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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JYP ‘니지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섣부른 시선

입력 : 2020-02-09 16:53:24 수정 : 2020-02-09 16: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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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 프로젝트’가 지난 7일 OTT서비스 훌루 재팬에서 3화까지 방영을 마쳤다. 니지 프로젝트는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뮤직이 협업해 걸그룹을 선발하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다. 참가자들은 일본 8개 도시와 미국 2개 도시에서 선발됐다. ‘일본어 능통 인재’란 조건이어서 실제로 ‘일본인’ 대상이라 볼 수 있고, 한국서 프로듀싱하는 일본 걸그룹을 만들겠단 의도다. 그 과정을 담은 방송 시즌1은 훌루 재팬을 통해, 4월부터 시작될 시즌2는 일본 지상파방송 니혼TV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최종 선발된 멤버들은 올해 11월 데뷔한다.

 

일단 아직까지 일본 내 반향은 크지 않은 편이다. 훌루 플랫폼 자체의 한계 탓이란 해석이 많고, 오히려 니혼TV 아침정보프로그램 ‘슷키리’에서 내보낸 홍보영상을 보고 그 존재를 알았단 반응들이 많다. 지상파 위상이 한국보다 높은 일본 특성상 4월 니혼TV를 통해 시즌2가 방영될 때에야 ‘진짜 반향’을 확인할 수 있으리란 예상이다.

 

그런데 현시점 ‘난리’가 난 건 오히려 한국 쪽이다. 방송 전부터 온통 비판여론 일색이더니 이젠 아예 ‘친일’ 논란까지 나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일본과의 협업을 통한 K팝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다. 또 일본과 협업관계라면 일본 측에서 J팝으로서 자국문화처럼 세계에 홍보하려는 분위기가 나올 수도 있는데 왜 ‘일본 좋은 일’을 시켜주느냐는 불만이다. 그런데 사실상 둘 다 이해하기 힘든 비판논리다.

 

먼저 ‘기술유출’ 문제를 들어보자. 이는 일본 AKS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아이즈원 당시에도 똑같이 거론되던 비판이자 우려다. 그런데 애초 K팝은 기술상품 같은 게 아니다. 이렇다 할 비밀스러운 노하우랄 것도 없다. 애초 모든 정보가 오픈돼있고, 또 ‘누구라도’ 따라 할 수 있는 기술, 사실상 ‘방법론’에 가깝다. 해외작곡가들을 적극 수용해 음원을 사오는 식으로 글로벌 대중음악 트렌드에 맞추고, 이를 일본식 아이돌 개념과 결합해 팬덤 전략으로써 내놓는단 방식. 그리고 그를 실체화시킬 아이돌 양성 시스템을 구비한다는 것. 단순한 방법론이다.

 

나아가 ‘니지 프로젝트’ 같은 협업관계를 기술유출이라 본다면, K팝 기술유출은 이미 7~8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상태다. 대부분 중국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대표적으로, 이미 중국 3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위에화가 한국에 들어와 각종 협업관계를 통해 이런저런 K팝 그룹들을 내놓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본국 자체 프로듀싱 팀들은 어떻게 해도 ‘K팝처럼은’ 안 된다. K팝이 무슨 반도체산업처럼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국가 간 시장과 산업체질 차이 탓이다.

 

자꾸 수출상품으로서 이미지가 강조돼 그렇지, 엄밀히 K팝도 기본적으론 ‘자국시장’ 요구, 즉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도록 구성되는 형태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중국이나 일본 등지는 산업조건 및 내수소비자 성향이 한국과 달라 근본적으론 내수중심으로 움직여야 할 산업에서 ‘똑같은 재현’이 늘 어렵다. ‘능력’이 아니라 ‘환경’과 ‘조건’이 안 받쳐주는 것이다.

