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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오징어 게임’ 국내외 반응, 왜 다를까

입력 : 2021-09-26 13:00:00 수정 : 2021-09-26 1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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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온통 ‘오징어 게임’으로 도배되고 있다. 지난 한 주 내내 그랬다. ‘오징어 게임’이 19일 넷플렉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풀릴 때만 해도 분위기는 다소 잠잠한 편이었다. 오히려 일본 콘텐츠 ‘신이 말하는 대로’ 등의 표절 노이즈만 끼고 있었다. 그런데 추석 연휴를 거치며 상황이 급변했다. 연휴 동안 ‘오징어 게임’을 본 시청자가 급증한 탓도 있지만, 더 주요한 원인이 있었다. 한국서 언제라도 돌풍을 일으키고 마는 ‘해외 성과’ 얘기다.

 

21일 한국드라마 사상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한국드라마 기존 최고 기록은 ‘스위트홈’이 기록한 3위였다. 이어 23일엔 전 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올랐다. 24일에 되자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43개국까지 확대됐고, 26일엔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이 추가됐다. 그리고 국내에서의 비판여론과 달리 해외에선 평가도 훨씬 좋았다. 26일 현재 영미권 중심 비평가들 평가를 집계한 로튼 토마토에서 호평률 100%를 기록하고, 인터넷 무비데이터베이스 유저 평가에서도 10점 만점에 8.3점을 기록 중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국내 분위기도 돌변하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비판은 일순간에 사그라지고, 이른바 ‘국뽕’ 분위기와 더불어 왜 ‘오징어 게임’이 이토록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탐구로 논의가 넘어갔다. 이에 한 언론에선 드라마 속 대사를 빌어 “숫자가 악평을 이겼다”는 표현까지 등장한 바 있다. 화려한 해외 성과와 비평적 찬사가 국내의 비판적 여론을 눌러버렸단 뜻이다.

 

사실 해외,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서 ‘오징어 게임’에 국내와는 정반대 반응이 일고 있는 이유는 사뭇 간명하다. 먼저, 미국선 특정 콘텐츠의 표절 문제에 그리 심각하게 반응하질 않는다. 당장 할리우드 영화들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 아이디어 도용 사례들이 무수히 많다. 오시이 마모루의 ‘시끌별 녀석들 2: 뷰티풀 드리머’에서 설정 아이디어를 가져온 알렉스 프로야스의 ‘다크 시티’, 콘 사토시의 ‘파프리카’에서 설정과 몇몇 장면들을 그대로 도용한 듯 보이는 크리스토퍼 놀런의 ‘인셉션’, 같은 콘 사토시의 ‘퍼펙트 블루’에서 몇몇 장면 카피 흔적이 보이는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블랙 스완’ 등등 끝도 없다.

 

그래도 할리우드 측에선 별다른 해명이나 설명이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입장에서 혼성모방이 다소 쉽게 행해지는 포스트모더니즘적 태도 탓도 있지만, 애초 영화를 일종의 공산품으로 대하는 인식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당 콘텐츠의 품질, 즉 완성도로만 평가하지 그 아이디어가 오리지널한 것인지 아닌지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결국 한국서 때 되면 이는 각종 표절 논란 중 상당수는 문화예술 콘텐츠에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부여하려는 민족국가 특유의 감성에 기반을 둔 논란일 뿐, 세계 대중문화 메카 미국선 같은 아이디어라도 ‘더 잘 만들어지고 상품으로서 더 매력 있는 쪽’ 손을 들어준단 얘기다. 아이디어 자체의 오리지널리티를 따지고 들려는 태도는 애초 희박하다.

