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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프로미스 나인, 기록적 성장의 비결

입력 : 2022-02-19 11:13:11 수정 : 2022-02-19 11: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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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달여 동안 K팝 씬 화제 중 하나는 데뷔 4년을 넘어선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의 예상치 못한 약진이었다. 먼저 1월17일 발매한 미니4집 ‘Midnight Guest’가 음반 초동 10만4400여장을 기록, 역대 걸그룹 사상 초동 10만장을 넘어선 12번째 팀이 됐다. 자체기록 3만7200여장에서 3배나 뛰어오른 결과다. 한편 타이틀곡 ‘DM’ 음원 역시 전에 없던 상승세를 보여준다.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일간차트 144위로 등장, 2월1일 데뷔 4년여 만에 처음 100위 내 랭크인에 성공했다. 2월15일 기준 일간 66위까지 올라선 상황.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데뷔 4주년을 넘어선 팀이 이 정도 폭등세를 보인단 점에서 말이다. 희대의 이벤트였던 브레이브걸스 사례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고까지 할 만하다. 얼핏 미스터리해 보이지만, 잘 보면 이처럼 아리송한 폭등세도 꽤나 다양한 요인들이 시계태엽처럼 동시 클릭돼 벌어진 현상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요인들 하나하나가 현재 K팝 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변화들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K팝 걸그룹 모델이 대중형에서 팬덤형으로 옮겨가며 벌어진 현상, 즉 음악적 방향의 일관이 크게 중요해진 점을 들 수 있다. 그때그때 유행 따라, 혹은 이미지 변신 강박에 의해 계속 음악적 색채를 바꿔가던 대중성 위주 ‘단타승부’ 개념이 아이돌 씬에서 사라져가고 있단 얘기다. 그보단 다소 좁은 범주에서 일관된 음악적 궤를 갖춰 팀 고정색채를 알리는 쪽이 팬덤 유입 및 결속과 일반 리스너 인지도 향상 양쪽에서 모두 유리해지고 있다.

 

프로미스나인도 커리어 도중 그런 노선을 택했다. 이전까진 팝댄스 개념에서 다소 넓은 범주를 오갔다면, 타이틀곡 기준 2020년 9월 미니3집 ‘Feel Good’부턴 훵키한 레트로 팝으로 방향을 잡아 동일노선에서 완성도 높은 곡들을 이어가고 있다. 뮤직비디오나 가사 등도 일명 ‘SNS 시리즈’라 불리는 콘셉트, 젊은 층 필수 소통미디어인 SNS를 일관된 테마로 삼아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이 같은 노선이 지난해 5월 ‘We Go’에서 큰 호응을 얻어 인지도가 올랐다. 멜론에선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근래 젊은 층이 대대적으로 이동해 엄청난 확장세를 보여주는 유튜브뮤직에선 일간, 주간도 아니라 아예 2021년 연간차트에서 65위로 랭크인하고 있다. 한편 처음으로 비평적 관심을 모으는 데에도 성공했다. ‘We Go’는 지난해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2021년 최고의 K팝 25곡’에서도 12위로 선정된 바 있다. 이 같은 전환점에 흥미와 공감을 느낀 이들이 꾸준히 유입돼 팬덤을 키우고 이번 쾌거까지 이르게 된 순서.

 

 이런 현상은 팬덤형으로 재편된 K팝 구도에서 일관된 음악적 궤가 일종의 ‘세계관’으로 작동하기에 벌어진다. 가상 세계관을 내세운 팀들이 그를 통해 성(城)을 쌓고 팬덤 안과 밖을 나누는 것처럼, 일관된 음악적 궤 역시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가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쉽게, ‘모든 이들’에 접근코자 하는 게 아니라 이 노선에 동의할 이들만 딱 챙겨 고도화시키겠단 전략. 그리고 팬덤 바깥 일반 리스너들에겐 그게 하나의 브랜드 표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특정 서브장르 대표성까지 얻게 된다. 이에 동일한 효과를 노리는 팀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예컨대 오는 28일 컴백하는 걸그룹 로켓펀치 역시 이번 타이틀곡 ‘Chiquita’는 지난 타이틀곡 ‘Ring Ring’과 같은 신스팝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걸그룹 씬에서 희귀해져가는 ‘남성향(男性向)’ 콘셉트 상황에 대해서도 짚어볼 만하다. 사실 프로미스나인 콘셉트를 엄밀히 남성향이라 규정하기도 어렵고, 그 이전 과연 남성향 걸그룹이란 무엇을 말하는지도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여성향(女性向)의 ‘여집합’ 개념으로서만 파악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여성층에서 반응 좋은 걸크러쉬 계열, 그리고 일부 틴-키치(Teen-Kitsch) ‘이외의’ 다양한 콘셉트를 말한다. 음악적으론 강한 비트의 일렉트로닉 팝과 각종 선언적인 가사 ‘이외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때가 많다.

