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져야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책임져야 할 때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오는 10월2일 대한축구협회 감사 중간 발표에 나선다. 이어 10월7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정 협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해야 한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출석은 결정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중요한 A매치도 앞두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월 10일과 15일 각각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 4차전을 치른다. 협회는 눈코 뜰 새 없는 10월을 보내야 한다.
분위기는 최악이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 정 협회장과 홍 감독,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 관계자들이 모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결과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협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문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소리만 치기 바빴다.
이 가운데 분명한 것은 이 이사만 ‘카톡 회유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명예를 사퇴 명분으로 내세웠고, 카톡 회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정 협회장은 4연임 도전에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여지를 남겼고, 홍 감독은 이 문제를 두고 사퇴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공감 능력도 없다. 풀어나갈 능력도 없다. 이제는 정몽규 회장 체제가 끝나야 하지 않을까”라고 ‘정몽규 아웃(OUT)’을 외쳤다.
◆해결
“나는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
최근 정 협회장이 출간한 ‘축구의 시대’에 담긴 자서전 집필 이유다. 일각에선 ‘절망의 시대’라 읽힌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정말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면 협회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입을 꽁꽁 닫고 있는 것이 아닌, 앞에 서서 온몸으로 총알을 대신 받아내야 한다. 본디 회장직은 결정,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리다. 사퇴도 안 할 것이라면 변화라도 만들어야 한다.
새 얼굴이 필요하다. 기술이사는 대표팀 관련 업무와 기술 분야를 총괄 지휘하는 자리다. A매치가 코앞이다. 오래 비워둬선 안 된다. 이 기술이사의 사퇴가 확정되면 협회의 할 일만 더 늘어날 뿐이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가운데, 공명정대한 사람이 필요하다. 이미 축구계는 고일 대로 고였다. 협회 고위 관계자에게 한번 낙인이 찍히면 한국 축구에서 발붙이고 있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 입맛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 소신 있게 협회의 암을 드러내 바꿀 수 있는 사람이 기술이사를 맡아야 한다. 더이상 꼭두각시는 필요 없다.
◆능력
허비할 시간이 없다. 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10일 원정 요르단전과 15일 홈 이라크전을 치른다. 현재 문제는 홍 감독의 선임을 둘러싼 의혹들이지만, 홍 감독이 이런 의혹에 일일이 쫓아다니며 해명을 할 때가 아니다. 당장 오는 30일 A매치 3, 4차전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한다. 선수단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시기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 주축 이강인 등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따르겠다고 의사를 피력한 만큼 홍 감독은 바쁘게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한국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정 협회장이 진정한 책임자라면 ‘총알받이’가 돼야 한다. 준비만 해도 모자란 판국에 홍 감독은 명단 발표 이틀 뒤엔 문체부 감사 중간발표를 맞이한다. 정 협회장은 홍 감독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FIFA 랭킹에서 한국(23위)이 10월 맞서는 요르단(55위)과 이라크(68위)보다 앞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1, 2차전을 치르며 랭킹이 전부가 아닌 것을 모두가 확인했다. 당장 코앞에 있는 경기에 모든 힘을 실어줘도 부족할 수 있다.
대표팀이 결과조차 내지 못한다면 여론은 더욱 차갑다 못해 돌아설 것이다. 관중석이 텅텅 비어버린 A매치를 직접 눈으로 마주할 수도 있다. 정 협회장은 이 두 가지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협회의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4연임’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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