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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감별 까다로운 췌장·담도 질환, ERCP로 해결한다

입력 : 2021-05-26 03:01:00 수정 : 2021-05-26 18: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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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최신형 장비 구축
정확한 진단 가능… 치료효과↑
췌장·담도암 의심환자도 적용
원스톱 의료서비스… 편의성↑

[정희원 기자] # 온통 파란 빛을 띄는 ERCP실에서 의료진들이 집중하며 의료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모니터링에 집중하며 꼼꼼하고 신중한 움직임으로 담석을 제거하고, 막힌 담관 또는 췌관을 뚫어 담즙과 췌장액을 배액시킨다. 상황에 따라 암이 의심되는 병변을 확인해 면밀한 진단을 내린다. 이 중심에 선 인물이 오치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다. 

 

의료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췌장·담도질환은 까다로운 질환으로 꼽힌다. 신체적으로 구조·위치가 복잡해 검진이 쉽지 않고, 당장 질환이 나타나도 특별한 변화가 없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은 췌장·담도를 다루는 소화기내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꼽힌다. 실제 국내 췌장·담도 질환의 증가 추세는 ERCP 시술 건수로 간접 평가한다.

 

최근 경희대병원은 ‘췌장·담도 진단 및 치료내시경실(ERCP실)’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높아진 치료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환자·의료진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25일 오치혁 교수를 만나 ERCP 치료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국내 ERCP시술은 연간 시술 건수 200건 이하의 병원이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치혁 교수는 연간 600건 정도의 ERCP 시술에 나서고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다. 1인당 시술 건수로는 독보적인 성적이다. 

오치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RCP가 어렵게 느껴진다. 간단히 설명해달라.

 

“내시경과 방사선을 동시에 활용한 검사로 췌장·담도 질환 진단 및 치료에 활용된다. 특수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담도·췌관의 매우 작은 입구인 십이지장 유두부를 통해 방사선 조영제를 주입하고 엑스레이를 촬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상 여부를 관찰하는 특수치료기법이다.”

 

-ERCP나 스파이글래스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췌장·담관의 위치·형태적 특성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접근·감별이 모두 어렵다. 기존에는 복부초음파와 복부CT 검사가 이용됐지만 진단에 한계가 있었다. 내시경만을 활용할 경우 십이지장까지는 보이지만 담관·췌관은 보이지 않는다.

 

입구만 보이고 정작 살펴봐야 할 안쪽의 관 자체가 보이지 않으니 진단이 어렵다. 췌장·담도 질환은 보통 담석 등 돌이나 암 등 종양으로 막혀 생기는데, 이를 확인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반면 ERCP는 담도나 췌도 내 결석 유무 조기진단에 강점을 보인다. 이를 적용할 경우 개복·복강경 수술 없이 결석, 암 등 질환여부를 확인·치료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주로 어떤 환자에게 적용되나.

 

“예컨대 증상 및 검사소견에서 담도 또는 췌장 질환이 의심되거나, 췌장암이 의심되지만 복부CT∙MRI, 내시경초음파 등에서 검사결과가 애매하거나, 급성 담도염을 동반한 담도성 급성 췌장염을 치료해야 하거나, 원인불명 급성 췌장염 검사 등에 시행된다. 담도폐색으로 인한 황달 치료에도 쓰인다. 췌장암, 담도암 의심환자에게도 적용한다.”

 

-기존 검사와 좀더 자세히 비교해달라. 당장 환자 편의성이 높아지는지.

 

“정확하고 안전한 ERCP가 적용될 경우, 불필요한 수술을 최소화하면서 내과적 치료가 가능해진다. 췌장이나 담도는 암 등이 의심이 된다고 해서 기존처럼 ‘일단 종양을 떼 버리자’고 하기에는 수술이 너무 커지는 부위다. 이후 합병증도 우려해야 한다.

 

가령 췌장 머리 쪽, 담관 입구 쪽에 조그만 종양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종양을 절제하면 십이지장, 담관 등을 모두 건드리게 되고, 마지막에는 소장까지 다시 이어야 한다.

 

암 수술이라면 당연하지만, 단순 종양에 이를 적용하기엔 너무 힘든 과정이다. 췌·담도 질환에서 감별이 중요한 이유다. ERCP를 적용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면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최근 ERCP실 리모델링을 마쳤다.

 

“진단에서 중요한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장비’다. 의사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대학병원이라면 기본적으로 의사들의 시술 능력은 보장된 편이다. 이렇다보니 치료성적 차이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비일 수밖에 없다.

 

고성능 의료기기·화질 좋은 영상장비일수록 병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일반 병원에서 찾기 힘든 특수 기구를 도입해 다양한 상황에 적극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리모델링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선량 엑스레이 도입이다. 최신 장비로 화질향상은 물론 환자 체격에 따른 최적의 선량을 계산, 방사선 노출량을 최소화하고 피폭 위험성을 줄였다.

 

특히 이는 ERCP팀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ERCP팀은 방사선 속에서 일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술자나 시술팀이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 시술에 집중할 수 없다. 어렵고 난이도 높은 시술에 소극적이게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방사선량은 낮으면서 화질이 좋으면 같은 시술을 했을 때 비해 시간이 짧아진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다.

 

ERCP시술을 받는 환자가 한번만 치료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담석 등의 경우 재발되거나, 담관 스텐트가 막히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환자에게 조사되는 선량이 줄어드니 긍정적이다.

 

이번에 여러 장비를 들이기 위해 고민하고 병원 전체가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전반적으로 제언해달라.

 

“새로 구축된 원스톱 ERCP실은 ERCP 시술뿐 아니라 내시경초음파(EUS)를 이용한 진단 및 중재시술, 스파이글래스 담도내시경 시술이 한 곳에서 신속히 이뤄진다. 췌장 및 담도질환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수 있게 됐다.

 

ERCP는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 중 가장 어려운 고난도 시술이다. 천공과, 출혈, 합병증의 위험이 동반되는 합병증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술자의 능숙함과 병원의 전문성이 전제돼야 한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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