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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소형준, 양현종에게서 두 번째 실패를 배웠다

입력 : 2020-05-28 21:54:03 수정 : 2020-05-29 09: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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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마운드 위에서 무표정을 유지하던 소형준(19·KT)의 눈빛이 마운드를 내려온 순간부터 달라졌다. KT 타자들이 기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쓰는 사이 소형준의 시선은 상대 선발투수 양현종(32·KIA)에게 고정됐다. 현 최고 에이스의 투구를 바라보는 미래 에이스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소형준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9피안타(2피홈런) 5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챙겼다.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5⅓이닝 8실점)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대량 실점을 허용했고, 6이닝 소화에도 실패했지만 겨우 승리를 따냈다.

 

 복기해야 할 점이 명확하다. 제구가 흔들렸다. 소형준의 장점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드러난다. 컨디션의 유무를 떠나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는 능력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땅볼이나 뜬공을 유도해 공격적인 투구, 빠른 승부가 가능했던 것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개막 직후까지 이강철 감독이 소형준을 극찬한 이유도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는 능력’이었다.

 

 실제로 개막전이었던 8일 잠실 두산전 소형준의 스트라이크/볼 비율은 1.90(55/29)이었다. 15일 수원 삼성전에서는 2.18(61/29)이었다. 그런데 지난 21일 수원 한화전에서는 1.83(55/30)으로 하락했고, 이날은 1.43(53/37)까지 떨어졌다. 사인이 맞지 않아 포수 장성우의 미트를 벗어난 경우도 있고, 홈플레이트 앞에서부터 땅에 꽂힌 투구도 있었다. 원하는 곳에 공이 들어가지 않자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았고, 그래서 KIA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에 맞는 타구도 늘어났다. KIA 외인 프레스턴 터커와 나지완 모두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들어온 직구를 받아쳐 홈런을 만들었다.

 양현종과 대비하면 차이가 크다. 이날 양현종 역시 5이닝 11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다. 모두 자책점으로 기록됐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비가 실점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 3-2로 앞선 4회말 조용호의 타구를 낚아챈 박찬호의 야수선택이 양현종에게 큰 위기로 작용했다. 빗맞은 타구들까지 안타가 되면서 양현종이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런데 양현종의 스트라이크/볼 비율은 1.85(61/33)였다. 점수를 내주고 흔들려도 스트라이크존만큼은 그대로였던 것이다.

 

 데뷔 첫 두 차례 등판까지 소형준의 비교 대상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었다. 소형준이 처음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선발승을 챙겼는데, KBO리그 데뷔 후 첫 두 경기에서 선발승을 챙긴 고졸신인은 김진우(2002년)와 류현진(2006년)이 유이했기 때문. 이후에는 이강철 감독의 존재로 인해 양현종과도 엮였다. 양현종이 KIA에 입단할 당시 투수코치가 이 감독이었고, 소형준 역시 현재 이 감독 밑에서 첫 길을 닦고 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소형준이 양현종의 모든 것을 배우기를 바랐다. “(양)현종이가 마운드 위에서 안정적으로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소)형준이가 경기 운영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과는 똑같았지만 내용물은 달랐던 현 에이스와 미래 에이스. 이 감독의 말처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수확”이라면 소형준은 또 하나를 배웠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K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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