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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모이는 KIA 선발 5人, 호투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입력 : 2020-05-28 06:00:00 수정 : 2020-05-28 09: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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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지난 26일 수원 KT전이 끝나는 순간 구단 역사상 2819일 만의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대기록을 달성한 외인 투수 드류 가뇽을 비롯해 애런 브룩스, 이민우, 임기영, 주장 양현종이 더그아웃에 자리를 잡았다. 다섯 명은 각자 양손을 한데 모으더니 난데없이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다 끝난 뒤에야 해맑은 표정으로 외치는 낯선 파이팅은 KIA 마운드의 현재를 가리킨다.

 

KIA 선발 마운드의 호투는 끝에서 시작한다. 보통 승리 팀은 경기를 마친 직후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가 그라운드에 도열해 선수들을 마중한다. 그리고 팬들에게 인사를 한 뒤 친한 선수들끼리 삼삼오오 대화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KIA 선발 5인은 경기에서 그라운드로 나서기 전에 잠시나마 따로 모인다. 그날 고생한 선발투수를 축하하기 위해, 다음 날 등판 예정인 선발 투수에게 좋은 기운을 건네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다.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기록은 선발 투수들의 세리머니가 동행했다.

 

KIA의 세리머니가 어느 때보다 반갑다. 당장 1년 전으로만 시간을 돌려도 KIA 더그아웃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올해보다 성적도 좋지 않았고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사퇴하는 등 더그아웃과 라커룸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분위기를 끌어올릴 외인 제이콥 터너와 조 윌랜드는 동반으로 부진해 더 냉랭하게 만들었다. 일부 선수는 끝내 좋은 기록을 만들어 기쁨을 누려야 하는 순간에도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딛고 시즌을 마친 뒤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양현종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기쁜 감정을 털어놓은 경우가 많지 않았다.

 

냉정히 말해 KIA 마운드는 올해 초반까지도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장타자가 없는 타선과 더불어 불안요소로 지목되기도 했다. 브룩스와 가뇽이 미국 메이저리그(ML)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빅리그 출신=KBO리그 성공’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시간을 허비했던 이민우와 기복을 보였던 임기영 역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개막 3주일 만에 평가가 뒤바뀌었다. ‘또 양현종 혼자’라는 고유 이미지 대신 ‘최강 5인 선발 로테이션’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하는 선수가 5선발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

 

언젠가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기록이 끊기더라도 투수들의 ‘모임’은 끝나지 않는다. 선발 투수들은 세리머니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사진설명: 선발 투수 5人의 세리머니는 KIA의 더그아웃이 얼마나 밝은지를 보여준다. 사진은 선수단 하이파이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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