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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비디오여행’ 20년 개근 김경식 “영어 버전 나왔으면” [스타★톡톡]

입력 : 2022-05-10 10:30:00 수정 : 2022-05-09 22: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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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항상 똑같은 요일, 똑같은 시간에 방송국에 나타납니다. 그런데 들어올 땐 혼자지만, 나갈 땐 여럿입니다. 열댓명과 점심 식사를 하더니 계산을 하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이렇게 흐른 세월이 무려 20년. 도대체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잠시 후에 공개합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 동안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이 있다. 시즌제 프로그램이 많아진 현 방송계를 생각하면 기네스 등록 감이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 속 김경식이 바로 그 주인공.

 

 ‘영화 대 영화’라는 코너로 시청자와 만난 게 벌써 20년 차. 이쯤되니 ‘영화’ 그 자체 보다 ‘김경식이 소개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습관처럼 리모콘을 드는 사람도 많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라는 시그니처 문장만 봐도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경식은 “프로그램이 런칭한 지 30년, 제가 출연을 한 게 벌써 20년이 됐다. 나는 이 시간이 길게 안 느껴진다. 찰나 같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오래 진행하던 라디오를 그만뒀을 때 느껴지는 공허함을 조금 아는데, 그게 내 생활이 되고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거다. ‘영화 대 영화’는 나에게 그런 프로그램이다. 생활 같은 것”이라며 애정을 나타냈다.

 

 이어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20분에 MBC로 가서 스튜디오(크로마키) 도입부 영상 녹화를 하고, 녹음실에 가서 아나운서 분들과 더빙을 하면 낮 12시에 끝난다. 그럼 출연자·제작진, 다 같이 15명이 함께 요 앞 분식집에 점심을 먹으러 간다”며 “최근엔 코로나라 다 함께 가기 힘들었지만, 거의 20년을 그렇게 매주 만났다.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하지 않냐. 정말 우린 식구들이다. 그래서 결과물을 만들면 다를 수 밖에 없다. 영상을 보고 셋이 떠드는 더빙 녹음도 대본 속 활자가 아닌 진짜 리액션이 나온다”라고 ‘출발! 비디오 여행’만의 남다른 팀워크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대 영화’ 속 더빙은 호흡이 좋다. 김경식을 주축으로 두 명의 MBC 아나운서가 출연해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애드리브로 채워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최윤영, 서현진, 이정민, 김초롱, 박경추, 서인 외에도 수 많은 MBC 아나운서가 그와 호흡을 맞췄다.

 

 김경식의 남다른 팀 사랑은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프로그램을 ‘장미꽃’에 비유한 그는 제작진을 두고 안 보이는 곳에서 내내 노력하는 프로그램의 ‘뿌리’라 설명했다.

 

 그는 “20주년 인터뷰를 제가 하고 있지만 사실 진짜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 제작진 분들이다”라며 “비교할 영화 두 편을 기획하고, 대본 쓰고, 편집 하고, 음악 집어넣고. 이 과정을 위해 일주일이란 시간을 사람들이 밤을 새고 준비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진짜 상을 받아야 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2040 고정 시청층이 탄탄한 덕에 광고도 매번 완판된다. 시청률도 2.3%∼4%, 최고 5∼6%까지 나온다. 제작비 수십억의 웬만한 드라마 시청률과 비슷할 때도 있으니 자타공인 MBC 효자 프로그램이다.

 

 김경식은 프로그램의 인기에 대해 제작진과의 호흡이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혼자 이룬 게 절대 아니라며 손사례를 친다. 

 

 특히 그는 “내 아이디어가 아니다. 작가 능력이다. 작가가 쓰는 걸 나는 읽는 거다. 아무리 낭독잘하는 성우가 온다고 해도 내용이 재미없으면 재미가 없다. 나는 그래서 항상 ‘우리 작가’라고 한다. 고맙다. 엄연히 창작인데 얼마나 열심히 영화를 찾겠냐”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경식은 “비디오라는 말을 쓰지 않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비디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통조림 캔을 스팸이라고 하는 것처럼, 영화 프로그램=출비(출발! 비디오 여행)으로 불리지 않나”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어 “기획으로 영화 두 개를 놓고 비교하는 코너는 우리가 처음 시작했다. 그땐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방송 3사에 다 있더라.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라는 멘트도 식당으로 따지면 우리가 원조집이다. 하지만 같은 메뉴를 개발해서 내놓는 요리집도 맛있지 않나. 이젠 유튜브에서도 잘하는 곳이 많다”는 겸손도 잊지 않는다. 

 

 유튜브 이야기가 나온김에 이야기를 이었다. 김경식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명 ‘유튜브 시작하는 순간 생태계 파괴할 연예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영화 소개의 말맛을 제대로 살리기에 이같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그는 “해당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다”라며 “요즘은 유튜버들도 영화 소개를 참 잘하시더라. ‘너는 왜 유튜브 왜 안 하냐’는 질문이 많다. 그런데 개인으로 하려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지 않나. 창작물을 마음대로 재편집 할 순 없는거다”며 웃는다.

 

 김경식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20대에는 배우 뺨치는 ‘꽃미남 개그맨’으로 불렸고, 지금은 ‘영화 소개 아저씨’, ‘영화 사기꾼’이라는 국민 애칭으로 불린다. 돌이켜보면 연예계 생활 3분의 2를 ‘영화 대 영화’와 함께 했다. 영화를 가장 많이, 발 빠르게 소개해온 그. 앞으로 바람을 물어보니 역시나 남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윤여정 선생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도 받는 그런 시대다. 20년 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 문화의 힘이 어마어마 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며 “기회가 된다면 ‘영화 대 영화’도 번역을 정말 잘하는 분을 만나 영어 버전이 나오면 좋겠다. 한국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도 글로벌 히트를 칠 수 있지 않겠냐”며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는 “독립영화 ‘영화 대 영화’를 해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며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말을 남겼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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