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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들려준 이야기를 건축으로 그려낸 승효상표 ‘터무니’

입력 : 2022-05-09 01:00:00 수정 : 2022-05-08 17: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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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제주 아트빌라스 총괄기획자
건축투어 패키지서 도슨트로 나서
리조트 곳곳·대표작 추사관 등 선봬
“좋은 건축, 우리 시대의 무늬 새겨
후대 물려줄 새 터무니 만들어줘야
추사관, 하나의 통로 … 소박美 강조”
승효상 건축가가 제주 알뜨르 비행장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0년 전 롯데는 제주도 서귀포 중산간에 세계적인 수준의 리조트 아트빌라스를 선보였다. 제주에 건축 투어 열풍이 불붙기 직전이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5인을 동원해 만든 빌라타입의 리조트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한 롯데가 럭셔리 시장에 던진 출사표와 같았다.

8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아트빌라스 개관 이후 롯데는 호텔 부문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 팰리스 호텔을 인수하고 시그니엘 서울과 부산을 성공시키며 포트폴리오의 수직적 확장에 성공한다.

 

롯데리조트제주 아트빌라스는 오픈 당시 총괄기획자였던 건축가 승효상과 10년만에 다시 만났다.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 중 한명인 승효상은 지난 2012년 그의 동료이자 세계적인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 켄고 쿠마 등과 함께 아트빌라스를 완공한 바 있다. 승효상은 지난달 22일 ‘승효상 건축투어 패키지’에 도슨트 역할로 직접 나섰다. 해당 패키지는 오직 1팀 한정으로 출시해 상품 오픈과 동시에 판매가 완료됐다. 패키지 판매 하루 전 승효상 건축가를 아트빌라스에서 만났다.

제주 추사관은 승효상의 대표작 중 하나다. 전경우 기자

◆“건축은 볼게 없어요, 땅의 가진 의미를 봐야죠."

승효상이 보여준 것은 리조트 담장 바깥세상이다. 리조트 안쪽에 만든 건축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제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대정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승효상은 버스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관광(觀光)은 볼 관에 빛 광, 빛을 보러 다닌다는 말이에요. 풍경(風景)은 불어오는 바람이 내리쬐는 볕이 풍경이라는 거에요. 풍경을 보는 일, 빛을 보는 일이 관광입니다”라고 관광의 정의부터 설명했다.

그가 처음 데리고 간 장소는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알뜨르비행장이다.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의 난징을 향하던 폭격기의 중간기착지다. 이 비행장을 짓기 위해 수십만 명의 제주도민이 강제동원됐다. 비행기 격납고는 전부 20기가 있었는데 축사, 창고 등으로 쓰다가 10기는 국가등록문화재가 됐다. 무밭 사이로 난 길을 걷던 승효상에게 누군가 “좋은 건축과 나쁜 건축”에 관해 물었다. 승효상은 “땅이 가진 무늬, 그것을 터무니라고 하는데 우리 시대의 무늬를 붙여서 새로운 터무니를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터무니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이상한 건물을 지어서 사람을 갖다가 환각 상태에 빠뜨리는 건 나쁜 건축이다”라고 답했다.

◆“추사관 소나무는 공무원이 심은 것, 세한도와 아무런 관련 없다.”

대정읍 추사관은 승효상의 대표작 중 하나다. 건물 모습이 세한도와 닮았고 한쪽에는 소나무까지 심어놨지만, 작가의 의도는 아니다. 추사관은 12년 전 완공된 건물이다. 승효상은 고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를 떠올리며 “박공형태, 집의 가장 단순한 형태”를 구현했을 뿐이다. 나머지 시설은 다 지하에 파묻어 버렸다. 승효상은 “민가 건축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죠. 특히, 우리나라 건축의 아름다움은 작은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랜드마크 건축물에 대한 반감으로 추사관이 소박한 형태가 됐음을 설명했다. 승효상은 추사관을 하나의 “통로”라 했다. 역사, 의식, 공기, 사람 모든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승효상 건축의 특징이다.

투어의 마지막은 미스터밀크 공장, 성이시돌 목장의 의뢰로 승효상이 가장 최근에 제주에 만든 치즈 공장 건물이다. 승효상은 전체 건축 프로젝트 이름은 백파진이라 했다. 금오름을 배경으로 하얀 파도를 내려다보는 성채다. 이름처럼 새하얀 이 건물은 투어를 운영하기 위한 동선 설계가 치밀하다. 승효상은 “모든 건축물은 땅을 점거한다. 모든 땅은 자기 이야기를 한다. 땅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해야 좋은 건축물이 나온다”는 설명으로 투어를 마무리했다.

롯데리조트제주 아트빌라스 승효상 블록 외관. 롯데리조트 제공

◆제자가 이어받은 건축 투어

롯데리조트는 지난 1일부터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 5시간의 원데이 프로그램 ‘승효상 기획 건축투어’를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승효상 건축가가 직접 기획하고 그의 제자이자 아트빌라스 건축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양현준 건축가가 도슨트를 맡아 진행한다. 아트빌라스 단지 내 각 건축가마다 작품에 대한 내부 도슨트를 시작으로 아트코델리아 런치 다이닝에 이어 오후에는 외부로 제주 건축투어를 나선다. 투어 코스는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인 추사관을 시작으로 알뜨르비행장을 거쳐 세계 3대 건축가 중 한명인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이 있는 본태박물관에서 마무리된다.

아트빌라스 제주는 제주 자연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프리미엄 리조트다. 푸른 제주 바다의 정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독립형 빌라는 실외 자쿠지가 완비되어 있다. 일부 평형의 경우 개인 풀까지 갖춰놨다.

승효상 블록은 제주 대자연으로 그려낸 수직과 수평의 조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도미니크 페로 블록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등의 건축을 맡았던 그의 세계관이 담겼다. 제주의 오름을 연상시키는 곡선을 따라 외부의 자연이 내부로 이어지는 듯한 건축 양식이 눈에 띈다. 도미니크 페로 블록 내 빌라에서는 공간 곳곳에 설치된 유리를 통해 제주 자연과 교감해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종호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블록은 바람이 집의 안팎을 자연스레 오갈 수 있도록 공기가 지나는 통로인 기공을 디자인에 적용하여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집으로 완성되었다. 일본 건축 거장 쿠마 켄고의 작품은 현무암으로 덮은 지붕과 하나의 출입구로 집이 이어지는 쿨데삭(cul-de-sac) 구조가 상당히 유니크하다. 우리나라의 젊은 건축 집단인 DA그룹의 블록은 전통 조각보 패턴을 연상시키는 빌라들에 높낮이와 입체감을 조합하여 리듬감을 줬다.

리조트에는 커뮤니티 센터, 야외 수영장, 실내 피트니스와 사우나, 그리고 제주 자연 식재료로 요리하는 다이닝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제주의 식재료를 이용하고 장보기부터 시작하는 쿠킹 클래스도 운영한다. 된장과 제피가 들어가는 제주식 한치 물회, 기름떡 등 다양한 제주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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