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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성실하게…‘슬기로운 의사생활’ 신현빈의 변함없는 바람 [스타★톡톡]

입력 : 2020-06-15 13:57:03 수정 : 2020-06-15 14: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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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여름이 시작될 무렵,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배우 신현빈을 만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안경을 벗어 낯설다가도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장겨울을 떠올리게 했다. “장겨울 같다”는 기자의 말에 “정말 그런 것 같아요?”라고 되묻는 말투조차 그랬다. 지난해 여름, 제작진과의 첫 미팅 이후 1년. 신현빈은 만인의 ‘장겨울’이 됐다. 

 

tvN 2020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신현빈은 차가운 말투에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환자를 보살피는 일에 대해서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뜨겁고 열정적인 외과 레지던트 3년 차 장겨울을 연기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의사 중심의 드라마. 신현빈이 ‘슬의생’에 대해 들은 이야기의 전부였다. 작가, 감독과의 세 번째 만남에서 ‘장겨울’이라는 이름을 들었고, 조금 더 세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잠깐의 만남에서도 신현빈과 참 닮은 장겨울이라 느껴졌다. 신현빈 역시 “대화에서 어떤 부분을 보며 ‘장겨울 같다’고 생각해 주신 것 같다”고 캐스팅의 이유를 짐작했다. 이내 “조금 덤덤해 보였을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신현빈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졌다. 종영 후 인터뷰를 통해 ‘장겨울과 닮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에 맞는 답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며 머뭇거리기도 했다. 이어 “사실 조금 예민한 편”이라고 입을 뗀 그는 “관심 없는 일에는 지극히 무관심하다”라고 답했다. 지금보다 어린 시절 신현빈이 장겨울을 더 닮았다. ‘뚱한 어린이’라고 표현할 정도. 작은 일에 큰 반응을 하는 편은 아니기에 장겨울 캐릭터가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겨울이의 말투와 행동에 이질감이 없었어요. 때로는 나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다른 배우들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작가님이 우리를 CCTV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웃음) ‘민간인 사찰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죠. 신기할 정도였어요. 어떻게 이런 모습을 알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비슷하다 느껴지기 전에 주변의 반응이 먼저 왔다. 신현빈은 장겨울의 귀엽고,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지인들의 시선은 자신과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친구가 ‘장겨울은 차분하게 미친 사람 같다’는 댓글을 캡쳐해서 보내주더라”는 신현빈은 “차분하지만 엉뚱한 부분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겨울이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주변에서 비슷하다고 하니까...”라며 말끝을 흐려 웃음을 자아냈다. 

 

겨울과 정원(유연석)의 러브라인은 진한 키스신으로 꽉 닫힌 해피 엔딩을 맞았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겨울의 고백은 두 사람의 진심을 확인시켜줬고, 신부와 의사 사이를 갈등하던 정원의 고민이 끝났음을 암시했다. ‘신을 이긴 상대’라고 말하자 신현빈은 “내가 이긴 게 아니라 정원이의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이긴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정확히 따지면 환자와 보호자가 준 보람과 사명감이다. 

신현빈은 “어떻게 보면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이었을 거다. 의사 안정원으로서의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 (러브라인도) 갈 수 없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신부의 길을 포기하는 선택은 의사로서의 확신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그중 겨울이 차지한 건 일부일 뿐일 거라 짐작했다. 오랫동안 가진 신념이 사람에 대한 마음 하나만으로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놨다. 

 

장겨울은 초지일관 안정원을 향한 마음을 보여줬다. 정원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누가봐도 티 날 정도로 정원을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반면 정원은 신부가 되려는 의사의 고민이 더 크게 비춰졌다. 플래시백(과거의 회상을 나타내는 장면)으로 오랜 시간 쌓아온 정원의 마음이 드러났지만, 종영을 앞두고서야 속도를 내기 시작한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낯설게 느끼는 시청자도 있었다. 

 

