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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마침내, ‘헤어질 결심’ 박해일

입력 : 2022-07-04 13:38:43 수정 : 2022-07-04 14: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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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박해일이 박찬욱 감독과 만났다. 

 

 29일 개봉한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개봉 전 인터뷰로 만난 박해일은 “오는 길에 영화 삽입곡인 정훈희의 ‘안개’를 들었다. 그때 감정이 다시 올라오더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감독님을 알고 지낸 시간은 꽤 오래됐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개봉쯤 처음 뵀고 이후 시사회나 뒤풀이, 혹은 사석에서 만남을 이어갔으니 벌써 20년은 넘었다”고 박 감독과의 인연을 짚었다. 이어 “‘헤어질 결심’을 보고 왜 사람들이 ‘박찬욱 스타일’이란 말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 미술, 음악, 카메라 구도 등이 인물과 섞이는 것을 보고 마술 같은 힘을 받았다”라고 작품을 본 소감을 전했다.

 

 올해 열린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박해일은 “전날 관계자분들에게 폐막식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이 온다고 하더라. 그러면 수상의 기대가 커지고 (만약 연락을 받지 못하면) 짐을 싸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폐막식에 갔을 때는 안도감이 들었다”며 너스레를 떤다. 이어 “감독님의 대부분의 작품이 칸에 초대를 받아서 수상을 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수상을 해야 내 캐스팅이 민폐가 되지 않은 것’이란 생각에 마음을 졸인 것이 있었다. 그래서 수상을 했을 때 ‘이제 됐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웃어보인다.

 

 박해일은 시경 사상 최연소로 경감의 직위에 오를 만큼 에이스지만 사망자의 아내 서래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품으며 혼란에 빠지는 해준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해냈다. 기존 장르물 속 형사 캐릭터와는 달리 깔끔하고 예의 바른 형사 해준의 매력은 박해일 특유의 담백한 매력이 더해져 극대화됐다.

 

 그는 “감독님이 자기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나 품위가 있는 느낌을 원하셨던 거 같다. 이번엔 직업은 형사지만 영화 ‘살인의 추억’ 등 한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형사와는 다른,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려 했다. 클래식한 양복을 입으면서도 활동을 위해 운동화를 신고, 스마트 워치로 증거 자료를 모으는 등 외형적으로도 신경을 썼다. 클래식하지만 테크놀로지도 활용하는 두 가지 측면을 부각하려 했다”며 “나에게 맞는, 내가 잘해볼 수 있는 형사를 만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해준은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서래에게 형사로서 갖는 의심과 인간적으로 느끼는 관심을 동시에 품게 된다. 두 인물의 감정이 켜켜이 쌓일 때 함께 쌓여가는 명대사도 만만찮다. 

 

 박해일은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인 것 같다. 감독님만의 장르를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의 문장이라고 본다. 시사회를 본 분들도 그렇고 제 지인분들도 그 표현을 곱씹으시더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대사다”라며 “그리고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들 수 있는 거야’라는 말도 기억난다”고 곱씹었다. 

 

 “중국인이라 한국어가 부족하다”라고 말하는 서래 캐릭터 덕분에 영화 내내 ‘마침내’, ‘붕괴됐다’, ‘단일한’ 등 일반 대화에서 사용되지 않는 단어들의 사용도 눈에 띈다. 

 

 그는 “송서래라는 캐릭터가 문어체적인 표현을 자주 한다. 해준에게도 품위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래서 해준도 이에 부응하기 위해, 예의를 갖추고 더 또박또박 말한다. 여담이지만, 촬영 현장에서 ‘마침내’를 자주 사용하며 웃곤 했었다. 예를 들면 마침내 점심시간, 마침내 커피가 왔다 등”이라고 덧붙였다.

 3년 동안 스크린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박해일. ‘헤어질 결심’에 이어 내달 27일 ‘한산: 용의 출현’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한장혁 감독의 ‘컨트롤’도 촬영을 끝내고 개봉일정을 조율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부지런히 찍었습니다. 3년 간 1년에 한 작품씩 열심히 촬영하고 후반작업에 참여하며 지냈죠. 펜데믹이 끝난다면 촬영 순서에 상관없이 연달아 개봉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진짜 이렇게 되니까 약간의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이 또한 반갑게 즐기면서 관객을 만나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헤어질 결심’의 무대 인사를 하는데 솔직히 감동이었고, 많이 들뜨게 되더라고요. 여름에 두 작품을 선보이게 됐는데 시원하게 극장에 오셔서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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