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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한류 전략, 끊임없는 진화가 필요하다

입력 : 2020-10-18 17:00:00 수정 : 2020-10-18 18: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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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2NE1 전 멤버 박산다라의 유튜브 채널 ‘다라TV’가 지난 11일 조용히 구독자 100만을 돌파했다. 17일 현재까진 108만을 넘어선 상황. 팀 해체로부터 4년이 지난 걸그룹 멤버, 심지어 해체 후 개인 활동이 딱히 왕성하지도 않았던 멤버 채널로선 고개가 갸웃거려질 만한 숫자다. 한창 잘 나가는 셀레브리티들도 이 정도 안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그 비결은, 많이들 예상하는 대로, 박산다라의 탄탄한 필리핀 팬덤 덕택이다.

 

 박산다라 본인부터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다라TV) 시청자 1위 국가는 필리핀”이라 공언한 바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영상 아래 댓글들만 봐도 분위기는 충분히 읽힌다. 녹스인플루언서의 구독자 예상지역 분포는 이와 좀 다르지만(필리핀 비중은 6% 정도), 그보다 비중 큰 국가들도 대부분 필리핀인들이 OFW(Overseas Filipino Workers)로 많이 나가있는 지역들이란 점에서 이해가 간다. 애초 이번 100만 돌파 역시 간만에 필리핀 관련 콘텐츠가 올라온 직후 2주 동안 무려 19만이 폭증한 결과다.

[스포츠월드 김용학 기자] 가수 산다라박이 21일 중구 회현동 레스케이프호텔에서 열린 화장품 브랜드 클라랑스 포토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2020.01.21.

 여기서 박산다라 필리핀 팬덤과 박산다라 본인 위상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사실 지금처럼 탄탄한 필리핀 팬덤 충성도는 좀 신기한 일이긴 하다. 애초 박산다라의 YG엔터테인먼트행(行)은 실제적으로 그의 필리핀 커리어가 ‘끝나가고’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박산다라 필리핀 커리어는 2004년 필리핀 최대민영방송사 ABS-CBN 신인 연예인 발굴 프로그램 ‘스타 서클 퀘스트’에서 그가 2위를 차지하며 시작됐다. 약 1년여 동안 1위를 차지한 히로 앙헬레스와 소위 ‘러브 팀’을 이뤄 수많은 방송과 영화 등에서 함께 활약했다. 그러다 2005년 초 인연이 닿은 YG엔터테인먼트에서 트레이닝 받고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왔을 때, 박산다라 자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트레이닝 기간 동안 ‘러브 팀’ 상대 히로 앙헬레스는 ABS-CBN 산하 매니지먼트사 스타매직을 나가고 없었다. 한편 박산다라 포지션 자체도 ABS-CBN의 또 다른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피노이 빅 브라더’를 통해 발굴된 중국계 필리핀 소녀 킴 치우로 대체되고 있었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필리핀 활동이 이어지다 결국 2007년 스타매직 측에서 박산다라와의 계약연장을 포기하고, 박산다라는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귀국하게 된 순서. 필리핀을 떠날 땐 이미 이렇다 할 인기기반 자체가 사라진 상태였단 얘기다.

 

 그럼 지금의 탄탄한 충성도는 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엄밀히 박산다라가 2NE1으로 데뷔해 K팝 스타로 거듭난 이후 새롭게 생성됐다 보는 게 맞다. 단순히 K팝 스타가 아니라 ‘필리핀 출신’ K팝 스타란 점이 중요했다. 필리핀은 자국 출신 K팝 스타를 통해 소위 ‘국뽕’할 거리가 없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국민조차 아님에도 ‘자신들이 먼저 발굴했다’는 애착과 자부심 하나로 박산다라에 대한 지지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금껏 K팝 그룹 해외멤버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중국 55명, 그 뒤로 미국 39명, 일본 39명, 태국 10명, 대만과 캐나다가 7명 순이다. 그런데 필리핀 출신은 2016년 6개월도 채 활동 못하고 해체한 한중합작 걸그룹 O21 멤버 미아가 지금껏 유일하다. 미국과 필리핀 복수국적 솔로가수 크리샤 츄까지 합쳐 봐도 단 둘뿐. 가까운 아시아권의 인구 1억700만 국가치곤 ‘정말 없다’.

 

 이유는 간명하다. 애초 해외멤버는 K팝 해외 실질 수익처인 공연수익 측면에서 기대치가 높은 나라 중심으로 선택돼왔기 때문이다. 그 마지노선이 인구 7000만에 1인당 GDP 7274달러의 태국이었다. 반면 필리핀은 그 절반이 안 되는 3103달러, 지금껏 단 한 명의 K팝 아이돌도 배출하지 못한 베트남은 2567달러다. 좀 잔인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젠 좀 생각을 달리 해봐야 할 때다. 최초의 인도네시아 출신 K팝 걸그룹 멤버 디타가 소속된 시크릿 넘버의 ‘디타 효과’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도 물론 문화소비를 할 만한 중산층 규모는 크지 않다. 1인당 GDP도 3894달러 정도. 그러나 무려 2억6770만 인구를 통해 시크릿 넘버 인도네시아 팬덤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형성됐고, 데뷔 타이틀곡 ‘후 디스?’ 뮤직비디오는 3000만 뷰에 육박하고 있다. 중소 신인그룹 데뷔로선 엄청난 성과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렇다 할 수익처가 되긴 어렵지만, 그 부가효과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국내에서 나름 큰 미디어 화제를 모으는데 성공했고, 해외 K팝 팬들 역시 처음 듣는 팀 유튜브가 이토록 폭발하니 호기심에 들어보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그 탓에 해외 유명 K팝 리액션 유튜버들로부터 자주 선택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데뷔 론칭 홍보효과로선 모든 면에서 성공한 팀이 됐다는 것.

 

 필리핀 상대로도 이 같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필리핀은, 언급했듯, 1억 인구를 지닌 데다 SNS 사용시간이 가장 긴 나라로도 꼽힌다. 거기다 무려 1300만에 이르는 해외노동자 OFW 규모로 인구 13%가 해외에 나가 사는 특이한 환경이기도 하다. 이들 OFW를 통해 해당국가 광고단가로 책정되는 유튜브 수익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거듭날 수도 있고, 해외각국 팬덤 형성에 ‘발판’으로 작동해줄 수도 있다. 생각보다 기대효과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산다라 유튜브 채널에 골드 플레이 버튼을 안겨줄 정도로 자국 출신 K팝 스타에 대한 열망과 애착이 상당하다.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된 박산다라는 그렇다 치더라도, M.net ‘아이돌학교’에 출연하고 걸그룹 하이틴 멤버로 ‘잠깐’ 활동했던 필리핀 교포 제시카 리(한국명 이슬) 유튜브까지 찾아가 33만 구독자 채널로 만들어준 장본인이 또 필리핀인들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매우 ‘목이 마르다’.

 

 어찌 됐건 한류전략은 계속 진화할 필요가 있다. K팝 그룹 해외멤버 전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돈 되는 나라’ 멤버로 해당국가에서 ‘바로’ 벌어들일 전략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점이 ‘디타 효과’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다른 선택지로서 또 다른 효과들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애초 문화전략은 레고블록처럼 물리적 끼워 맞추기였던 적이 없다. 화학작용도 존재하고, 사뭇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박산다라가 겪어온 길고 먼 여정처럼.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사진=유튜브 채널 다라TV 캡쳐, 바인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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