씨다. 양지호는 아내가 임신한 후 전문 캐디로 바꿨다. 그는 “아내는 사실 전문적인 캐디가 아니다. 다만 멘털적으로 너무 잘 케어를 해줘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라며 “현재 캐디는 친동생 같다. 함께 있으면 너무 웃기고 즐겁다. 화가 나가다고 웃는다”며 “이런 부분이 (좋은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양지호는 “아이 태명이 무럭이다. 아내와 무럭이가 있으니깐 마지막 라운드도 최선을 다하겠다. 용기를 내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천안=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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