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달라진 아이돌산업, 여전한 ‘아육대’

입력 : 2022-08-08 10:00:00 수정 : 2022-08-08 09:42:4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아육대’가 재개된다. MBC 명절 특집 프로그램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 말이다. 추석 연휴기간 방영 예정으로 지난 7월 30일과 8 월1일 이미 녹화를 마쳤다. 그리고 여기 참여한 방청객들의 현장 사진과 동영상 등이 유튜브 등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로 퍼져나가 지난 한 주 아이돌 팬들을 들뜨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육대’가 ‘제대로’ 열리는 건 2020년 설 이후 2년 반 만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육대’다. 2010년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좋은 반응이 많았지만, 대략 2015년경부턴 오히려 비판이 더 많아졌다. 그 이유를 구구절절 소개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매년 두 차례씩 언론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선 똑같은 비판과 성토의 장이 열렸다. 그럼에도 ‘아육대’는 계속 됐다. 시청률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었지만 화제성 측면에선 매번 좋은 성과를 내줬기 때문이다. 해외 K팝 팬들에 MBC란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데에도 좋았다. 국내적으론 저 정도 규모로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들을 ‘한 방’에 쓸어 모을 수 있는 MBC의 업계 영향력과 장악력을 과시할 수 있어 숨은 효과가 컸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좀 미묘해졌다. 하필 ‘아육대’ 직전 ‘아육대’ 존재이유에 의문을 품게 하는 또 다른 이벤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tvN 웹 예능 ‘출장 십오야 2’가 지난 7월15일부터 31일까지 내보낸 스페셜 ‘하이브 야유회 편’이다. 하이브 소속 K팝 그룹 5팀과 솔로 아티스트 3명 등 총 35명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한 기획으로, 가장 높은 조회수 회차는 8월7일 기준 불과 3주 만에 1336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출장 십오야’는 각종 연예기획사들과 특집을 기획해왔고 K팝 기획사만 해도 이번이 3번째지만, 일정부분 ‘아육대’를 떠올리게 하는 콘셉트론 ‘하이브 야유회 편’이 최초다.

 

 그만큼 주목도 크게 받았다. 첫 회 분량이 유튜브 공개되자마자 바로 “‘아육대’를 뛰어넘었다”는 분석기사가 언론미디어에서 등장했다. 대중문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의 반응도 대부분 그와 비슷했다. ‘아육대’에서 좋은 부분만 남기고 문제 되는 부분은 빠진 보완 형태, 어떤 의미에선 진화 형태에 가깝단 얘기까지 나왔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다. 이미 ‘그사세’가 돼있는 팬덤형 아이돌 판에서 딱 국내외 타깃층만을 염두에 둔 유튜브 기반 콘텐츠로서 미디어 선택이 정확했단 점, 여러 회사들 간 복잡한 협의나 강압 없이 자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기획사 내부 이벤트여서 소위 ‘갑질’ 문제가 없단 점, 활동을 위협할 부상으로부터 자유로운 가벼운 게임들만 모아놨단 점 등이다. 여기에 아이돌 본업과 관련 있는 랜덤 플레이 댄스를 하이라이트로 삼아 납득할 수 있었단 점 등도 추가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어느 시점부턴가 ‘아육대’ 문제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프로그램 콘셉트 자체가 급변하는 아이돌시장 및 산업 현실과 맞지 않아 시대착오적 기획이 돼가고 있단 점이었다. 프로그램 성립의 배경부터가 지금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언급했듯 ‘아육대’가 시작된 건 2010년이다. 그리고 당시는 ‘아이돌 대중성의 전성기’였다. 아이돌들이 대중적 후크송으로 무장해 지상파방송 예능프로그램 중심으로 대중성을 얻어내고, 그를 바탕으로 수익모델을 마련하던 시기. 이때 아이돌은 기존 방송과 사실상 한 몸이다시피 했고, 그렇기에 ‘아육대’도 ‘말이 되는’ 기획이었다. 대중은 일정수준 아이돌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아이돌 팬들도 아이돌의 다양한 예능활동 치중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문제는 이 같은 ‘아이돌 대중성의 전성기’가 대략 2016년 즈음 막을 내리고, 2018년경부턴 팬덤형 아이돌 시대로 접어들었단 점이다. 이후 대중과 아이돌 간 거리는 날이 갈수록 벌어졌다. 아이돌은 점차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품이 돼갔다. 팬덤형에 걸 맞는 난해한 세계관 설정을 취하고 음악적으로도 아방가르드에 가까운 하이퍼팝 등 낯선 장르를 택해 나아갔다. 아이돌 홍보 중심도 타깃층 압점 논리를 취해 유튜브 등 SNS로 대체됐다.

 

 한편 팬덤형 시대엔 아이돌의 팬덤 확대도 ‘본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각종 무대 영상에서의 원숙하고 눈에 띄는 퍼포먼스가 가장 중요해졌고, 예능 활동도 기존 방송프로그램 콘셉트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등장하기보다 정확히 셀링 포인트를 짚어주는 기획사 측 유튜브 자체 콘텐츠 쪽에 무게가 실렸다. 이렇듯 달라진 분위기에서 아이돌 본업과 아무 관련 없는 육상대회 방송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딜레마를 아이돌산업 측도 이미 잘 알고 있단 점이다. 하이브 포함 4대 K팝 기획사 중 ‘아육대’에 실질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건 이제 JYP 엔터테인먼트뿐이다. 중소기획사들 중에도 또 이번의 (여자)아이들이나 이달의소녀처럼 해외 인기가 높아 해외투어 일정과 겹치는 경우는 참석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팀들은 향후 점차 늘어갈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론 이제 ‘아육대’를 통해 얻어갈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육대’에 출구가 있다면, 이제 ‘육상’ 콘셉트를 고집하지 말고, ‘하이브 야유회 편’에서 하이라이트를 랜덤 플레이 댄스로 설정했듯, 아이돌 본업과 그나마 연관 있어 보이는 종목들로 바꿔가는 작업이다. 실제 시장 반응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16년 추석에 리듬체조 종목을 신설해 화제를 모으며 명절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되찾은 점, 2017년 설에 남자부 에어로빅댄스를 채택해 시청률 급반등을 이룬 점 등이다. 올해 현장 직캠만으로도 가장 화제를 모으는 종목이 신설된 댄스스포츠 종목이란 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MBC ‘명랑운동회’, KBS2 ‘출발 드림팀’ 시절 발상을 고도화된 팬덤형 아이돌 현실에 적용시킨다는 건 누가 봐도 무리다. 그리고 춤과 노래도 소위 ‘명랑운동회 종목’만큼이나 ‘온 가족’ 콘셉트로서 확장성이 존재한다. 심지어 아이돌도 본업과 연관된 종목들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얻어갈 것’이 생긴다. 2017년 리듬체로 종목에서 주목받은 우주소녀 멤버 성소에게 이후 광고모델과 화보촬영 등이 쏟아진 상황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방송사와 아이돌 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현재로서 ‘아육대’의 거의 유일한 출구다. 유연한 판단을 기대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