“캐릭터가 가진 성향 차이가 컸던 같아요. 전 갑작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겨울이와 정원이 그동안 가지고 왔던 마음이 터져 나오는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자, 여기서부터 좋아했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하는 설정이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죠. 그래서 급 전개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전 이전에 다룬 감정선이 섬세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해요. 내용을 알고 있어서 그렇지도 하지만, 모니터링하다 보면 감탄하게 되는 지점이 많았죠. 정원이의 감정이 완벽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겨울이를 신경 쓰여 하잖아요. 그게 불편해하는 건지 호감을 가지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는 감정 사이에서 이해되지 않는 불편한 감정들이 커지는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마지막 회에 나온 응급실 신이다. 6회에서 장겨울은 생리통 진통제 후유증으로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겪었다. 응급실에 간 장겨울을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해 하는 안정원의 장면은 6회 촬영 당시 함께 찍었다.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던 사람이 머뭇거리고 걱정하는 모습을 미리 표현해 둔 것이다. 신경 써서 본 시청자라면 알 수 있는 장면이자 신현빈조차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연출과 연기였다. 또 6회를 지나면서 장겨울과 안정원의 좋은(?) 결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겨울은 외과의 유일무이한 레지던트였다. 단 하나의 레지던트인 만큼 교수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의국 최고 권력자이기도 했다. 회진, 수술실, 응급실 등등 어디를 가든 그가 있었다. 처음 접하는 의학용어를 하나둘 공부하다 보니, 자주 나오는 표현은 어느새 익숙해졌다. ‘13명의 아버지를 둔 외동딸’이라는 시청 후기를 언급하면서 “말이 좋아 13명의 아버지지, 사실은 13명의 상사가 있는 거다. 출연진이 많다 보니 서로 만나지 않은 인물도 더러 있는데, 겨울이 덕에 많은 분을 만나면서 촬영을 마쳤다”라고 의미를 찾기도 했다. 

 

실제 의사들의 리뷰도 화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리얼리즘의 끝으로 평가 받은 건 ‘슬의생’의 러브라인. 일부 시청자는 ‘저렇게 바쁜데 연애를 하냐’라고 투정을 부렸지만, 그조차 리얼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수술이나 진료 장면도 ‘이런 부분까지 어떻게 알고 찍었나’라는 반응을 얻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온 겨울의 부은 얼굴도 그랬다. 분장을 하고 나온 신현빈을 보는 반응은 ‘곤란 혹은 웃음’이었다. 유일하게 자문 교수님만 태연한 얼굴로 ‘아, 분장이 잘됐네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이의 첫인상은 자칫 오해받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지나고 보면, 지켜보면 진국인 사람이죠. 그런 점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대본이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저도 노력했고요. 알면 알수록 괜찮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는 미리 그걸 알고 있다 보니 캐릭터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신현빈은 출연자이자 시청자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시청자 신현빈’이 튀어나왔다. “넷플릭스로도 보고 재방송도 많이 해주더라”는 그는 “내가 출연한 작품을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게 쉽지 않은데 희한하게 이번 작품은 달랐다”고 말했다. 동료 배우들 역시 그랬다. 대체 이유가 뭘까 생각도 많이 해봤다는 그는 “따뜻하고 편안한 드라마였다. 판타지적인 요구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공감도 많이 하면서 보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슬의생’의 신원호 PD는 이번 작품의 목표를 ‘공감’에 뒀다. 시청자 신현빈도 현실 공감에 큰 의미를 뒀다. 그렇다면 그가 느낀 공감 포인트는 무엇일까. 

 

인물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가 공감의 주요인이 됐다. 그는 “우주가 다섯살, 로사(김해숙)와 종수(김갑수)는 70대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각자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감정들도 공감이 됐다는 그다. 

 

신현빈은 ‘슬의생’ 시즌2로 시청자를 만난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향한 기대와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 시즌2에 대한 예측을 하지 않는다는 신현빈은 “촬영하면서 누구보다 대본을 기다렸다. 처음엔 예측도 해봤는데 대본을 받아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더 나은 이야기가 나오더라”라고 이유를 밝혔다. 궁금한 마음은 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을 걸 알기에 예측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궁금증을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향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010년 영화 ‘방가? 방가!’로 데뷔해 드라마 ‘무사 백동수’, ‘추리의 여왕’, ‘아르곤’, ‘미스트리스’, ‘자백’과 영화 ‘공조’, ‘7년의 밤’, ‘변산’ 등에 출연했다. 올해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이어 존재감을 알렸고, ‘슬의생’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데뷔 10년 차에 얻은 인지도에 감사한 마음이 크게 든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없다. 

 

“작품과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걸 느껴요. 다만 작품 전과 후로 저 자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작품마다 다른 모습으로 봐주신다면 그게 가장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작품 속 캐릭터로 보였으면 좋겠고,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매 작품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캐릭터와 비슷하게 느껴지길 바랍니다.”

 

배우 신현빈은 새로운 이야기에 끌리고 더 새로운 캐릭터에 관심이 가는 편이다. 작품 선택의 이유도 자연스레 그와 맞닿는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배우를 바라보는 지점도 ‘그 캐릭터로 보이는가’이기 때문이다. 신현빈은 “‘슬의생’의 관심이 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이전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면서 “그 작품을 언급하며 얘가 신현빈이야? 라는 말을 듣는다. 못 알아보셨다는 게 오히려 기분 좋더라. 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의미 같다”라고 뿌듯해했다. 꾸준히 성실하게. 10년 차 배우 신현빈이 바라는 앞으로의 모습이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최성현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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