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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의 고창석, 희망새에서 봉감독까지

입력 : 2008-11-19 20:48:21 수정 : 2008-11-19 20: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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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출연하다 ‘…금자씨’로 얼굴 알려
영화 ‘괴물’서 간호조무사역 사람들 잘 몰라봐
노래단 ‘희망새’ 경험 살려 뮤지컬무대 서고파
소지섭과 강지환이라는 멋진 남성 배우들과 홍수현이라는 상큼한 느낌의 여성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장훈 감독, 김기덕필름 제작)에서 메가폰을 잡고 잇따라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캐릭터가 있다. 배우 고창석이 연기한 봉감독이다. 실제 영화 감독이라면 저렇게 생겼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어쩌면 저토록 능청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지 궁금증을 가져봄직 하다.

더구나 그와 같이 단 한 작품으로 수많은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각인시킨 배우도 없을 것이다. 소지섭, 강지환, 홍수현 등 ‘영화는 영화다’에는 스타들이 출연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봉감독의 잔영은 강렬하게 남는다.

고창석은 정말 파란만장한 사연의 소유자다. 부산 출신인 그는 독재정권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1980년대 말 대학에 들어가서 탈춤 동아리 활동을 시작,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크게 유명세를 떨쳤던 민중가요 노래단 희망새에서 활동했다. 

생계 유지도 힘들고 시대가 변해가면서 민중가요 노래단 활동이 어려워질 무렵 고창석은 서울예전에 다니던 친구에게서 원서 한 장을 받았다. 처음에는 국악과에 입학하려고 했다가 그만 연극과에 덜컥 합격해버렸다. 희망새 시절 함께 활동했던 여성과 입학해 결혼도 한다. 이후 연극판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그의 영화 입문기는 더욱 절묘하다.

“연극판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극단들은 최고 선배가 영화에 출연하면 후배 배우들도 덩달아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제가 속해 있는 극단에서 제가 가장 선배거든요. 그래서 영화에 출연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이후 고창석은 여러 단편 영화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다. 이 작품에서 고창석은 이영애에게 총을 만들어주는 은행강도로 출연한다. 그런데 영화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영화는 또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연극 극단은 약간 폐쇄적인데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얼굴이 나오든 안나오든 상관 없었어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는 간호조무사 역이어서 마스크와 고글, 모자까지 쓰는 바람에 제 얼굴이 전혀 안나왔지만 정말 흥미로웠어요.”

고창석은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영화는 영화다’로 얼굴뿐 아니라 기막힌 그의 연기력도 인정받아 벌써부터 여러 영화제의 수상 후보에도 오르고 있다.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고창석은 여전히 봉감독의 모습을 한 채였다. 머리와 수염을 왜 아직도 기르냐고 물어보니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을 지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자르는 것은 쉽지만 다시 기르는 건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젠 생계나 기타 제반 문제들로 인한 절박함보다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고창석이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그 어떤 배우보다 배우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 연기가 곧 생활이었던 고창석이 지금까지 보여준 열정 때문일 것이다. 과거 희망새 시절의 실력을 다시 살려 뮤지컬도 해보고 싶다는 고창석에게 알 수 없는 듬직함이 느껴졌다. 

스포츠월드 글 한준호, 사진 김용학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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