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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음주 파문, 누군가는 ‘거짓’에 책임져야 한다

입력 : 2023-06-02 08:00:00 수정 : 2023-06-02 0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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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경기 전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SSG 김광현, 두산 정철원, NC 이용찬은 지난 1일 각자의 위치에서 취재진 앞에 섰다. 최근 불거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심야 음주 의혹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함이었다.

 

◆의혹과 해명의 간극… 진실은 어디에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달 30일 한 유튜브 채널 영상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를 더한 모 매체의 보도였다.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경기 전날을 포함해 사흘간 룸살롱을 드나들며 여성 접대원들과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선수 세 명은 지난 1일 경기를 앞두고 공식 석상에서 당사자가 본인임을 밝히고 사죄의 메시지를 전했다. 모두 대회 기간 음주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다만 음주 시점과 장소는 사실과 다르며 여종업원의 술 접대도 전무했다고 해명했다.

 

선수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음주 시점은 딱 이틀,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7일과 10일 일본전 종료 후다. 7일에는 김광현과 지인이, 10일에는 김광현과 정철원이 자리를 가졌다. 이용찬은 10일 지인과 저녁 식사 후 우연히 동료들과 같은 술집을 방문했다. 해당 장소는 룸살롱이 아닌 ‘스낵바’라 설명했다.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여성 종업원이 말동무를 해주고 술을 따라주는 정도의 접대만 있다고 알려진 술집 형태다. 선수들은 합석이나 술 접대는 전혀 없었다고 못 박았다.

 

SSG 김광현, 두산 정철원, NC 이용찬(왼쪽부터)이 취재진 앞에서 공식 사과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DB 및 NC 다이노스 제공

 

◆양측 모두 감당해야 할 ‘만약’… 한 치의 거짓도 있어선 안 된다  

 

서로 다른 입장 속에서 유일한 공통분모는 ‘국가대표 선수가 공식 대회 기간 중 음주를 했다’는 팩트다. 위법행위는 아니다. 다만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이 조금 더 진심이길 바랐던 팬들이 느낀 실망감은 그에 못지않다. 선수들도 이를 알다 보니 입이 몇 개여도 모자랐고, 카메라 앞에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것 말곤 할 게 없었다.

 

KBO가 주목하는 점도 여기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다 큰 성인이 저녁 먹으며 술 한 잔 한 걸 어떻게 뭐라고 하나. 그래서 가치판단이 어렵다. 다만 아무리 실낱 같은 희망이어도 최종전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때 늦은 시간에 업소에 출입해 술을 먹은 게 적합한 행동인지는 분명 판단해 볼 필요성은 있다. 향후 상벌위에서 이 점을 잘 판단해 줄 것”이라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다음 문제는 의견이 부딪히는 요소들이다. 선술한 음주 시점, 장소, 술집 형태 등에 대해서는 모두 양측의 진술만 존재한다. 현시점에서 이를 제외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렇기에 양측 모두에 ‘만약’이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의혹을 제기한 매체의 주장에 ‘만약’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이는 분명한 허위 보도다. 납득할 수 있는 증거 제시가 없다면 그 자리에 있었던 당사자인 선수들의 이야기에 힘이 실리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되면 허위 보도에 대한 추후 대처는 선수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반대로 선수들의 주장이 거짓인 경우도 가정해야 한다. ‘만약’ 거짓말이 섞여 있다면, 결론은 단순해진다. KBO 관계자는 “경위서를 자필로 쓰고 서명까지 받았다. 그 뜻은 그 문서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만에 하나 거짓이라면 굉장히 무거운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짓말은 곧 사건 은폐 시도를 의미한다. 이미 현 상황만으로도 많은 실망감을 느낀 팬들의 발등을 또 한 번 찍는다면, 그때는 고개를 숙여 사죄하는 것만으로는 그 실망감을 주워 담을 수 없을 것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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