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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브레이브걸스, 왜 떴을까?

입력 : 2021-04-04 12:08:06 수정 : 2021-04-05 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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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린’ 음악방송 활동을 끝낸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재빨리 신곡 소식을 알렸다. 소속사 대표이자 프로듀서 용감한형제는 지난 2일 유튜브채널 ‘은기자의 왜떴을까TV’와의 인터뷰에서 “후속 앨범 타이틀곡 작업은 거의 끝났”으며 “최대한 빨리 컴백할 것”이라 밝혔다. 기대되는 소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은기자의 왜떴을까TV’ 전반적 방송내용처럼, 여전히 ‘브레이브걸스는 어떻게 역주행으로 뜰 수 있었을까’를 해설하는 콘텐츠도 계속되고 있다. 같은 화두가 텍스트 매체에서 유튜브 등 방송 매체로 옮겨 진행되는 차이 정도다.

 

 물론 그만큼 이례적인 현상이어서 그렇다. 그러나 그에 접근하는 방식은 텍스트 매체나 유튜브 등 영상매체나 사실상 다를 게 없다. 끝없는 반복이다. 훈훈한 미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지금 뜬 이유’에만 집중했을 뿐 ‘그럼 그땐 왜 못 떴느냐’는 보다 근원적인 의문에 대해선 언급이 안 되거나, 되더라도 상당 부분 미시적 관찰에 그친다. ‘롤린’은 여름 노래 분위기임에도 2017년 당시 봄 시즌에 등장했단 점, 여름 노래답게 상쾌한 이미지로 어필했어야 함에도 당시엔 그에 역행하는 뱀파이어 콘셉트로 등장했단 점 정도가 거론될 뿐이다.

 

 물론 그런 해석도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이 너무나 많다. 이를 좀 더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롤린’ 자체는 소위 ‘뜰만 한’ 노래였단 점을 전체로, 먼저 ‘브레이브걸스’란 팀명 문제부터 생각해볼 수 있다. 팀명 자체로 문제 있단 얘기가 아니다. 그 팀명을 ‘너무 오래’ 써왔단 점이 문제다. 지금 활동 중인 2기가 결성된 건 2016년이지만 엄밀히 브레이브걸스는 2011년부터 써온 팀명이다. 프로듀서 용감한형제와 소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를 바로 연상시키는 이름이기에 애착이 있었던 듯한데, 사실 이게 ‘롤린’의 1차적 패인이 됐다.

 

 쉽게, ‘브레이브걸스’는 1차 소비대상인 아이돌 팬들에 ‘이미 실패한 팀’ 이름으로 인식되고 있었단 것이다. ‘(1기) 5년 동안 뜨지 못한 팀’ 이름이다 보니 이미지 손상이 심한 상태였고, 그러니 아무리 될성부른 노래를 들고나와도 이목을 끌기 어려웠다. 같은 팀명으로 멤버를 교체해 도전하려면 최소 결성 1~2년 이내 이뤄졌어야 하고, 브레이브걸스처럼 멤버가 사실상 전부 바뀐 경우라면 같은 팀명을 유지한다는 게 오히려 난센스다. 마이너스 요소밖에 없다. 드림캐쳐 경우처럼 기존 팀명을 아예 버리고 리뉴얼하는 편이 오히려 나았다.

 

 한편, 더 중요한 건 브레이브걸스 ‘콘셉트’ 차원으로도 문제가 있었단 점이다. ‘롤린’이 등장한 2017년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브레이브걸스 2기는 멤버만 바뀌었지 전반적 콘셉트는 1기의 그것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섹시 콘셉트, 그중에서도 명확한 ‘남성향(男性向)’ 섹시 콘셉트다. 1기는 2011년 데뷔 타이틀곡 ‘아나요’부터 ‘쩍벌춤’ 안무로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 데다, 같은 해 남성잡지 맥심 화보로까지 등장했었다. 노골적으로 남성향을 표방한 것이다.

