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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끝나지 않은 박상원 ‘기합’…핵심은 타이밍이다

입력 : 2020-05-23 10:46:34 수정 : 2020-06-01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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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한화 투수 박상원(26)의 기합이 KBO리그를 달구고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을 비롯해 전·현직 투수들은 “투구를 할 때에 기합이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거나 가벼운 운동을 할 때만 생각해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KBO리그 규정에도 투수의 기합을 제재한다는 조항은 그 어디에도 없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박상원의 기합이 나오는 타이밍이다. 이강철 KT 감독의 문제제기와 허문회 롯데 감독의 항의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박상원이 기합을 내지르는 순간이 다른 투수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 보통 투수들이 손에서 공을 놓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기합을 지른다면, 박상원의 것은 타이밍이 보다 늦다는 말이다. 롯데 타자들이 타석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실소한 것과 KT 고참 야수들이 이 감독에게 애로사항을 토로한 것은 결국 타격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이 포수 미트에 닿는 시간은 약 0.5초. 타자들은 눈 깜빡할 시간에 구질과 코스를 파악하고 타격해야 한다. 극도로 집중해 예민한 순간, 타격을 해야 하는 순간에 기합 소리가 들린다면 집중력이 깨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타자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이동욱 NC 감독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와 다르게 들린다면 타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어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무관중 시대’라는 특수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사소한 소리로 인해 수많은 오해가 쌓이고 있다. 관중이 들어차있을 때는 들리지도 않던 소리가 상대팀 더그아웃의 잡담이 반대편 더그아웃에 꽂힌다. 더그아웃에서 분풀이하는 소리가 중계를 타고 관중의 함성에 묻혀 있던 방해공작도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감정이 상한다. 박상원의 기합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들리는 기합 소리는 타자로서는 분명 신경이 쓰인다. 집중의 유무가 아니라 특수한 상황이 차이를 만들고 있다.

 

 물론 이 감독과 허 감독의 문제제기가 박상원의 기합 자체를 금지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리그 내 규정이나 행동규약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를 막을 권리도 없다. 다만 기합의 타이밍은 코로나19 무관중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해할 만한 소지를 만들고 있다. 타자들은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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