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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풀스토리] 소나기도 뚫어버린 K 본능…그래도 김광현에게 만족은 없었다

입력 : 2020-02-23 09:52:16 수정 : 2020-02-23 10: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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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주피터(미국 플로리다) 이혜진 기자] KK, 소나기마저 뚫어버린 탈삼진 본능이었다.

 

4회초 몸을 풀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조금 흐린 정도였다. 하지만 4회말이 끝난 시점부터 빗방울이 한두 방울 쏟아지더니 마운드에 오른 5회초엔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새 리그에 첫 발을 내딛는 투수 입장에선 충분히 곤혹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담담했다. 오로지 자신과 포수, 둘에게만 집중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김광현은 혼신의 힘을 다했고 관중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첫 페이지가 쓰였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김광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2020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나서 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KK’라는 별명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기록이었다. 전체 투구 수는 19개였고 그 중 스트라이크가 14개였다. 직구 7개, 슬라이더 9개, 커브 3개를 던졌고, 직구 최고 구속은 92.1마일(약 148㎞)까지 찍혔다.

 

정규리그는 아니라 해도 메이저리그 데뷔전이다. 얼마나 중요한 무대인지는 김광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정말로 어렵게 얻은 기회였고 그만큼 후회 없이 준비했다. 더욱이 김광현은 현재 선발 오디션을 치르고 있다. 머나먼 한국에서 온 김광현이라는 세 글자를 알리기 위해서는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야 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도, 보여줘야 할 것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경기 전 몸을 푸는 모습에서도 평소와는 달리 긴장한 표정이 살짝 엿보이는 듯했다.

 

 

간절함이라는 무기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냈다. 이날 김광현은 잭 플레어티(2이닝), 다코타 허드슨(2이닝)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항상 선발로 뛰어왔기에 구원투수 옷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준비하는 과정 또한 다르다. 김광현은 “롱 토스를 하거나 캐치볼을 하는 것, 러닝을 뛰는 것 등과 관련해 약간의 변형을 줬다”면서 “시범경기라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저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을 한 번씩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포착된다. 경기 후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의 투구에 대해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만족한다”고 합격점을 내렸다. 역시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대한 평가가 높았다. 현지 언론들도 ‘어떻게 그렇게 슬라이더를 잘 던질 수 있냐’며 관심을 보였다. 김광현이 이날 잡아낸 2개의 삼진도 모두 슬라이더로 잡아낸 것이었다. 김광현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던져왔고 타자들을 상대로 결정구로도 많이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만족은 없다. 정작 김광현은 부족했던 부분을 먼저 떠올렸다. 특히 첫 두 타자 연속 초구에 볼을 던졌다는 점이 마음에 남은 듯했다. 김광현은 “팀도, 코치님도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더라.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더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투구 수도 1이닝치고는 많았는데 줄여야한다. 공의 회전수는 지난 라이브피칭 때보단 좋아졌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공인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냉철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엔 김광현을 응원하러 온 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례로 이혜원(35)-김대현(29) 부부는 김광현을 보기 위해 템파베이에서 4시간을 달려 왔다. 이혜원씨는 임신 8개월째다. “인천 출신으로 SK에서 뛸 때부터 팬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대현씨는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조금이나마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경기장에 오게 됐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팬 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크게 환영해주셨다.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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