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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만족 없는’ KT 허훈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요”

입력 : 2020-02-18 11:07:03 수정 : 2020-02-18 13: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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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허훈(25·KT)에게 농구는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농구 대통령’ 허재(55) 전 대표팀 감독이었다. 형 허웅(27·DB)을 따라 농구공을 손에 쥐었고, 2017~2018시즌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성장세 또한 눈부셨다. 데뷔 세 시즌 만에 리그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누군가는 ‘스포츠 금수저’라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전자의 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랜 기간 묵묵히 흘렸던 땀방울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다.

 

 

◆ 아버지의 그늘?…“자부심이 더 커요.”
 

농구를 만난 그 순간부터 허훈의 곁엔 항상 아버지의 이름이 있었다. 허훈 자체보다 누군가의 아들로 먼저 기억되는 일도 많았을 터. 하지만 허훈은 부담감보다, 자부심을 먼저 말한다. 허훈은 “신경이 전혀 쓰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남들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것 아닌가. 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잘하든 못하든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농구선수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멀었죠.” 사실 아버지와 농구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않는다. 가족들 모두가 워낙 바쁜 탓에 한 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래도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허훈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고 웃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지도 면에서 차이가 엄청나다고. 허훈은 “함께 외출할 때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버지를 알아본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시면서 더 유명해지신 듯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 기록 제조기?…“자신감이 커졌어요.”
 

겸손한 말과는 달리, 한 해 한 해 무섭게 성장 중인 허훈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기록 제조기’라 불러도 무관할 정도. 경기 당 평균 7.2개의 어시스트를 올리며 전체 1위를 내달리고 있으며, 득점 부문(평균 15.4점)에서도 국내 선수 1위를 마크하고 있다. 진기한 장면 또한 여럿 연출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치른 DB와의 경기에서 3점 슛 9개를 연속 성공시키더니, 지난 9일 인삼공사전에선 24득점-21어시스트라는 KBL 역대 최초의 기록까지 달성했다.
 

특별히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허훈은 가장 먼저 ‘자신감’을 꼽았다. 허훈은 “지난 두 시즌은 부상 여파가 컸던 것 같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감각이 떨어졌고 내가 가진 것들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엔 1라운드에서부터 좋은 기록을 내면서 자신감이 커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경험을 통해 보고 느낀 부분도 많았다. 허훈은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대회에서 16점(3점슛 4개)을 올리며 25년 만에 한국이 1승을 따내는 데 큰 몫을 하기도 했다.

 

 

◆ 만족은 없다…“보여주고 싶은 게 더 많은걸요.”
 

허훈은 여전히 목마르다. 지금껏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다.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운을 뗀 허훈은 “기복을 줄이고, 슛 밸런스도 더 잡아나가야 한다”고 스스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일찌감치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허훈은 “아직은 이른 것 같다”면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욕심은 있다. 부자 MVP가 된다면 더 기쁠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재 전 감독은 1997~1998시즌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기억이 있다.
 

국제무대의 활약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아시안컵 예선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리빌딩 기조 아래 한층 어려졌다. 유일한 1980년대생였던 라건아(31·KCC)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엔트리 12명 모두가 1990년대생이 됐다. 대표팀에서도 허훈은 주전급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역할이 막중하다. 허훈은 “나라는 대표해서 나가는 대회인 만큼 우리의 플레이를 보여주려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은 오는 20일 인도네시아와의 원정경기를 치른 후 23일 태국과 홈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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