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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없어도…88년생 동갑내기가 보여준 존재감

입력 : 2021-05-06 14:21:28 수정 : 2021-05-06 22: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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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존재감은 충분했다.

 

메이저리그(MLB)에 코리안 데이가 펼쳐졌다. 좌완 투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양현종(이상 33·텍사스 레인저스)이 6일(이하 한국시간) 나란히 선발 출격했다. 김광현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양현종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진행된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나섰다. 한국인 선발투수가 같은 날 등판한 것은 2020년 9월 25일 류현진-김광현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많은 이들의 눈길이 집중된 무대. 둘 다 아쉽게 승수를 쌓진 못했다. 한 템포 빠른 시점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까닭이다. 김광현은 이날 4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양현종 역시 3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1자책)을 마크했다. 하지만 각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며 시선을 모았다. 팀 승리의 발판이 마련한 것은 물론이다. 세인트루이스가 4-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텍사스는 3-1로 웃었다.

 

◆ 요동친 4회, 무사만루 위기

 

공교롭게도 모두 4회가 고비였다.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김광현의 경우 투구가 흔들린 것도 있지만 분위기 자체가 어수선했다. 햇빛이 강해 투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투수 코치의 마운드 방문과 3루 아웃 여부 등으로 두 차례 비디오 판독이 이뤄지기도 했다. 실책성 수비도 나왔다. 제임스 맥캔에게 땅볼을 유도했으나 3루수 놀란 아레나도가 글러브에 볼을 제대로 넣지 못한 채 넘어져 병살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실점을 1점으로 마무리했다.

 

양현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비로 인해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대목이었으나 베테랑답게 흔들림 없이 경기를 풀어갔다. 그러나 타순을 한 바퀴 돈 뒤부턴 고전했다. 4회 연속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쫓겼다. 호르헤 폴랑코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 숨을 돌리자 벤치는 교체 사인을 냈다. 두 번째 투수 존 킹이 막스 케플러와 미구엘 사노를 투수 땅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김광현과 양현종은 1988년 동갑내기다. 2007년 KBO리그에 데뷔해 ‘에이스’로 성장했다. MLB의 꿈도 함께 꾸었다. 김광현이 지난해 먼저 빅리그에 발을 내디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8경기 평균자책점 1.62 등을 작성했다. 양현종은 지난겨울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 하고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개막 로스터는 불발됐으나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두 번의 불펜 피칭에서 눈도장을 찍었고 결국 선발 기회를 따냈다.

 

현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김광현은 승리요정으로 떠올랐다. 올해 등판한 4경기에서 전부 팀이 승리했다. 위기관리 능력 또한 돋보인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0.063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범위를 넓혀도 0.125로 준수하다. 득점권에서 단 한 개의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고무적이다. 양현종은 선발 데뷔전에서 탈삼진쇼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양현종의 8탈삼진은 역대 한국인 MLB 선발 등판에서 나온 최다 기록이다. 역대 텍사스 선수 중에서도 첫 3경기 중 한 경기에서 8개 이상 삼진을 잡은 다섯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만족이란 없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김광현은 경기 후 “많은 이닝을 소화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힘이 남아 있었는데”라며 “위기 상황에서 점수를 적게 준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양현종은 “큰 무대 첫 선발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다.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 김광현 등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거와 함께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선 “같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 한국 팬들도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한국 선수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김광현(위)과 양현종의 피칭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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