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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수가 걸었던, 걸어야만 했던 오르막길

입력 : 2021-04-19 06:00:00 수정 : 2021-04-19 18: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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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 한선수(36)가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2020~2021시즌 완주에 성공했다. 끝없이 이어진 오르막길에 때로는 지치고 좌절했다. 정상에 오르고서야 환히 미소 지었다. 한선수는 “고된 과정을 겪었기에 더 기쁘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짓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순간, 산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선수는 “여전히 산을 오르는 중이었는데 착각했다. 챔프전이라는 가장 힘든 구간이 남아있었다”며 “리그 1위를 하니 당연히 챔프전 우승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다. 대한항공은 못할 것이라는 시선도 많이 느꼈다. 고비를 넘고 해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주장이자 주전 세터로서 팀을 이끌기는 쉽지 않았다. 챔프전서 무딘 경기력에 선수단 미팅을 소집해 “정규리그에 했던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실력, 체력의 문제가 아니다”며 “심리적인 부분 때문이다. 이겨내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선수는 “선수들을 끌고 가야 하는데 나도 너무 힘들었다. 마음을 내려놓았던 것 같다”며 “동료들을 도우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리시브 라인 후배들에게 “공을 완벽하게 받지 않아도 되니 마음대로 올려놓아라. 내가 알아서 뛰어가 연결하겠다”며 다독였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되풀이됐다. 마침내 정상에 선 한선수는 “견디고 견뎌 만들어낸 결과라 더 뜻깊다. 후배들이 형들을 믿고 잘 따라와 줘 고맙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도 느낀 점이 많을 것이다. 한 점 한 점 끈기 있게 버텨내는 힘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꼭 이겨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첫째 딸 한효주 양이 학교에서 친구로부터 “너희 아빠 어제 (챔프전에서) 우리카드에 졌지?”라는 말을 들은 것. 한선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것과 진짜 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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