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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지 못한 KFA 행정+김학범호 준비 부족… 예견된 참사

입력 : 2021-08-02 06:00:00 수정 : 2021-08-02 09: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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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이 멕시코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축구가 ‘6실점 자동문’ 오명 속에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행정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대한축구협회, 팀 색깔을 완벽하게 만들지 못한 대표팀까지 준비가 부족했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며 ‘도쿄 참사’를 불러왔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8강에서 탈락했다. 지난 31일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치른 멕시코와의 대회 8강전에서 전후반 각각 3골씩 무려 6실점을 허용하며 3-6으로 패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썼던 한국 올림픽 축구는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8강에서 탈락했다.

 

 창피한 결과였다.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6실점 이상을 허용한 것은 1964년 도쿄올림픽(체코전 1-6 패, UAE 0-10 패) 이후 처음이다. 또한 23세 이하로 연령 제한 규정을 적용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4골 이상 허용한 것도 최초이며 2008 베이징올림픽(이탈리아전 0-3 패) 이후 최다 점수 차 패배 타이기록을 남겼다.

 

▲’베스트 11’이 없었던 김학범호

 

 올림픽 메달은 ‘행운’이 따라야 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행운은 ‘완벽하게 준비된 자’에게만 다가온다. 멕시코를 상대로 6실점을 허용했던 김학범호에는 해당하지 않은 이야기다.

 

 베스트 11도 온전하게 마련하지 못했다. 즉 색깔을 완벽하게 그려내지 못한 채 대회에 참가했다는 뜻이다. 공격 2선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 대표팀에는 와일드카드이자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던 권창훈(수원삼성)을 필두로 K리그에서 검증받은 송민규(전북), 엄원상(광주), 이동준, 이동경(이상 울산)이 포진했고 ‘축구 천재’로 불리는 이강인(발렌시아)까지 합류했다. 자원이 풍부한 만큼 최고의 컨디션과 팀 전술에 부합한 뼈대를 세웠어야 했다. 그런데 김학범 감독은 멕시코전 포함 대회 4경기를 치르면서 모두 다른 공격 2선 조합을 내세웠다.

 

 애초 베스트11로 꼽혔던 권창훈과 이강인은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이 드러냈고 결국 2차전에서는 벤치에 앉았다. 이후 이강인은 최전방 공격수 백업, 권창훈 역시 와일드카드로서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채 대회를 마감했다.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컨디션에 따라 베스트 11이 바뀌기는 하지만 뼈대가 없었기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와일드카드도 마찬가지다. 김학범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와 중앙 수비수 박지수를 선발했다. 문제는 황의조의 백업이 1명도 없었고, 대회를 치르면서 이강인이 급조됐다. 박지수 역시 마지막까지 김민재를 기다리다 박지수가 급하게 합류했다. 두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팀에 얼마나 녹아들었나’로 판단했을 때 국제대회에 출전하기에는 완벽하지 않았다. 공격은 마무리에서 콤비 플레이보다는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성향이 짙게 드러났고 수비에서는 유기적인 협력 수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멕시코전 6실점 장면 모두 1대1 싸움에서 무너졌고, 협력 수비는 보이지 않았다.

김진야, 이강인, 이동경(왼쪽부터)이 멕시코의 경기에서 6대3으로 패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눈치 보고, 무기력했던 대한축구협회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앞둔 파울로 벤투 성인대표팀 감독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 서로 뽑고 싶은 선수가 겹쳤다. 이강인, 원두재, 이동준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 감독은 “세계 대회를 앞두고 있다.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양보를 거듭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양보는 없었다. 협회는 두 대표팀 사이에서 중재하지 못했고 눈치만 보다 끝났다.

 

 대회 중 논란에도 소극적이었다. 대표팀은 뉴질랜드전 이후 ‘이동경 악수 논란’이 발생했고 온두라스전 이후에는 ‘이강인 입모양’ 논란도 일어났다. 두 건 모두 축구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23세 이하의 청년들이다. 감정과 태도를 컨트롤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잘못한 부분은 사과하고, 다음부터 잘하면 된다. 모두가 실수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협회는 이동경 악수 건과 관련해 ‘방역지침 준수’라는 상식 이하의 핑계를 댔고 이강인 논란은 설명조차 없이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그 사이 팬들은 대표팀의 조직력에 물음표를 달았고 이는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협회는 과연 올림픽을 치르면서 준비과정부터 결과까지 얼마나 행정력을 집중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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