 

 브레이브걸스 1기 론칭 당시엔 그게 ‘괜찮은’ 노선이었다. 2009~2014년은 남성향 섹시 콘셉트 전성기였기 때문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애프터스쿨 등에 이어 씨스타, 미쓰에이가 추가로 등장해 트렌드가 처음 형성됐다. 곧 레인보우, 시크릿 등도 이 노선에 가세했다. 유행 한가운데 론칭된 브레이브걸스도 이에 편승했던 셈이다.

 

 그런데 이런 식 ‘트렌드 올라타기’는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다. 열풍에 힘입어 정상급으로 올라서거나, 수많은 유사 팀들에 묻혀 존재감을 잃고 사라지거나. 브레이브걸스 1기는 여기서 밀리고 만다. 당시는 역량이 출중한 3대 기획사에서조차 남성향 섹시 콘셉트 걸그룹을 내놓던 때다. 처음 걸그룹을 만들어본, 아니 아이돌그룹 자체를 처음 만들어본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로선 노하우 측면부터 크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경험부족과 초보적 시행착오들이 계속됐다. 그렇게 5년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나갔다.

 

 더 큰 문제는 사실 2016년 2기가 결성된 때부터다. 그 사이 저 남성향 섹시 콘셉트는 트렌드에서 밀려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대중적으로 외면 단계까지 가 있었다. 한동안 등장하는 거의 모든 걸그룹이 동일 콘셉트였기에 피로감이 심해진 게 첫째다. 둘째는,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섹시 콘셉트 ‘수위’가 점점 올라가게 됐단 점이다. 스텔라, 섹시밤 등의 선정적 의상 논란은 물론이고 레인보우 ‘배꼽춤’처럼 지상파방송금지를 당하는 안무까지 등장했다. 곧 일종의 사회문제로 비화해 두들겨 맞다 보니 콘셉트 인상 자체가 극도로 악화돼있었다.

 

 엄밀히 2014년 AOA ‘짧은 치마’, 걸스데이 ‘Something’, EXID ‘위아래’ 정도까지가 남성향 섹시 콘셉트 끝물이었다. 그리고 곧 ‘3세대’라 불리는 레드벨벳, 여자친구,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의 시대로 넘어갔다. 섹시 콘셉트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거나, 흔히 ‘걸크러쉬’란 용어로 대변되는 여성향(女性向) 섹시 콘셉트의 시대 말이다.

 

 이 시기 즈음부턴 아이돌상품 자체가 ‘대중성’을 잃어가고 있었단 점도 지목할 만하다. 보이그룹은 본래 그런 측면이 강했지만, 이쯤부턴 ‘대중성의 걸그룹’마저 급속히 ‘그사세’가 돼갔다. 이유는 많다. ‘스몰스타’ 전성시대를 맞아 걸그룹 대중성을 확보해주던 남성 라이트층 관심이 유튜버 등 보다 친밀감 있는 아이콘들로 옮겨 간 점, 애초 미디어 빅뱅으로 대중성 개념 자체가 무너져가던 시기란 점 등이 주로 거론된다.

 

 이에 걸그룹도 점차 팬덤형 수익모델을 택하게 됐지만, 문제는, 남성향 섹시 콘셉트란 애초 ‘대중성’을 노린 코드였단 점이다. 주로 남성 라이트층에 어필해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고 CF나 행사 등으로 수익을 얻어내려는 모델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아이즈원 등 남돌 규모까지 확대된 팬덤형 걸그룹 중 남성향 섹시 콘셉트를 취하는 팀은 없다. 그러니 브레이브걸스는 2017년 즈음 돼선 설 자리 자체가 없어졌단 얘기다. 나아가 남성층이 빠져나가 대부분 여초화 된 아이돌 중심 대중문화 커뮤니티들에서도 이들이 주목받는 일은 없었다. 커뮤니티 반응을 주로 살피는 언론미디어도 연쇄적으로 이들에 관심을 잃어갔다.

 

 ‘롤린’에 대한 2017년의 ‘무시’는 이렇듯 복합적인 조건들이 한꺼번에 클릭 돼 벌어진 일이다. 반대로, ‘롤린’이 군부대 단기사병들로부터 컬트적 인기를 얻게 된 것도 사실상 같은 원인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세상 유행은 달라지고 있었지만, 젊은 남성들끼리 제한된 조건에서 생활하는 군부대는 환경적 특성상 ‘여전히’ 남성향 섹시 콘셉트 걸그룹이 인기 있을 수밖에 없었고, 일반사회와 달리 걸그룹에 대한 주목도도 ‘여전히’ 높았단 것이다.

