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권영준의 독한 카 다이어리] 토요타 GR86, 스포츠카 영역의 리오넬 메시

입력 : 2022-06-02 08:12:26 수정 : 2022-06-02 08:17:45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 10년 동안 축구와 야구 등 스포츠 담당 기자로 살아왔습니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손흥민의 골로 독일을 무너트린 현장, 류현진이 다이아몬드 그라운드 위에서 공을 뿌리던 순간, 2016리우올림픽에서 펜싱 박상영이 "할 수 있다"를 외치며 극적인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 모두 직접 마주했습니다. 또 '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를 연재하며 스포츠 현장의 불편한 진실을 다루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렇게 현장을 누비던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 자동차 분야 담당 기자로 새출발을 합니다. 아직은 자동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카린이'지만, 카린이의 입장에서, 그리고 스포츠 담당 기자의 경험을 살려 '권영준의 독한 카 다이어리'를 연재합니다. 자동차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겠습니다.

 

토요타 GR86 / 토요타 코리아 제공

‘토요타코리아는 왜 GR86을 국내 출시할까?’

 

토요타의 정통 스포츠카 GR86을 처음 마주한 순간 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국내 시장에 정통 스포츠카 니즈가 충만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수익을 이끄는 매출 상품도 아니다. 그렇다면 토요타는 왜 GR86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이러한 원초적인 질문의 대답은 운전대를 잡고서야 알 수 있었다. 본능, 바로 ‘운전의 재미’다.

 

최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토요타 GR86을 만났다. 서킷에 가지런히 나열한 GR86은 성난 듯 부릉 소리를 내며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거야’를 외치는 듯했고, 이들을 직접 마주한 것만으로도 쿵쾅 가슴이 뛰기에 충분했다.

GR86은 강력해진 2.4리터 자연흡기 수평 대향엔진을 도입해 엔진의 무게중심을 낮추고 부드러운 가속을 완성했다. TOYOTA 86 대비 배기량이 400cc 높아져 고회전 영역의 가속력과 응답성이 좋아졌으며, 6단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 용량과 기어의 강도를 높여 더 높은 출력과 가속력을 선사한다. 또한 GR86 전용으로 개발된 신규 FR(후륜구동) 플랫폼은 차량 전체의 무게중심과 운전자의 힙 포지션을 낮출 수 있게 해 코너링과 고속 시에도 안정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여기까지는 토요타 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솔직히 스포츠카 초보자는 잘 모른다. 2.4리터 자연흡기 수평 대향 엔진, 배기량 400cc 증가. 6단 수동 변속기, FR 플랫폼 등등 어려운 용어와 숫자들은 스포츠카를 잘 아는 사람들에겐 가슴 두근거리는 얘기겠지만, 초보자들에겐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타봤다. 매뉴얼(수동) 자동차의 클러치를 20년 만에 마주했기에, 그대로 차 문을 열어 조수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운전석에는 슈퍼레이스 레전드이자 대한자동차경주협회 센추리클럽 9호 드라이버 정의철(볼가스 모터스포츠) 선수가 운전대를 잡았다.

 

출발을 앞두고 “토하게 해주세요”라고 전했고, 정의철 선수는 미소를 지으며 “꽉 잡으세요”라고 답했다. 출발과 동시 ‘아주 건방진 소리를 했구나’라고 후회했다. 단순하게 느껴지는 속도의 쾌감은 출발선을 지나가는 동시에 넘어섰다. 직선 구간 급가속과 코너를 돌 때의 중력 가속도는 헬멧에 꽉 낀 머리와 기름진 내장에 그대로 전달됐다.

토요타 GR86 / 사진=권영준 기자

그래도 일을 해야 하니, 울렁이는 배를 잡고 정의철 선수에게 물었다. ‘GR86을 직접 운전하시면서, 전문가의 입장에서 가장 큰 강점이 뭘까요?”라고. 정의철 선수는 “이제부터 느끼게 해드릴게요”라고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급커브를 단숨에 돌았다. 그리곤 “밸런스가 아주 잘 잡힌 스포츠카”라고 설명했다. 무게중심을 낮추면서 가속 시에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졌고, 특히 후륜구동 플랫폼을 적용하고, 서스펜션을 강화하면서 하면서 코너링에서도 가속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밸런스가 잘 잡히면서 민첩하고, 유연하며, 재빠른 스포츠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한 번 느껴보라며 정의철 선수는 속도를 높였다. 설명을 듣고 나니 직선 주행 시 가속감과 코너링 때의 유연함, 코너링 직후 직선 코스의 급가속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5바퀴를 돌고, 차에서 내리며 “토하게 해달라는 말은 잊어주세요. 죄송하고, 영광이었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토요타 코리아 홍보팀은 차에서 내리길 기다렸다는 듯이 “멀미약을 구비해 놓았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토요타 GR86 / 사진=권영준 기자

비록 조수석이었고 동승 체험에 그쳤지만, GR86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이내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떠올렸다. 메시의 신장은 169㎝로 축구선수로 사실상 최단신에 가깝다. 하지만 유럽 무대에서 190㎝ 넘는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는 법이 없다. 바로 밸런스 때문이다. 메시는 단신이라는 약점을 낮고 안정적인 밸런스라는 강점으로 극복했다. 두꺼운 코어에서 나오는 힘으로 거친 유럽 수비수들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는다. 또한 유연함과 민첩성도 강점이다. 엄청난 코어의 힘을 바탕으로 유연함과 민첩성을 동시에 발휘하면, 가속도는 물론이고 방향 전환에서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아마도 GR86과 비교하자면 낮은 밸런스를 바탕으로 코어에 해당하는 FR플랫폼과 서스펜스가 이이를 뒷받침하며 토크의 힘을 극대화해 가속도와 코너링에서 특유의 스피드를 살리는 것 같다.

 

이 같은 강점은 GR86 드리프트 동승 체험에서도 느껴졌다. 드리프트는 물을 뿌려 마찰력이 감소한 노면을 지속해서 터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드리프트를 담당한 인스트럭터 구준학 선수는 “드리프트는 핸들을 급격하게 돌려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후륜구동과 서스펜스의 장점을 살려 엑셀을 착착 밟아주면서 핸들양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즉 앞바퀴가 잡아주고, 뒷바퀴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잔걸음을 치듯 도는 개념이다.

토요타 GR86 / 사진=권영준 기자

메시의 자유자재로 방향전환을 하는 드리블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특히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공이 몸에 붙어있는 듯 잔드리블로 요리조리 수비수를 제치는 능력은 메시의 시그니처 능력이다. 이 급격한 방향전환의 잔드리블 역시 코어에서 나오는 힘과 민첩성, 그리고 유연함이 동시에 발현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기술이다.

 

서킷과 드리프트 현장에서 마주한 GR86은 내게 멀미를 선물했다. 그만큼 가속도와 코너링에서 최고의 기술을 발현한 것이다. 그렇게 GR86 동승 체험을 마무리하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느낀 감정은 ‘어! 재미있네’였다. 토요타가 GR86을 선보이면서 강조한 ‘펀 투 드라이브(Fun-to-drive)’가 바로 이것이구나, 무릎을 쳤다.

 

수익성이 좋은 모델도, 실용성이 좋은 자동차도 아니다. 하지만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판타지’가 우리 눈앞에 있다는 감정을 충족해줄 하나의 모델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토요타 GR86 / 토요타 코리아 제공

토요타코리아는 GR86을 국내에 100대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벌써 120대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마음속에 있는 판타지는 꿈이자 희망이 될 수 있다. 토요타 GR86은 운전대를 잡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이들에게 꿈이자 희망이지 않을까.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