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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스토리]4년 전 수원의 기억…KT 고영표·배제성 “우리 같이 가자”

입력 : 2021-02-23 18:30:00 수정 : 2021-02-23 21: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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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군복무를 마치기도 전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군복을 벗고 유니폼을 입으니 라이벌로 불렸다. 야구장 안팎에서 절친한 두 남자는 마주 보고 ‘우리 라이벌이야?’라며 웃음이 터뜨렸다. KT 투수 고영표(30)와 배제성(25)은 23일 “그냥 그렇다고 하자!”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4년 전 수원의 기억=고영표는 2014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 KT 지명을 받은 후 프로에 데뷔했다. 2년 동안 불펜계투조에서 경험을 쌓고 2017년부터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토종에이스라 불릴 때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배제성을 만났다. 그 해 배제성은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 투수였다.

 

 야구에 관한 생각이 뚜렷한 배제성에게 고영표는 일종의 스타였다. 2017시즌 고영표는 8승을 챙겼고 141⅔이닝을 소화해 ‘소년가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신생팀 특성상 선수층이 얇은 시점에도 고영표는 리그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투수로 성장했다. 배제성은 “처음에 1군에 합류했을 때 영표형을 보면서 참 신기했다. 마운드 위에 선 형의 표정이 하나도 바뀌지 않을 때 ‘나도 저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관리했다”고 말했다.

 

 고영표에게 배제성도 동기부여였다. 평소 야구에 관한 이야기라면 밤도 세울 수 있는 고영표는 당시 배제성과 한 마디를 나눈 직후 바로 ‘아, 이 친구 속이 깊구나’라고 직감했다. 고영표는 “익산에 오가면서, 수원에서 같이 몸을 풀면서 제성이와 대화를 정말 많이 했었다. 절대 두루뭉술하지 않고 나태해지지 않으려는, 매너리즘을 엄청 경계하는 마음이나 자세가 동생 같지 않았다. 정말 뚜렷하게 잘 통했다”고 회상했다.

 

2년의 공백과 반등=둘만의 심도 깊은 야구 이야기는 지난 2년 동안에도 멈추지 않았다. 고영표가 군복무를 시작한 시점, 배제성은 ‘배이스(배제성+에이스)’라 불리기 시작했다. 더그아웃이나 불펜에 함께 앉을 일이 없었지만 고영표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배제성이 형과의 만남을 몇 차례 만들었다. 고영표는 지난해 11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과거 마운드에 오른 동생의 포커페이스를 TV로 지켜보면서 고영표는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수차례 반복하고 다짐했던 ‘꼭 성공하자’라는 말을 지켜내는 모습에 감동을 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공을 던지는 게 선수의 일상이다. 일상을 흘려보내는 선수도 굉장히 많다”며 “제성이는 왜, 어떻게, 그래서 등을 생각하더라, 알을 깨려고 몸부림을 치는 게 보였다. 그래서 2년 연속 10승을 한 투수, 에이스가 되지 않았나”고 했다.

 

 옆에서 조용히 형의 말을 듣던 배제성은 “나는 에이스가 아니야 형”이라고 웃더니 “영표 형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군분투했는데 팀이 좋아졌을 때 밖에서 봐서 마음고생도 심했다. 고생을 정말 많이 한 사람”이라면서 “좋은 성적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 와서 다행이다. 올해는 같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우승을 바라보다=토종에이스 바통을 한 차례씩 넘겨받은 둘은 이제 기분 좋은 상상을 시작했다. 보고 배울 게 넘쳐나던 형이 돌아왔고, 동생은 리그 대표 오른손 투수로 성장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가을야구를 맛봤고 이제 그 위를 바라본다. “이걸 우리가 말해도 되나”라며 머뭇거리던 둘은 “우승하는 상상 정말 많이 해봤어요”라고 말했다.

 

 2년 전 군복무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그림, 고영표는 이미 몇 차례 이미지트레이닝도 시도했다. 고영표는 “한 번씩 ‘우승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을 때 이전에는 막연했다면 이제는 그림이 막 그려진다. 멀리서 보는 게 아니라 정말 가까이에서 보는 느낌이다.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온다”고 웃었다.

 

 지난해 자신이 올랐던 고척돔 마운드에서, NC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배제성은 갈증이 더하다. “우리 팀 불펜 형들도 정말 최고다. 주자가 있어도 다 막아주고, 위기에도 이 정도로 안정감 있게 처리해주는 투수들 없다”며 “지금 전력이라면 충분히 몇 년 안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순간에 영표형과 나, 그리고 우리 투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정말 궁금하다”고 전했다. 우애 좋은 형과 동생은 인터뷰 말미 “정말 KT 유니폼 입고 딱! 이강철 감독님과 우승해야죠”라며 기분 좋게 식당으로 떠났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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