 

먼저 중국 같은 경우 애초 엔터테인먼트 산업 ‘덩치’만 커질 수 있지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트렌드를 선도하기란 어려운 환경이다. ‘문화적 자유’ 자체가 존재하질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 사극 드라마마저 “역사적 허무주의를 조장한다”며 금지조치 내리는 분위기니 말 다 했다. 이렇듯 문화적 자유가 극단적으로 제한되는 환경에선 크리에이티브 파워도 육성될 리 없다. 오히려 크리에이티브 영역 자체가 위축돼버린다. 그럼 남는 건, 해외문물의 끊임없는 복제뿐이다. ‘규모의 경제’가 체제 한계 탓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특이한 경우다.

 

일본은 또 다른 경우다. 사실 일본 같은 경우 산업기반 자체는 한국보다 유리하다.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이나 전문 댄스 씬 등 저변시장이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돼있다. 그러니 한국식 노하우 따위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같은 방법론을 언제라도 가동할 수 있다. 그런데도 못하는 이유는, 내수시장 성향이 안 받쳐줘서다.

 

일본 대중음악 시장은 아이돌 씬과 아티스트 씬이 상당히 과격하게 나뉜 형태다. 아이돌 씬은 그야말로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를 비전문적 멤버들이 가볍게 퍼포밍하는 현장이다. 그런 ‘비전문성’이 오히려 살갑게 받아들여져 팔린다.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면, 보다 전문적인 아티스트들이 활약하는 전문시장으로 옮겨간다. K팝 아이돌은 엄밀히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경계상품이다. 그리고 정확히 그 경계영역에서 시장을 넓혀왔다.

 

일본 대형기획사들이 ‘K팝 시스템’을 취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다. 지금처럼만 해도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큰 파이를 가져갈 수 있는데, 굳이 경계영역 틈새시장을 위해 비용도 노력도 더 들어가는 K팝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어느 시점엔가 주류 대중 취향이 K팝 쪽으로 넘어간다면 또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일본은 각종 사회문화 변화가 기이할 정도로 느린 분위기다. 그래서 경계상품 영역은 아직 ‘제대로 된’ 시장탈환을 꾀하지 않는 것이고, 혹 그럴 때가 온다 해도 그건 기술유출 차원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다음, 왜 일본서 J팝 자국문화처럼 홍보할 걸 알면서도 남 좋은 일 시켜주느냐는 부분. 일단 K팝 프로듀서가 프로듀싱한단 점이 대놓고 널리 홍보된 기획에 대해 왜 이런 우려를 하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이미 K팝은 ‘브랜드화’를 굳혔단 현실마저 무시하는 반응에 속한다. 언급했다시피 중화권이건 어디건 K팝 따라 하는 곳은 많다. 그리고 그에 대해 해외비평계나 팬들은 일일이 ‘K팝적’이란 반응을 취한다. 이에 대고 “이것이 일본 고유의 J팝”이란 식으로 나오면 오히려 세계적 웃음거리가 돼버리는 시점이다. K팝은 이미 빌보드차트 1위까지 여러 번 차지한 유명 서브 장르이자 방법론이다. 홍보는 벌써 될 만큼 다 됐다.

 

결국 지금 나오는 우려나 비판들은 근본적으로 ‘일본’에 대한 감정과 관련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지난 수년간 중국과는 훨씬 노골적인 협업관계가 성립됐어도 별 반응 없다가, 아이즈원이건 ‘니지 프로젝트’건 일본과만 엮였다 하면 논란이 커지는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찌 됐건 일본과 엮이는 것 자체가 싫다’는 것. 물론 그런 불만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 자체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를 비즈니스 영역까지 끌어들여 비판하는 건 무리다.

 