 

 때는 남성향 섹시 콘셉트 걸그룹 사양(斜陽) 시점인 데다 퀄리티 있는 캐치한 노래로 해당 콘셉트를 구사할 팀은 더더욱 몇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여러 조건이 클릭 돼 군부대 내 ‘롤린’ 열풍이 일어났고, 브레이브걸스도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여타 걸그룹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군부대 공연에 힘썼다. 군부대 내 인기는 점점 배가돼갔다.

 

 이후는 다들 아는 대로다. 사실 ‘롤린’ 군부대 공연영상들은 1~2년 전부터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멤버 유나가 “그동안에도 몇 차례 역주행 조짐이 있었지만 그대로 묻혀버렸다”고 한 게 바로 이 동영상들 반응 얘기다. 특정 집단에서만 열광적 반응을 얻어낸단 점이 소소한 화젯거리가 됐고, 들어보니 노래도 캐치해 ‘숨은 명곡’ 리스트에도 곧잘 올랐다. 그런 소소한 반응들이 조회수 차원에서 착실히 쌓이다 보니 지난 2월 댓글 모음 영상이 새로 떴을 때 유튜브 알고리즘 선택을 받게 됐다. 그리고 영상 속 무명 걸그룹의 분투와 제한된 팬들이나마 열광적 반응을 얻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위 ‘코로나19 정서’와 맞물려 전에 없던 폭발적 반향을 일으키게 된 순서.

 

 그럼 이제 ‘롤린 이후의 브레이브걸스’는 과연 어떻게 될까.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가 우려하듯 “그저 한때의 화젯거리” 정도로만 그치게 될 수도 있을까. 억지로 희망적 견지를 취하지 않더라도 딱히 그렇게 될 듯하진 않다.

 

 아이돌 판에서 대중성 확보란 이제 좀처럼 얻어내기 힘들어진 것일 뿐 아예 불가능해진 건 또 아니기 때문이다. 브레이브걸스는 그나마 유일하게 작동하는 대중성 코드, 즉 ‘스토리텔링’ 요소를 확실히 쥐게 됐다. 이전 역주행 아이콘 EXID, 대기만성 아이콘 오마이걸 등에도 적용됐던 요소다. 무엇보다, 이번 역주행 과정에서 브레이브걸스 멤버들 ‘캐릭터성’이 각각 잘 부각된 측면이 있다. 새롭게 생성된 팬들이 발 빠르게 ‘꼬북좌’ ‘단발좌’ 등 별칭을 붙여주며 캐릭터화를 도왔고, 실제로도 ‘알고 보니’ 캐릭터성 강한 멤버들이었던 측면도 강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번 역주행 과정에서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측 달라진 대응 부분이다. 이제 걸그룹을 ‘가볍게’ 소비하던 남성 라이트층이 사실상 휘발됐으며, 아이돌 관련 각종 여론도 여초화된 커뮤니티들이 주도한단 현실을 이해한 듯 보인다. 이에 남성향에 충실했던 기존 ‘롤린’ 앨범 커버를 재빨리 여성층도 공감할 만한 여름 콘셉트로 교체했고, 의자를 활용한 ‘롤린’ 안무도 일부 수정했다. 대중성 개념을 ‘굳이’ 작동시키려면 이제 ‘여성층도 공감하는 콘셉트’로 교체해야 한단 점을 이해한 것이다. ‘코드’를 알았다면 미래는 밝다.

 

 어찌 됐건 이번 브레이브걸스 관련 이런저런 관찰들은 현 아이돌시장 구도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브레이브걸스 향후도 주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역주행 에피소드가 끝난 현시점부터 더 지켜봐야 할 구석들이 많다. 이제부턴 ‘뜨게 된 이유’나 ‘뜨지 못했던 이유’를 넘어, ‘그렇게’ 뜬 팀이 과연 어떻게 기회를 활용해나가는지 지켜봐야 할 때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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