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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인터벤션] 간MRI, 최첨단 나노기술로 5mm 미세 간암까지 잡는다

입력 : 2020-04-02 03:00:00 수정 : 2020-04-01 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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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강관리를 위해 스스로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의료소비자가 늘고 있다. 소 잃기 전, 외양간 보수 작업에 나서는 셈이다.

 

간단한 혈액검사 정도로 끝나는 검진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자궁·난소 등 골반, 췌장 등 복부, 간 등 일부 장기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는 상황이라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수반돼야 할 수 있다. 

 

MRI 검사는 과거에 비해 시간·비용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된다. 이렇다보니 한번 MRI를 촬영할 때 이왕이면 깨끗한 영상을 얻어야 유리하다. 

 

특히 간종양의 평가를 위한 MRI의 경우, 이같은 ‘깨끗한 영상 획득’이 더욱 중요하다. MRI 촬영 중에는 장기 등이 움직이지 않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간은 호흡에 따라 움직이고, 사람이 호흡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은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간 MRI검사는 한번의 호흡 멈춤만으로 제대로 된 영상을 얻기 힘들었다. 현재는 기술 발달로 15초 정도에 간 전체를 영상화할 수 있게 됐고, 심지어 호흡의 특정 시점에만 영상을 촬영하는 기법도 나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10년 경에는 간을 보다 뚜렷하게 찍을 수 있도록 개발된 ‘간세포특이조영제’도 나왔다. 이는 간 종양 진단에 MRI가 더욱 널리 쓰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

 

기존 일반적인 MRI 조영제(세포외액조영제)는 가돌리늄(gadolinium)이라는 중금속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성분은 MRI 영상에서 하얗게 보이는데, 혈관으로 주입되면 종양의 모양을 그려주는 역할을 한다. 

 

간세포특이조영제 역시 가돌리늄 조영제의 일종이다. 여기에 Gd-EOB-DTPA 또는 가도세틱산(gadoxetic acid)을 함유하고 있다. 이들 성분은 특이하게 정상 간세포에만 섭취된다. 이같은 원리 덕분에 간세포특이조영제는 기존 일반적인 가돌리늄 조영제와 달리 간 종양의 진단에 우수한 능력을 보인다. 

 

일반 조영제와 간세포특이 조영제의 차이점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대체로 간 MRI 검사는 시간차를 두고 ‘역동적 조영증강 영상’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영제 주입전→조영제 주입 후 약 30초 후(동맥기)→조영제 주입 후 약 60~70초 후(문맥기)→조영제 주입후 약 3분 후(평형기)의 간을 촬영한다. 

 

이들 영상을 분석하면 문제 종양이 지닌  혈류역학적 특성을 알 수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이를 바탕으로 어떤 종류의 종양인지 감별한다.

 

단, 기존 일반 조영제를 사용한 MRI에서는 간과 종양의 혈류 정보만 획득할 수 있었다. 반면, 간세포특이조영제를 사용할 경우 종양 혈류 평가는 물론, 일정 시간 경과 후에는 간세포 분포와 담도 배설기능까지 확인할 수 있다.

 

간세포특이조영제를 주입한 뒤의 MRI검사는 3분 지연기까지 일반 조영제를 쓴 촬영과 동일하게 이뤄진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분 지연기 영상까지 촬영하는 데서 차이가 난다.

 

이때 초기 영상에서는 간종양의 혈류역학적 특성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상 간세포에 간세포특이조영제가 축적되며 정상 간신질이 하얗게 변해 간세포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간종양은 정상 간세포를 갖고 있지 않아 간세포특이조영제를 섭취할 수 없고,  결국 20분 지연기 영상을 찍으면 하얗게 변한 간실질의 바탕에 까만 구멍으로 종양이 뚜렷하게 보인다. 반면 일반 조영제는 3분 이후 MRI 영상이 점점 뿌옇게 흐려지기 때문에 이후의 결과는 의미가 없다.

 

간세포특이조영제를 활용해 촬영한 MRI영상은 최소 약 5㎜ 병변까지 그려내 매우 작은 극 초기의 종양도 높은 확신도로 진단할 수 있다. 즉, 미세병변에 주목해 조기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초기 간암은 고주파열치료 등 비수술적인 치료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필자가 간MRI를 고려하는 간세포특이 조영제를 추천하는 이유다.

 

물론 간세포특이조영제의 단점도 있다. 바로 ‘가격’이다. 

 

현재 간세포특이조영제는 다국적 제약사인 바이엘이 독점 생산하는 ‘프리모비스트’(성분명 gadoxetic acid)가 유일하다. 이는 분명 매우 혁신적인 약제이고, 제약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만큼 고가정책을 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 가돌리늄 조영제의 5~6배에 달하는 가격이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특허권이 만료되기까지 최소 7~8년은 지나야 하는 만큼, 하루 빨리 같은 기전의 다른 조영제가 개발돼 의료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진단받을 수 있길 바란다. 

 

김영선 민트병원 이미지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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