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뛰고 싶어요.”
한국 축구의 떠오르는 샛별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2003년생 젊은피 배준호(스토크시티).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상을 빠져 공백이 생긴 왼쪽 날개를 10월 A매치 2경기에서 완벽하게 메웠다. 자신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그다. ‘믿을맨’이 되어가고 있다.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대전하나시티즌에서 프로 데뷔를 한 배준호는 지난해 여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스토크 시티로 이적해 유럽 무대에 발을 들였다. 우려와 달리 합류 후 잠재력을 뽐내며 단숨에 팀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강등 위기에 놓여있는 팀을 구해, 구단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한국의 왕’이라는 칭호까지 붙었다. 올 시즌 역시 활약해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을 배정받았다.
대표팀 차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 6월 김도훈 임시감독 체제에 A대표팀에 처음 발탁, 싱가프로와의 아시아 2차 예선 5차전(7-0 승)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데뷔전 데뷔골이었다. 9월 A매치는 부상으로 쉬어갔으나 10월 A매치에 재승선했다. 요르단전(2-0 승)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이 빠져 우려가 쏠렸던 왼쪽 윙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증명은 A매치 첫 선발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끝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4차전에 선발 출전을 명받았다. 3-2 승리에 기여했다. 첫 선발임에도 떨림보단 설렘이 먼저였던 강심장 배준호다. 그는 “포지션을 짜서 전술 훈련할 때 짐작하긴 했는데, 확실히 안 건 경기 당일이었다”라며 “많이 뛸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웠고 개인적으로 전술훈련 통해서 준비했기에 설렜다”고 웃었다.
2경기 연속으로 도움을 기록했다. 요르단전에선 오형규(헹크)의 추가골을, 이라크전에선 오세훈(마치다)의 선제골을 도왔다. 배준호는 “대표팀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한 일인 것 같고, 공격수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의 대체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공격포인트뿐 아니라 과감한 돌파와 날카로운 침투, 적극적인 드리블까지 자랑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그다. 꾸준한 대표팀 승선도 마냥 꿈이 아니다. 배준호는 “(주전이) 될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라면서 “먼저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지컬적으로 강한 리그에서 뛴 것이 도움이 됐다.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배준호 덕에 대표팀이 젊은 날개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다. ‘좌준호-우강인’이 말까지 나온다. 배준호는 “(이)강인 형을 비롯한 대단한 형들과 같이 발을 맞출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강인이 형을 따라가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이번 경기로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대표팀에서 긴 출전 시간을 가져가다 보니 많은 것을 느꼈다. 형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서 한국을 오가면서 경기를 했는데, 몸 관리의 중요성도 깨달았다”고 눈을 번뜩였다.
더 높이 함께 올라갈 일만 남았다. 배준호의 시선은 북중미 월드컵으로 향한다. “월드컵에 나가서 경기를 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남겼다. 미소를 지으며 소속팀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그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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