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마지막 낭만 머신’
BMW Z4가 로드스터의 명맥을 진보를 통해 계승했다. Z4는 선조격인 Z3의 DNA를 물려받아 2002년 처음 공개된 이래 20년 이상 BMW의 대표적인 ‘Fun카’로 군림해오고 있다. 고성능 엔진과 작은 자체가 맞물려 운전하는 재미를 극대화했으며 오픈 에어링 요소까지 더해져 타 모델에서 느낄 수 없는 특유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기자는 최근 Z4 sDrive20i 모델을 타고 서울 도심 및 근교를 시험 주행해봤다.
현행 Z4는 3세대 모델(G29)로 국내에서는 sDrive20i와 M40i 모델로 2가지 버전을 시판 중이다. 이번에 시승해 본 모델은 sDrive20i로 BMW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발휘한다. 제로백은 6.6초다. 한 수위의 스펙을 자랑하는 모델도 있지만 sDrive20i로도 시내와 근교 주행에서 차고 넘치는 주행실력을 발휘했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코너링은 Z4가 왜 BMW의 로드스터인지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다.
각종 드라이브 모드도 재미를 배가시킨다. 컴포트, 에코 프로, 스포츠 드라이브 모드가 제공되며 인디비주얼 드라이브 모드를 통해 스티어링휠과 기어비, 서스펜션 등을 개별 조절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패들쉬프트와 스텝트로닉 변속기가 맞물려 더욱 스포츠틱하게 달릴 수 있다. 카랑카랑한 배기음도 존재감을 뿜어낸다. 컴포트 모드로 변경해도 일반 세단의 주행질감이 아닌 스포츠한 주행 본능이 남아있는 것도 특징이다.
Z4하면 롱노즈 숏테크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반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선 접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포지션이다. 이는 Z3시절부터 이어오던 아이덴티티다. 대형 공기 흡입구, 트렁크 상단의 일체형 스포일러, 슬림한 L자형 리어 라이트, 리어 디퓨저 등을 탑재해 정통 로드스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BMW 전통의 앞뒤 50:50 무게 배분 및 낮은 무게 중심으로 주행 재미를 배가시킨다. 스포틱하고 안정적인 주행질감을 모두 잡아 근교 주행에서는 힐링을 가져다주고 데일리카로도 손색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부 역시 충분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버네스카 내장 가죽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헤드레스트 일체형 M 스포츠 시트도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각종 수납공간이 배치돼 있어 좁다는 느낌을 느낄 수 없었다.
사이즈는 시류에 따라 점점 커지고 있다. 그만큼 거주성 및 트렁크 공간도 늘어났다. Z4 1세대의 경우 전장 4091㎜, 전폭 1781㎜로 출발했으며 2세대에서 전장 4239㎜, 전폭 1790㎜, 3세대에서는 전장 4325㎜, 전폭 1865㎜으로 대폭 덩치를 키웠다. 또한 트렁크 용량 역시 281ℓ의 공간이 나온다.
소프트탑으로 회귀한 점도 흥미롭다. Z4 1세대는 소프트탑 시작했지만 2세대는 하드탑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장점이 많은 소프트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매뉴얼에는 10초 이내에 개폐가 가능하다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더 빨랐다. 버튼 조작만으로 약 7초 만에 개폐를 끝낸다. 특히 50km 미만 주행 중에도 개폐가 가능해 편의성을 높였다. 50km 이상에서는 변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개폐 버튼을 눌러도 작동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대담한 색상은 압권이다. 시승인 sDrive20i M 스포츠 퍼스트 에디션은 썬더 나이트 메탈릭 외장 컬러 및 버네스카 아이보리 화이트 컬러 시트를 적용했다. 또한 19인치 V 스포크 772 M 제트 블랙 휠로 도로 위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낮은 차체에 Z4의 아이덴티티가 어우러지는 디자인과 메탈릭 컬러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행 및 주정차 시 수차례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로드스터의 인기는 1990년대 후반 촉발됐다. 마츠다(미아타)가 포문을 열고 BMW(Z4)와 벤츠(SLK), 포르쉐(박스터), 아우디(TT) 등도 로드스터 모델을 내놔 이른바 로드스터 전쟁이 한판 치뤄진 바 있다. 2인용이라는 특별함 속에 작은 낮고 작은 차체는 대중들로부터 ‘스포츠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시내 및 근교를 여유롭게 주행할 수 있는 작은 로드스터의 낭만 감성은 시대에 따라 진화가 이루어졌다. 그 선두는 전통과 진보를 아우른 Z4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사진=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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