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와 1970년대 ‘007’ 시리즈를 보는 듯한 화면 구성에 음악 역시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잔재미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유물처럼 돼버린 냉전의 추억이 짙게 배어있다. 그러면서 나치 독일의 파시즘을 배합해 색다른 이야기 구성을 선보인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내레이션과 함께 나치 독일의 패망과 함께 냉전 시대의 개막을 지도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장벽이 세워진 동서 베를린 경계에 한 남자가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나타난다. 동베를린으로 향한 이는 미국 CIA 요원인 나폴레옹 솔로(헨리 카빌). 그를 유심히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소련 KGB의 요원인 일리아 쿠리아킨(아미 해머)이다. 솔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점령 미군에 입대, 미술품 밀수와 도둑질에 나서 떼부자가 된다. 그러다 어이없이(?) 체포돼 징역을 사는 대신, 그 능력을 높이 산 CIA에게 강제로 요원 편입이 된 인물. 일리아는 아버지가 스탈린과 친한 군 장성이었지만 횡령 혐의로 체포돼 어린 시절 시베리아로 유배됐다가 KGB 요원으로 차출됐다. 두 요원이 한 여자에게 집중하고 있었으니 바로 가비다. 동베를린에서 자동차 정비로 살아가고 있는 가비는 나치 독일 시절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을 갖고 있던 과학자의 딸. 미국으로 망명한 아버지가 어느날 사라지자 가비는 단번에 미국과 소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솔로는 동베를린에서 가비를 데려오는 임무를 맡고 일리아 역시 한 발 늦었지만 그 뒤를 쫓는다. 간발의 차이로 가비를 서베를린으로 데려온 솔로는 다음날 서베를린에서 일리아와 다시 마주친다.

‘셜록 홈즈’로 유명한 가이 리치 감독 작품이다. 요즘 세대들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60∼70년대 007 시리즈를 본 이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연출 기법에 음악까지 등장해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파시즘에 맞서 냉전이 절정이었던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이 손을 잡았다는 설정 역시 아이러니 하면서도 흥미를 자아낸다. 아주 재밌다고는 할 수 없어도 스파이 영화의 고전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 대거 출동한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기 그지 없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와는 다른 스파이 영화의 고전을 답습한 느낌이다.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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