 

 어찌됐건 프로미스나인은 다소 명확한 남성향 콘셉트로 분류된다. 아닌 게 아니라 프로미스나인 자체가 극단적 남초 팬덤으로 잘 알려졌고, 실제 음반판매도 8:2 수준으로 남성층 구매비중이 부단히 높다. 군부대에서 특히 인기 있는 여돌로 알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프로미스나인에 있어 팀 방향성 이전 태생적 배경부터 성립된 부분이 크다. 애초 오디션 프로그램 배출 걸그룹들이 그렇다.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아 여성시청자를 다수 흡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남성시청자들만 남아 데뷔 시 그 기반으로 팬덤이 성립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자 시장에서 급속도로 남성향 걸그룹이 희소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K팝 해외 팬덤이 확장되면서 국내입지를 굳히기 힘든 중소기획사들이 해외, 특히 중국서 반응 좋은 걸크러쉬 콘셉트와 비트 강한 일렉트로닉 팝을 너도나도 택하기 시작하면서다. 국내 남성층 K팝 소비가 여성층에 비해 크게 떨어진단 점도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황이 또 달라졌다. 아이돌상품 자체가 ‘그사세’로 바뀌어가며 팬덤형으로 이동한 것도 있지만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남성층 대중문화소비가 폭발, ‘남초 팬덤 기반 걸그룹’도 수익적으로 성립 가능한 모델로서 변모한 것. 남초 팬덤으로 시작한 아이즈원이 이 시기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기록을 경신해 충격을 줬고, 그 기반으로 각종 굿즈와 온라인 콘서트, 프라이빗 메일 등 부가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즈원이 기한종료로 해산하고 나니 걸그룹 시장서 불어난 남성소비층에 대응할 남성향 걸그룹이 크게 부족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일정수준 이상 음악적 퀄리티를 보장하며 세련된 콘셉트를 선보일 확장성 있는 팀 차원에선 더더욱 그랬다. 초반의 안일한 교복 콘셉트에서 틴-키치를 거쳐 세련된 도시여성 콘셉트를 취하고, 확장성 있는 이지리스닝 계열에서 완성도 높은 곡들을 선보이던 프로미스나인이 여기서 낙점돼 유입을 늘린 흐름. 결국 이미 준비된 스탠스에서 뜻하지 않게 유리한 흐름을 만나 폭발한 셈이다.

 

 끝으로, 프로미스나인 소비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DM’ 음원사이트 통계를 보면 여성층, 특히 10대 여성층에서 소비가 늘고 있단 점을 알 수 있다. 의외로 여겨질 수 있다. 프로미스나인은 팀을 배출한 M.net ‘아이돌학교’ 투표조작사건 이래 대중문화 여론 중심 여초 커뮤니티들에선 늘 배싱 분위기만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상 여성층 유입이 거의 불가능한 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10대층은 애초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등을 이용하는 세대가 아니란 점이 여기서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해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조사한 연령별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현황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20대와 30대층은 여전히 포털사이트 기반 카페나 자체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10대층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60% 넘는 비중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페이스북 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자체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률은 불과 8.1%로 뚝 떨어졌다. 대중문화에 관심 갖고 팬덤 활동하는 10대 역시 트위터 등 SNS 기반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대단히 개인적이고 파편화된 팬덤 활동을 꾀하는 신세대들에겐 소위 ‘커뮤니티 여론’의 압박도 딱히 ‘입덕 장벽’으로 작용하질 못하는 법이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더라도 연령 따라 온라인 활동영역이 바뀔 일은 없단 점이다.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들 신세대가 구매력 있는 20대로 성장하는 때가 되면 K팝 주 소비층 분위기도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외에도 이번 프로미스나인 폭등을 둘러싸고 주목해야 할 각종 흐름의 변화는 상당히 많다. 단 한 팀의 판세 변화에서도 이토록 많은 K팝계 신종 흐름들이 단번에 읽혀진단 점이 흥미롭다. 역시 예상 선에서 나온 결과보다 예상 밖 결과들이 오히려 현실을 더 잘 말해준단 통찰은 좀처럼 틀리질 않는다. 더 많은 관찰과 연구가 요구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플레디스 제공

<스포츠월드>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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