 

한편, 국내서 또 다른 비판 대상이 된 ‘오징어 게임’의 일부 신파적 묘사도 거론해볼 만하다. 한 마디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각국에선 이를 딱히 콘텐츠 약점으로 생각질 않고, 오히려 신선하단 평가가 많이 나온다. 이미 ‘부산행’ 등에 대한 해외 반응으로 어느 정도 알려진 대목이다. 이 역시도 서구권 특유 사회 분위기에 기인한다. 서구사회에서 개개인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 자체를 상당히 개인적인 부분으로 여기며, 이를 외부 타인들에 드러내는 일을 꺼리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니 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선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이성적인 태도, 소위 ‘쿨’한 태도를 보이려 애쓰고, 그런 분위기가 각종 문화예술 콘텐츠에도 그대로 묻어나게 되는 순서다.

 

그런데 그렇다고 문화예술 콘텐츠에서 사실상 신파 수준까지 가는 폭발적 감정들에 반응하지 않는 건 또 아니다. 다만 그런 감정의 표출을 ‘자국인’들이 펼치는 모습엔 익숙지 않은 반면, 해외 콘텐츠에서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고, 또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서구사회에서 유난히 감정 표출이 격렬한 콘텐츠를 내놓는 이탈리아 영화가 1960~90년대 미국대중에 큰 호응을 얻었던 점으로도 잘 알 수 있다. 그렇게 ‘자신들엔 없지만, 즐길 의향은 충분한’ 독특한 지점이 바로 신파라는 것. 그리고 이제 그 바통은 한국으로 넘어온 시점이다. 오히려 이 지점을 좀 더 연구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 등 해외에서의 긍정적 반응 탓에 국내 미디어 분위기가 전환되는 상황은 좀 더 많은 관찰을 필요로 한다. 사실 이런 예는 그동안 무수히 많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장 K팝 분야에서 산업적 패러다임 상 4세대로 분류될 수 있는 팀들만 봐도 그렇다. 에이티즈, 스트레이키즈, 이달의소녀, 드림캐쳐 등은 K팝 글로벌화로 해외에서 먼저 뜨겁게 반응이 인 뒤 그 영향으로 국내 입지도 재편되는 흐름을 공유한다.

 

13일 미니앨범 7집 ‘Zero: Fever Part. 3’으로 컴백한 에이티즈만 해도 그간 미국서만 열광적(이번 앨범의 빌보드 핫200 차트 42위 성적으로 잘 증명된다)일 뿐 국내선 거의 무명에 가깝단 평가였지만, 그렇게 해외 반응이 계속 화제에 오르다 보니 이번 앨범 타이틀곡 ‘DejaVu’ 뮤직비디오는 에이티즈 사상 최초로 국내 유튜브 인기동영상 순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더 큰 차원에서 보면, 애초 한국서 아이돌 K팝이 명실상부 모든 미디어가 주목하는 한국 대중음악산업 중심으로 여겨지게 된 것도 궁극적으론 해외에서의 열광 탓이었다고 볼 만하다. 그 전까지 아이돌 상품은 ‘상혼에 찌든 10대 겨냥 상품’ 이미지를 벗기 힘들었고, 대부분 미디어에서 그런 식으로 아이돌 K팝을 ‘진지하지 않게’ 다루곤 했다.

 

얼핏 사대주의에 가깝단 평가를 피할 수 없겠지만, 그게 꼭 나쁜 방향만은 아니란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외에서 반응이 오는 상품에 모두가 주목하고 치열하게 연구해 해당 콘셉트를 고도화시켜온 흐름이 지금의 K컬쳐 글로벌화를 이룬 것이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주목받은 콘텐츠가 자국 내에선 사실상 무시되기도 하는 등 투트랙적 태도를 취하던 일본 대중문화계가 서서히 국내적으로나 글로벌 입지 차원에서나 도태돼온 흐름을 생각해보면 글로벌 호흡을 중시해온 한국 분위기는 딱히 틀린 방향이라 보기 힘들다.

 

결국 해외발(發) “숫자”가 모든 걸 정당화시켜준다고까지 말하긴 어려워도, 절대 무시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란 얘기다. 이번 ‘오징어 게임’ 쾌거에서 무엇을 긍정적으로 취하고 무엇을 개선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미래담론 향방도 이 같은 차원에서 균형을 맞춰 진행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스포츠월드>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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