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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 재일교포의 슬픈 일상 ‘용길이네 곱창집’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 이야기]

입력 : 2020-04-07 17:48:48 수정 : 2020-04-07 17: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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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쫀득 씹히는 식감과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는 곱창. 곱창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호르몬 야끼’라고 불리는 일본 곱창구이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일본인이 버린 곱창과 같은 부속물을 재일교포들이 숯불에 구워먹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 들여진다. 단순히 음식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곱창의 이면에는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려있다.

자생한방병원장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은 차별에 맞서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교포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1969년 일본 오사카 공항 근처 판자촌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은 고도성장으로 나날이 발전하지만 이 판자촌만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곳에는 전쟁을 겪고 일본으로 건너와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골목에 자리 잡은 ‘야키니쿠 드래곤’.

이 곱창집의 이름은 아버지 용길(김상호 분)의 용(龍)을 따서 지었다. 용길은 끝없는 가난과 무시 속에서도 아내 영순(이정은 분)과 함께 네 남매를 꿋꿋이 키운다. 특히 자식의 교육을 위해 막내아들 토키오(오에 신페이 분)를 유명 사립학교에 진학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적응은 커녕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심한 괴롭힘이 이어진다. 멈출 줄 모르는 집단 따돌림에 토키오는 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언어장애의 일종인 실어증은 언어를 이해하거나 구사하는 능력에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몇 년 전에는 이세돌 9단이 어린 시절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앓았었다는 사연도 알려지기도 했다.

실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이 원인일수도 있고 심리적인 충격,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아마도 토키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전에 따돌림을 당하면서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실어증은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완치되기 어려운 질환이지만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 실어증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함께 전문적인 언어재활치료 등이 실시된다. 뿐만 아니라 침치료, 한약치료와 같은 한방 치료를 병행해 증상이 개선된 증례들도 보고된다. 실어증은 초기에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큼 다양한 치료법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토키오의 실어증은 그 당시 재일교포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말 못할 사정’이 만들어낸 병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고향을 그리워 하지만 떠날 수 없고, 갈 곳도 없는 상황은 어쩌면 절망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판자촌을 떠나는 그날, 용길은 하늘을 보며 “설령 어제가 어떤 날이었든 내일은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영화를 보며 곱창의 고소한 맛이 조금은 쓰게 느껴졌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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