‘니지 프로젝트’의 실제 불안요소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니지 프로젝트 발상은 SM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먼저 주창됐다. 2016년 NCT를 공개하면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문화기술을 발전시키며 단순 수출하는 한류 1단계에서 현지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문화기술을 전수하는 3단계 실현이 가능해졌다”며 이른바 ‘K팝 3단계론’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JYP 측에서 받아, 지난해 니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1단계 K팝이 한국콘텐츠를 수출하는 것이고, 2단계가 해외 인재를 발굴해 한국 가수와 혼합하는 것이었다면, 3단계는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 겸 프로듀싱하는 것”이라 설명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저 ‘3번째 단계’가 과연 해외각국 K팝 소비자들이 실제 요구하는 형태가 맞느냐는 점이 문제다. 당장 현시점 일본만 해도, 10년 전 5년 전과 달리, K팝뿐 아니라 ‘한국’ 자체가 브랜드화돼 1020 여성층으로부터 열광적 호응을 얻어내는 분위기다. 패션, 메이크업, 음식 등등 한꺼번에 힙한 문화요소로서 주목받는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 자체도 상품가치가 생겨버렸다. 한국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그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런 분위기가 현재 일본시장을 휩쓸고 있는 양대 K팝 걸그룹, 트와이스와 아이즈원 상황에 묻어난다. 둘 다 일본인 멤버가 3명씩 들어있는 팀이다. 이들이 서울 한복판 ‘비슷하지만 다른’ 한국문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어떤 식으로 같은 팀 ‘한국 여성’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동료의식과 우정을 쌓아가는지 지켜보는 콘셉트가 팔려나갔다고 볼 소지가 많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 한국인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일본인이 한국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는지에 대한 호기심, 이 모든 게 ‘2단계’에서 얻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일본인들로만 구성된 K팝 팀’이 등장해 일본을 주 무대로 활동한다는 것. 뭔가 어색한 발상이다. ‘한국’은 사라지고 ‘K팝’이란 방법론만 남는다. 물론 10년 전이라면 그런 발상도 말이 돼 보였다. 그러나 K팝, K드라마 등이 ‘한국’을 띄운 게 2000년대 첫 10여년이라면, 그다음부턴 그렇게 키워진 브랜드 ‘한국’이 영화 등 다른 장르들을 견인하는 실정이다. 지금 시점에선 오히려 K팝의 ‘결정적 셀링 포인트’를 빼고 시작하는 모양새가 된다. 결국 트와이스와 아이즈원 성공비결을 확장한단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비결을 삭제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유사한 효과가 나오리라 예상하기 힘들다.

 

물론 저 ‘3단계’도 궁극적으론 K팝 걸그룹에 그간 시큰둥하던 일본 남성층에 침투하려는 의도가 가장 클 것이다. 어찌 됐건 일본 남성층은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국가 멤버들에 유사연애심리로서 소비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데 그러려면 그 멤버들을 넣는 ‘틀’도 남성층 기호에 맞춰야 한단 조건이 더 붙는다. 유사연애심리로 소비하는 주류 남성층은 ‘기존’ 일본 아이돌 콘셉트, 즉 단순한 노래에 서툰 퍼포먼스를 보이는 멤버들에게 보호본능을 느끼며 소비하는 쪽을 선호한다. K팝 걸그룹 노선과는 근본적으로 충돌해버린다.

 

물론 결과는 나와 봐야 안다. 문화 분위기란 늘 바뀌는 것이다. 일본 남성층 성향이란 것도 충분히 움직여질 여지는 있다. 그런데 개중 그나마 수월하게 움직여질 남성층은 이미 트와이스와 아이즈원 등 ‘2단계’ 팀들이 2단계 특유의 셀링 포인트들로서 흡수할 만큼 다 흡수했다고 볼 소지도 많다. 거기서 파이가 더 획기적으로 늘어나려면 상당히 긴 기간 어프로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은 참 모든 것이 느리게 변화하는 사회문화 환경이다.

 

이처럼 ‘니지 프로젝트’ 실제 불안요소는 늘 신(新)시장 확보가 과연 가능한지 여부에 있었지 다른 게 아니었다. 기술유출이니 ‘일본 띄워주기’ 따위 우려는 애초 문젯거리 자체가 아니었다. 그러니 리스크도 이처럼 모험적 시도를 하는 각 K팝 기업들이 지는 것이지, K팝 업계 전체, 나아가 ‘한국’이란 큰 단위로 뭔가가 위협받는 건 아니다. 어찌 됐건 만약 의도대로 성공한다면, 그렇게 ‘3단계론’이 실제 작동하는 논리로서 입증된다면, K팝은 이제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기존 예상을 깨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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