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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의눈] 이승헌 응급처지 의료진 ‘오해와 진실’… 폄하는 안된다

입력 : 2020-05-19 05:59:54 수정 : 2020-05-19 15: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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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가슴 철렁한 장면이 나왔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맞대결. 3회말 1사 1, 2루에서 롯데 선발 투수 이승헌이 한화 타자 정진호의 타구의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아찔한 상황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의료진이 투입돼 곧바로 충남대병원으로 후송했다. 롯데는 “정밀 검사 결과 미세한 두부 골절과 출혈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며 “경과 관찰을 위해 입원 중”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발생한 후 의료진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났다.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고 보호 장비 없이 앰뷸런스에 실었다는 점, 그리고 구급차 운전기사의 행동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목소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한 타구에 머리를 맞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주길 바라는 마음은 곧 롯데 투수 이승헌에 대한 ‘걱정’과 같다. 위급한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일사불란한 모습을 원했다. 당연한 목소리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의료진의 허술한 대응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오해’이다. 의료진의 노력을 깎아내려서는 안된다. 이날 경기에서 대기한 의료진은 충남대학병원의 정형외과 의사이다. 2020 KBO리그 규정 ‘제1장 29조 의무 2항’에 따르면 경기장에는 의사 또는 응급조치가 가능한 전문가와 간호사 각 1인을 배치해야 한다.

 

 다만 대부분 현직 의사 매 경기 경기장에서 대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응급처치가 가능한 전문가, 즉 의료 자격증 소지자가 대기한다. 정형외과 의사가 대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수의 병원으로부터 지정병원 제안을 받았다. 이 가운데 충남대학병원과 협약을 맺은 이유는 ‘현재 정형외과 의사를 파견하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충남대학병원은 대전-충남 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에 속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자매지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 2019년 조사 발표한 한국 종합병원 순위에서 20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충남대병원 정형외과에만 16명의 의사가 진료하고 있다. 이날 이승헌의 상태를 체크한 의료인은 현재 충남대병원 정형외과 의사이다. 스포츠 손상 전문가라는 뜻이다. 

 

 의료진이 마운드에 도착한 시간과 상태를 살피고 앰뷸런스로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자면, 의사는 급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전속력으로 달려가서는 안 된다. 환자의 상태를 냉철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숨이 차거나 호흡이 빨라지면 의료 행위에 제한이 발생한다. 현장에 있던 심판이 지속해서 "빨리 와야지, 빨리빨리"를 외치는 가운데서도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승헌의 상태를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추 고절을 우선 점검했고, 이후 의식 상태와 눈동자의 변화를 체크했다. 일각에서는 골든타임을 언급하는데, 이 부분은 심정지 등의 상황에 해당한다. 이성헌의 상태를 살핀 후 시간 싸움보다는 환자의 심리적 안정이 더 중요했다. 

 

 앰뷸런스로 이동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이승헌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했고, 보호대 없이 이동한 부분도 경추 골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오히려 의사가 이승헌의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빨리빨리"를 외치거나 "서둘러"라고 언급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의사가 의료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비의료인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앰뷸런스 운전기사에 대한 부분도 오해가 있다. 기사는 충남대병원 소속이다. 이보다 긴급한 상황도 수차례 경험한 기사다. 늦장을 부린 것이 아니라, 의사가 현장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의료 행위에 개입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며 준비한 것이다. 물론 팬 입장에서는 방관하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사는 의사가 선수 부상을 살피는 모습을 지속해서 관찰하며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팬들의 원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승헌의 상태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깎아내리거나 비난해선 안 된다.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것에 있어서 정형외과 의사보다 더 전문가가 있을까.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SBS SPORTS 중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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