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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배정대, 딱 지금만 같아라

입력 : 2020-05-28 05:00:00 수정 : 2020-05-28 09: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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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수원 전영민 기자] “더 이상 바라면 내가 나쁜 놈이죠.”

 

 이강철(54) KT 감독의 피부가 다시 붉어지고 있다. 믿었던 불펜이 연이어 무너지고 주축 야수들까지 줄부상으로 쓰러지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 2군에는 대체 자원으로 활용할 만한 선수도 없는 상황이니 대안이 없어 더 막막하다. 그런데 유독 배정대(25)의 이름을 꺼낼 때만큼은 이 감독도 “투수진의 부진 때문에 (배)정대의 활약이 묻힌다”며 본능적으로 미소를 동반한다. 지금의 이 감독에게는 배정대는 보약 같은 존재다.

 

 지난해 KT에 배제성이 있다면 이번엔 배정대다. 배정대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은 뒤 이듬해 특별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KT 유니폼만 5년째인데 아직 한 시즌에 70경기 이상을 소화해본 적이 없었다. 그 사이 개명(배병옥→배정대)도 했다. 그런 배정대를 이 감독은 주전 중견수로 활용한다. ‘수비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배정대의 다른 장점도 캐치했고, 성남고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5툴 플레이어’로서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있다.

 

 아직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점. 이미 신데렐라다. 지금 KT에서 배정대보다 나은 타자는 외인 멜 로하스 주니어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KT 타선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상황인데도 배정대를 뛰어 넘을 이가 몇 없다.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타구 속도도 예년에 비해 약 10㎞ 이상 증가했다고. 안타, 2루타, 타점, 타율, OPS 등 모든 타격 지표가 팀 내 세 손가락 안이다. 타격뿐 아니라 주루, 그리고 센스는 상대 마운드를 흔든다. 수비는 침대처럼 포근하다.

 

 그래서 배정대는 이 감독의 특별관리 대상이다. 개막 직후 테이블세터 심우준-김민혁이 부진할 때, 김민혁이 며칠간 무안타에 그칠 때마다 배정대로 그 자리를 대체하라는 압박이 있었다. 그때마다 이 감독은 욕심을 버리고 배정대를 9번 타순에 배치했다. 9번 타순에서 4번 타자 역할을 하는데 바꾸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한준, 강백호 등 주전 야수들이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지면서 배정대의 순번을 조금씩 앞으로 당기기는 했지만 2번 타순은 단 한 차례. 그리고 모두 하위타순에 놓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만 같아라’라는 이 감독의 간절함이 보인다.

 

 배정대는 안타를 치지 못하면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대신 ‘왜 못쳤지’라며 분해한다. 유망주로서 기죽는 것이 아니라 아쉬워할 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 “내 야구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라는 한 마디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감독은 배정대 덕에 웃는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KT 제공

 

사진설명: 배정대는 이강철 KT 감독에게 보약같은 존재다. 사진은 배정대가 주루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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