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이슈스타] 개그맨 배정근 “배달일 뭐 어때, 김형준 ‘쿠팡맨’ 광고 노린다”

입력 : 2021-04-09 08:30:00 수정 : 2021-04-09 18:13:05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개그맨 배정근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2021.03.30.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한 때는 ‘개그맨’이라는 호칭이 시도 때도 없이 웃겨야만 할 것 같아서 부담될 때도 있었는데, 어쩌면 앞으로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개그맨 유세윤 ‘개콘’ 폐지 후 SNS에서)

 

 공중파 3사 개그 프로그램이 줄줄이 없어졌다. 유치원 어린이부터 시장의 어르신들까지, 전국민이 따라하던 유행어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신인 개그맨을 뽑아도 이들을 세울 무대가 없으니 자연스레 ‘신인’ 개그맨도 없어진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20년 역사를 뒤로 하고 막을 내린 ‘개그콘서트’의 폐지 결정은 개그맨들에게 가슴 아픈 소식이었다. 유세윤 뿐만 아니라, 윤형빈, 신봉선, 김시덕 등 수 많은 개그맨들이 본인과 주변 동료들의 입을 빌려 ‘개그맨이라는 직업 카테고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비즈앤스포츠월드는 배정근과 인터뷰로 만났다. 배정근은 2016년 KBS 공채 개그맨 31기로 정식 데뷔, 이후 2019년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인물. ‘개그콘서트’ 코너 ‘생활사투리’에서 충청도 사투리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까지 받으며, 차세대 개그스타로 불리던 배정근. 그러나 지난해 6월 출연 중이던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설 무대를 잃었다. 하지만 개그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최근에는 주희중, 김석 등 동료들과 함께 유튜브채널 ‘3인용’,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아내 김단하와 유튜브채널 ‘콩깍지TV(콩깍지부부)’를 운영하고 있다.

개그맨 배정근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2021.03.30.

-개그맨이 되기로 마음 먹은 때는 언제인가.

 

 “예원예술대 코미디연기과를 나왔다. 어릴 때부터 까부는 걸 좋아했던 거 같다. 돈을 떠나서 남들 앞에서 웃기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대학 진학을 결정했고 동기들이랑 개그맨 준비를 했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나’라는 고민도 있었다. 그래서 빨리 입대를 했고, 거제도 조선소에서 일을 했던 적도 있다. 이후 같이 코미디를 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TV에 나오더라. 자극이 됐다. 27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지원에서 기적처럼 합격했다.”

 

-합격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합격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합격자 발표날 합격 명단을 보지도 않고 부산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인들이 축하한다며 연락이 주더라. 아침이었는데, 합격자 명단을 확인 후 동네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울면서 전화했다. 처음 아버지 앞에서 울었다. 믿어줘서 고맙다고 오열을 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근황이 궁금하다.

 

“65일 된 딸이 있다. 이름이 하랑이다. 얘 보는 재미로 산다. 저를 닮았으면 평생 원망을 들을 뻔 했는데 다행히 아내를 많이 닮았다. 아기가 태어나고 어린이 프로그램이 하나 들어왔다. 하랑이가 복덩이인 것 같다. 유튜브로 낮엔 개인 방송을 하고 저녁에 별 일이 없으면 쿠팡 배달을 간다.”

 

-본인을 포함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으로 옮겨간 개그맨들이 많다. 

 

 “저도 거의 매일 하고 있지만 지금 유튜브 방송으로는 수익이 없다. 가장이다보니 먹고 살아야 해서 배달 일도 한다. 안쓰럽게 보시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뭐 어때’라는 마음이다. 이 일은 마약 같다. 출퇴근이 자유로워서 프리랜서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좋다. 쿠팡 배달을 하고 있는데, 방송마다 말하고 있다. 쿠팡맨으로 유명한 태사자 멤버 김형준 씨가 이번에 광고 찍은 거 부럽던데. 호시탐탐 계약만료를 노리고 있다.(웃음)”

 

-지난 2월 방송된 JTBC ‘1호가 될 순 없어’에 출연해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 한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준형 선배가 불러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갔다. 욕심이 없었다. 방송에 나간다고 꾸밀 것도 없고 진짜 제 평상복을 입고 갔다. 슬픈 현실이지만 제가 불쌍해보이는게 싫더라. 개그맨은 웃음을 드려야 하는데 저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게 싫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저를 안쓰럽게 보시지 않으셨으면 한다(웃음).”

개그맨 배정근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2021.03.30.

-2018년 KBS 공채 32기를 마지막으로 신인 개그맨을 뽑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배정근이 코미디 부문 마지막 신인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2019년도에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고, 결혼도 했다. 인생이 탄탄대로 일 줄 알았다. 신인상 타면 방송도 여러 개 하고 행사도 다니고 하지 않나. 코로나가 터져서 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에게 효도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마지막 신인상’이라는 것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 1년이 됐건 10년이 됐건 언젠가는 다음 신인상이 생길 수 있는데 저 스스로 ‘개그는 끝이야’, ‘KBS에서 개그를 볼 수 있는 건 끝이야’ 하면서 닫아두는 느낌이 싫더라. 열린 결말로 해두고 싶다. 다음 신인상이 나오는 날을 기대한다.”

 

-개그맨으로서 현 개그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처음 ‘개그콘서트’ 폐지 소식을 들었을 때 주변 탓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요즘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개그를 보여드릴 수 있다. 상황 탓만 할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는 분들 중에 성공해서 다시 TV로 돌아가는 분들도 있다. 저도 열심히 해서 다시 TV에 나왔으면 한다. 다시 ‘영광의 날’이 오면 뵙게 되길 기원한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