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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가해자는 빠져나갈 궁리뿐인데…특별할 것 없는 특단의 대책

입력 : 2020-07-08 16:35:02 수정 : 2020-07-08 18: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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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그들만의 세상은 여전히 굳건한 것인가.

 

참 이상하다. 피해자가 직접 지목한 이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기 바쁜 반면, 존재조차 파악되지 않았던 이는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 주장, 선배 그리고 팀 닥터의 행태다.

 

의사 면허가 없는데도 팀 닥터로 불린 안모씨는 피해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고인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는 안씨가 폭행뿐 아니라 성추행까지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북 경주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은 이와 관련해 안씨를 고발했다. 눈여겨볼 점은 6월 23일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는 부분이다. 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사흘 전의 일이다. 

 

사실 故 최숙현 선수가 4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을 때 가해자 명단에 안씨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주시체육회 또는 대한철인3종협회 소속도 아니었기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조상대상에서 안씨를 배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씨는 굳이 먼저 연락을 해 자신의 폭행 사실을 밝혔다. 안씨의 자필 진술서에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故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사실과 더불어 김모 감독을 감싸는 듯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서로 입을 맞춘 듯한 모양새다. 안씨가 감독과 선수를 보호하고 마치 독자적인 폭행인 것처럼 몰고 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녹취록을 비롯해 폭행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음에도 감독과 선수들이 “그런 적 없다”며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받아들여 감독 및 선수 2명에게 중징계를 내렸지만 안씨는 협회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됐다.

 

가해자들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이번 사태를 빠져나가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대책 마련은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다. 대통령 지시 하에 정부는 체육계 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기만 했지만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서도 각 기간과 대처 방안을 공유하고 향후 강력한 공조 체제를 만들겠다는 큰 맥락만 있을 뿐 구체적인 대책 방향은 빠져 있다. 심지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치 유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라면 제2, 제3의 피해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故 최숙현 선수의 가해자로 알려진 감독과 선수 그리고 팀 닥터라 불린 안씨가 사전에 입을 맞춘 듯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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