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 시리즈 후반부, 더욱 탄탄한 마운드 조립이 필요하다.
잠실을 거쳐 대전으로 건너간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가 하이라이트를 향해 간다. 어느새 5차전이다. 차근차근 밟아온 스텝이 어떤 엔딩을 맞을지 결정되는 순간이다. 초반 분위기를 움켜쥐었던 LG도, 19년 만의 KS에서 이대로 물러날 수 없는 한화도, 모두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다.
유리한 건 LG다. 전날(30일) 열린 4차전에서 약속의 9회에 6득점 빅이닝을 수놓아 1-4를 7-4로 뒤집는 기염을 토했다. 앞선 3차전에서 똑같은 6실점으로 역전패를 당했던 굴욕을 그대로 갚아줬다. 시리즈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V4’까지 승리 조각 단 하나만 남겼다.
선발 로테이션은 한 바퀴를 돌았다. 각자 준비한 4선발이 사이좋게 한 경기를 치러낸 가운데, 바통이 다시 1차전 선봉장 앤더스 톨허스트(LG)와 문동주(한화)에게 향한다.
톨허스트는 LG의 1차전 기선제압을 이끈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였다.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으로 팀의 가을을 화끈하게 열었다. 피안타가 7개로 적지 않았지만, 침착한 위기관리가 돋보였다. 75.6%의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앞세운 무사사구 제구력과 7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독수리 타선을 막아세웠다. 자신감은 충만하다. 톨허스트는 1차전을 마치고 “한 이닝 더 던져도 괜찮았지만, 아쉽지 않다. 팀의 우승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음 등판을 위해 회복에 집중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문동주는 복수를 벼른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에 불펜으로 나서 2경기 1승1홀드,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시리즈 MVP를 따냈던 그는 1차전에서 LG 타선에 호되게 당했다. 4⅓이닝 4실점(3자책점)으로 부진했다. 박해민에게 솔로포를 내주는 등 구위가 완벽하지 못했다. PO에서 시속 161.6㎞를 찍던 패스트볼 최고 구속도 154㎞로 떨어지는 등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보직 재전환, 나흘 휴식 등의 암초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한화가 지난 3차전에서 기적의 7-3 역전승을 일구면서 문동주가 나설 5차전의 불이 켜졌다. 1차전 패전 이후 “내게 주어진 경기가 1경기였을지는 알 수 없다. 아직 기회가 남았다는 생각으로 다음에 반드시 아쉬움을 털겠다”고 띄워보낸 간절한 소망이 이뤄진 지금, 설욕의 호투를 펼칠 일만 남았다.
변수는 있다. 감독들의 승부수가 곳곳에서 터져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리즈 종반부다.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하고자 선발 자원을 불펜으로 출전시키는 건 단기전에서 흔한 일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미 이번 시리즈에 앞서 송승기를 불펜으로 전환시켰고, 1차전에서도 손주영을 톨허스트 뒤에 대기시키며 총력전을 불사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마찬가지다. 앞선 PO에서 문동주를 불펜으로 활용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꼭꼭 숨겨놓은 비책을 어느 타이밍에 꺼내들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KS의 색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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